런던일기/2020년

[life] 사람이 변했다.

토닥s 2020. 11. 19. 09:01

예전에, 한 십년 전, 누군가 찍어놓은 행사 사진 3~400장에서 쓸만한 사진 두 장을 골라달라고 했다.  사진 3~400장 보는 게 쉽지 않은데, 그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사진을 빛의 속도로 넘겼다.  그러고보니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두 장을 골라내는 게 참 어려웠다.  그보다 더 앞서 취미로 내가 필름 사진을 찍을 때도 한 롤 24장 사진에서 괜찮은 사진 한 장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진을 보는 내 기준이 있었고 거기에 맞춰 '잘 버렸다'. 좀 재수 없었네. 그런데 내 '자식' 사진은 이상하게 찍은 사진이라도 골라내기가 어렵고, 버리기가 어렵다.

 

요즘 작년에 누리가 발레를 배우던 곳의 발표회 사진을 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몇 장 인화해보려고.  대충 누리가 나온 사진은 스무 장.  그 중에 2~3장만 고르는게 너무 어렵다.  물론 주머니가 넉넉해서 원하는만큼 다 인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가격이 꽤 비싸다.  이미지 파일 5개 100파운드.

 

무용발표회 사진이라고 찍으면서 왜 제대로 된 전신 사진이 없는지 의문이고, 조명 때문에 색도 이상하고, 밝은 조명 아래서는 노출과다고.  제대로 된 사진이 없는데 내 '자식' 사진이니 버릴 사진도 없다.  이런 콩깍지 같으니라고.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가족들에게 물어봐도 모두 서로 다른 사진이 좋다고 한다.  어렵게 두 장 고르고보니 같은 포즈라 또 고민이 된다고 했더니, 지비 왈 - "지금 세상에 고민할 게 얼마나 많은데. 대충해".  그래, 그렇지.  정말 나도 변했나보다.  아니면 나이가 든 건지도.  내일은 꼭 주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