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2907days] 드디어 등교

토닥s 2020. 9. 4. 01:06

누리가 오늘부터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기까지 가장 큰 걱정은 마스크 쓰기였다.  영국에 돌아오고 한 이틀 마음을 다듬고 바로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다.  아이들 간 감염, 가족으로의 전파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3월부터 휴교로 아이들에 대한 Covid-19의 영향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는 우리가 '해볼만한 노력'이라고도 썼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구, 한국으로 치면 구의회에서 아동과 교육을 담당하는 구의원에게 학교에 보낸 비슷한 내용으로 이메일을 썼다.  더한 부분이 있다면 잉글랜드는 중등의 경우 학교장의 권한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정한다고 공표한 시점이었는데, 개별 학교장이 부담을 안고 결정하긴 어렵다.  구 단위에서 Covid-19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함께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역시 일주일이 넘도록 답이 없다. 

 

9월 1~2일 영국의 많은 학교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첫날은 교사들의 준비날.  아이들은 오늘부터 많은 학교들이 등교했다.  누리 학교도 어제야 교사들이 일상 업무를 시작하고, 오늘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했다.  나는 교사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전날, 누리의 새 담임에게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  마스크 쓰기와 관련해서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과 함께 몇 가지 궁금한 내용을 보냈다.  그리고 영국정부와 학교가 어떻게 정하든 누리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할꺼라고 알려줬다.  새 담임에게서는 학교가 곧 학부모들에게 메일을 보낼꺼라는 답신이 왔다.  어제 오후 학교에서 학년별 등하교 시간과 몇 가지 변경 사항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7월에 보내온 내용과 달라진 대목은 거의 없었고, 내가 문의했던 마스크 관련이 추가되어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현재 교육부는 초등학생들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공지하고 있고, 되려 말하기와 듣기에 있어 학업에 지장이 될 수도 있다고.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기도 어렵다고.  그래도 학부모가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기 원한다면, 학교 스태프들은 마스크 착용에 관한 책임을 가질 수 없으며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 방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그리고 아이들은 3시간 이상 같은 마스크를 쓸 수 없으니 몇 장의 마스크를 가져와야 한다고 써 있었다.

그걸 본 지비는 "그러니까 쓰지 말라는 이야기네?"라고 반응했다.  그 이 메일 내용을 누리에게 설명해주고 내가 여분의 마스크 2장을 가방에 넣어줄테니 더러워지거나, 찢어지면 바꾸어 쓸 수 있겠냐고 물었다.  누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등교했다.

 

누리는 마스크보다 반편성에서 친한 친구들과 다 헤어져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학교에 갔다.  이 반편성도 7월 초에 받아보고, 여느 때와 달리 큰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지나친 결정이라고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역시 답이 없었다.  나처럼 반편성에 반대해 이메일을 보낸 다른 학부모 어느 누구도 답을 받지 못했다.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가보니 부모들이 구름떼 같이 정문 앞에 서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벌써 아이를 들여보낸 부모들, 들여보낼 시간을 기다리는 부모들.  학년별로 등교 시간이 10분 간격으로 달라지면 혼잡을 조정할 수 있을꺼라고 학교는 예상했는지 모르지만, 아이가 둘 이상인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긴 시간을 정문 앞에서 보내는 형국이었다.  대충 눈으로보니 마스크를 쓴 부모들은 몇 있었지만(그래봐야 대여섯), 마스크를 쓴 아이는 누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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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하교한 누리를 데리고 왔다.  다시 부모 구름떼와 마주해야 했다.  

오랜만에 간 학교가 어땠냐고 물었더니 재미있었다고.  다만, 혼자 책상에 앉아 먹는 점심은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마스크는 불편하지 않았는지, 하루 종일 쓰고 있었는지 물었더니 불편하지 않았다고.  다른 아이들 중에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없었다고 한다.

지비는 누리가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에서 부담이 되지 않을까, 쉽게 말하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불편한 시선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한국의 가족들은 잘 이야기해서 계속 쓰게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론 WHO가 언젠가는 초등학생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권장할꺼라 생각한다.  다만, 그런 상황이 와도 영국(잉글랜드)은 학교 등교를 유지한채 마스크를 권장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중등학교가 딱 그 형국이다.  WHO는 12세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는 12세 이상인 중등학교의 복도와 공동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잉글랜드는 학교장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잉글랜드보다 Covid-19 확진자가 훨씬 작은 스코틀랜드는 8월 중순 중등학교 등교를 시작했다.  2주간 학교 교사들이 Covid-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게 됐다.  그리고 오늘 다시 스코틀랜드 총리는 스코틀랜드가 Covid-19 확산세에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 교육부가, 그리고 영국 정치인이 아이들은 괜찮다고 말하는 근거는 10세 미만 확진수가 적기 때문이다.  3월 이후 학교가 문을 닫고, 한국과 달리 학원도 없는 나라니 당연하다.  한국의 통계를 보니 10세 미만 확진자는 2% 근처다.  그 2% 중 다시 10~30%는 무증상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조용한 확산의 경로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BBC에서도 다룬 내용이지만( https://www.bbc.co.uk/news/health-53946420 ) 영국 정부와 부모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극성스러운 부모로 남겠지만, 그들의 믿음처럼 나도 아이들이 정말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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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의 정치인을 보는 나의 기분은 공주님의 데자뷰다.  무능해도 이렇게 무능할 수가 없다.  야당인 노동당도 마찬가지다.  노동당이 이 나라에서 사라져버린 줄 알았다.  세월호가 바다에 빠졌을 때 한 선배가 그런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보수, 꼴통 뭐 그런 건 어떨 수 없지만(본인이랑 생각이 달라도) 무능한 건 참을 수가 없다고.  지금 내 기분이 그렇다.  그럼 뭘하나, 나는 투표권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