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해피 추석

토닥s 2020. 10. 2. 03:45

지난 주말 볼 일을 보러 런던 외곽에 있는 뉴몰든에 들렀다. 그 주말이 추석인줄 알고 송편을 사오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추석은 이번 주. 송편은 어렵고 일전에 이웃 블로거님 글에서 본 약식/약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밤부터 콧물을 훌쩍이던 누리가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 증세가 확연해 집에서 쉬게 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때에 아픈 아이를 학교에서 반길리 없고, 누리도 집에서 쉬는 게 긴 감기를 막는 일이기도 하니. 그래서 집에 있는 쌀가루 rice flour를 이용해 송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쌀가루는 이른바 건식 쌀가루라 건식 쌀가루를 이용한 송편을 검색해서 만들어봤다. 역시 건식 찹쌀가루와 섞어 물과 소금을 더해 냉장고에 잠시 묵혔다. 건식 가루 재료에 수분을 주는 과정인듯.


오전시간에 나는 내 할 일하고, 누리는 저 할 일(책읽기+TV+온라인 학습) 점심을 먹은 후 송편 만들기를 시작했다. 집에 있는 팥통조림에서 팥을 건져내고 설탕을 넣어 조리고 으깨어 ‘팥소’라는 걸 만들었다. 그 다음 냉장고에서 쌀가루+찹쌀가루를 꺼내 반죽을 했는데, 점성이 완전 제로라서 모래로 반죽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째저째 누리랑 서른 개쯤 송편을 만들었다.


누리의 달마시안 송편.

이 송편은 어릴 때 외가에서 만들던 모양이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집에서 쉬시니 송편이며 만두며 생각날 때 만들어드시지만, 내가 어릴 땐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빠서 송편 같이 손 많이 가는 음식은 외갓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콩소’가 들어간 송편을 좋아했다.


누리랑 만든 송편을 쪄보니 반죽할 때 점성이 없더니 쪄도 쫄깃함이 없었다. 이곳 쌀가루가 인도쌀로 만들어 점성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J님의 의견.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일이 많아서 다시 만들 일은 없겠지만)찹쌀 가루를 절대적으로 많이 넣고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팥통조림으로 만든 팥소는 성공적이어서 팥빵 같은 건 다음에 만들어볼까 싶다. 아니면 한국에서 언니가 사준 ‘앙버터 스콘’을 만들어보던지.

 
그렇게 성공적인 송편 만들기는 아니었지만, 추석 한나절 아픈 아이와 시간을 보냈으니(떼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고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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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