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궁금하지 않을 근황

토닥s 2020. 10. 13. 19:30

주기적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해보겠다 마음 먹지만, 그 마음을 오래 가지기 어렵다.  여느 블로그처럼 방문자가 많고, 수익이 생기는 블로그도 아니니, 당위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를 기록하고 위로하는 블로그니 띄엄띄엄이라도 해보자고 다시 나를 재촉해본다.  그래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근황-.

 

누리와 체스를 시작했다.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 둘이 지난 봄부터 시작된 봉쇄(lockdown) 기간 동안 시작했다는 체스.  전통적인 게임이라 스크린타임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며, 아주 가끔 아이가 아빠를 이기를 경우가 발생하면 아이가 얻는 성취감도 크다하여 우리도 시작해봤다.  누리가 생기기 전 3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폴란드의 크라코프에서 바르샤바로 여행했을 때 옆에 앉은 청년둘이 열심히 두는 걸 보고 우리도 작은 버전으로 샀다.  그 뒤에 지비와 둘이서 해보려고 했지만, 둘다 처음해보는 것이라 룰이 익숙하지 않아 그만뒀다.  얼마전 집안 청소를 하다가 발견(?)해서 꺼내두었더니 누리가 관심을 보여서 유투브에서 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둘이서 시작했다.

 

☞ (영어지만 어린이용) 참고 www.youtube.com/watch?v=KlTEQZ5Sy4E

 

 

 

누리가 흥미를 보이긴하지만, 나를 이기기 어려우니 좌절감이 더 크다.   "나는 어른이고, 너는 어린이니 당연하지", "그래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지"라고 말해줘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별로 두고 싶지 않은데, 어느날 앱을 다운 받아 자투리 시간에 혼자서 체스를 두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게임이라는 게 이렇다.

 

그리고 요즘 나는 영어수업을 듣는다.  직업교육을 받았지만 이 어수선한 시대를 만나 이력서 한 장 넣어보지 못하고(심지어 이 시대를 핑계로 자격증 발부도 늦어지고 있다) 할 수 있는거라도 하자 싶어 시작했다.  고등학교 학력 대체 영어시험 같은 걸 치기 위해서 오랜만에 영어공부 중이다.  고등학교 수준 영어라고 우습게 본건 아니지만, 애들이 이런 걸 학교에서 왜 배우나 하고 보고 있다.  그리고 비는 시간, 누리의 피아노 건반 덮개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바느질을 시작했다.

 

한 2년 전에 여기서 조각보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한 6년 전에 아는 분이 한 번 해보라고 재료를 보내주셨다.  그 재료를 꺼내 바느질을 시작했다.  처음엔 피아노 건반 덮개를 검색해보다 덮개의 소재가 합성이라 먼지를 더 끌어당긴다는 리뷰들을 보고 '천연소재면 나을까'하고 시작했다.  비는 시간에 하려고 했는데 나중엔 밤낮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천이 부족해서 뒷면은 만들지 못하고 만든 만큼만 올려두고 쓰기로 했다.  여기서 조각보를 배울 때 선생님을 통해서 부탁한 천은 다음달에나 받을 수 있다니 딱 그만큼만 쉬기로 했다. 

그리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책도 읽고, 영어수업 숙제로 머리카락 좀 쥐어 뽑고, 누리의 학교생활로 걱정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벌써 겨울이다.  고작 10월인데.  마음이 겨울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