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1447days] 누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요며칠 마음이 힘들고 복잡했다. 누구도 괘념치 않는 일을 두고 혼자서 마음 고생 중이었다. 어제 오전 놀이터에 갔다가 장 보기 전 점심을 먹으러 들른 크레페 까페에서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비와 이야기하는데 눈물 또록. 그런 나를 보고 누리가 "울지마"하고 오른팔을 톡톡. 여기까지는 지비가 시킨 행동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그런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어?", "놀이터 가고 싶어?"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 이런 것들이 누리를 슬프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누리는 지비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싫어한다. 다른 집도 그런가. 그리고 요즘들어 부쩍 놀이터를 떠나는 걸 싫어한다. 예전엔 집에 가자면 잘 따라 나섰는데, 요즘은 더 놀겠다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놀이터에 가고 싶어..

[life] 한국이 여기저기

올 여름으로 3년째 누리는 방학때마다 진행되는 축구 수업을 참여했다. 이번엔 누리와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는 친구와 매주 함께 했다. 그 친구는 엄마가 일본인 아빠가 나이지리아인. 그 친구에겐 이복누나 - 아빠의 이전 결혼생활에서 출생한 누나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 그 누나가 방학을 맞아 아빠를 찾아와서 새엄마를 육아를 도와주어 나도 몇 번 보게 되었다. 참고로 그 누나의 엄마는 독일인. 그 누나를 처음 볼 때 새엄마가 그 누나를 소개하면서 한국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예의상 어떤 그룹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엑소라고. 나도 엑소 이름은 들어봤다, 노래는 안들어봤지만. 지난 주 축구 수업엔 그 누나, 아빠, 일본인 엄마, 그리고 아기 동생까지 온 가족이 출동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

[life] 며느리가 뿔났다.

누리가 매일매일 축구-수영-트램폴린-숲속학교 스케줄로 방학을 보낸지 한 달. 내가 몸과 마음이 지쳐갈 즈음 지비의 아버지와 막내여동생이 5박 6일 다녀갔다. 첫날 자정에야 오셨으니 5박 5일 일정. 지비가 누리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폴란드에 가고 싶어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이 따라 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여정. 지비네 고향으로 가는 직항은 런던 공항 중에서도 우리집에서 가장 먼 공항에서 출발하고 영국도착이 자정을 넘어 누리를 데리고 여행하기는 어렵다. 예전엔 주 3~4회 항공편이 있는 대신 시간이 조금 나았는데 매일 운항으로 바뀌면서 우리에겐 불편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반대로 아버지를 모셔오자고 생각한 것이었는데, 이제까지 막내여동생에겐 한 번도 런던에 올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해 아버지와..

[life] 행복한 캠퍼들 Chapter 2.

지난 주말 누리와 첫 캠핑을 다녀왔다. 예고도 없이 캠핑을 간 것 같지만 사실 오래 전에 계획된 캠핑이었다. 너무 오래되서 긴장감이 떨어질 정도였지만, 여러 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인 여행이었다. 누리와 함께 하는 첫 캠핑 -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면서 누리 또래 R의 가족도 함께 가자고 했다. R에게 늘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이라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만 가는 길이었다면, 누리만 달래고, 우리만 티격태격하면 되는데 동행 가족이 있으니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런데 돌아와서 생각하니 마음만 쓰고 꼼꼼한 R네에게 우리가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 가족이 더 많이 신경을 쓴탓에 그 가족이 여유 있게 캠핑을 즐기지 못한 것 같다. 미안한 마음. 여행 스타일은 같이 여행해 보지 ..

[etc.] 커피를 찾는 남자들

누리가 생애 첫 방학을 맞았다. 방학의 전과 후 좀 정신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방학에 들어가면 짧으나마 가질 수 있었던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허둥지둥하다 시간을 다 보내버렸다. 집은 아직 정리를 마치지 못한채로 상당수의 짐들이 좁은 바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다 덜컥 누리가 방학을 맞았고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날씨가 무척 더웠다. 35도, 체감 온도는 그 이상 정점을 찍었던 지난 화요일이 방학 전 어린이집 마지막 날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9월 전에 만 4세가 되어 학교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여기서는 reception이라고 한다)로 넘어가고 3~4명의 아이들은 학교부설의 어린이집으로 옮겨가고 7~..

[etc.]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어제 어린이집을 마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1시간 더 뛰어 논 누리는 집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징징.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피로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징징. 징징대는 누리를 어르고 달래서 아침먹이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나는 초조하게 컴퓨터를 켜놓은 방을 오갔다. 9시부터 시작되는 BBC Proms 유아 프로그램 예매를 위해 해당 사이트를 여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BBC proms 참고 http://todaks.com/210 ). 금새 매진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로그인하는데도 줄을 서야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앞에 500여 명.(ㅜㅜ ) 컴퓨터가 빠를 꺼라 생각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모바일로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니 같은 상황. 내가 지비에게 그랬다, ..

[etc.] 주말 일기

일을 하지 않는, 물론 집에서 육아라는 중노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일요일 밤이 되면 무척 꿀꿀하다. 다시 월-금 독박육아(?)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물론 주 4일은 지비가 퇴근해서 돌아와 누리와 놀아주지만, 가끔/종종/자주는 둘이 다투면 내가 하던 집안일을 멈추고 해결해야 한다. 한 일도 없이 바쁘게 보낸 주말의 기록. 토요일 4월 16일 오후는 오래전부터 비워두었다. 하지만 내 볼 일이 있다고 누리와 지비를 소홀히 대하면 뒷탈이난다. 그래서 오전은 가족시간 - 다 함께 내가 보고 싶었던(?) 영국(국립)도서관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2015년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탄생 150년이 되는 해였고, 지금까지 관련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4월 17일..

[+1300days] 평화와 피로 사이

평화로운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 문제는 평화로운 것인지, 피로해서 기운이 없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 2주간의 부활절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누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방학 전 일주일을 앓았다. 그리고 부활절 연휴가 끝나고 조금 나아져 한 일주일 바깥 나들이를 하였는데, 다시 아파서 이번 주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그러고나니 한 일 없이 피곤. 토요일 지비가 운동을 하러 차로 2~3시간 걸리는 곳에 다녀오느라 누리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으면 둘이서 장보러 나가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왔을텐데 기운이 없어서 집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점심을 먹다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 바깥 날씨가 아까워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라도 가자 싶어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재활용 쓰레기(소형가전과 전구)도 버리고,..

[food] 추억과 먹는 탕수육

얼마 전 R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먹은 카라아게(생강이 들어간 닭튀김)의 맛에 반한 뒤 조리 비법을 알고 나서, 한국 마트에 파는 카라아게 가루가 비법, 한 번 해 먹었다. 맛은 R의 집에서 먹었던 것만 못했지만 그 비슷했다는 사실에 우리끼리 감동하고, 그 뒤 튀김 음식에 한껏 자극을 받아 탕수육에 도전했다. 도대체 어떤 부위를 튀겨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한참 검색해서 medallion, 순살(등심) 정도가 될꺼라 추측하고 주문해서 금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금요일은 지비가 한 30분 일찍 퇴근해서 저녁 준비에 여유가 있다. 일찍 와서 누리를 마크할 수 있으니. 조리법은 우리집 유일 한국요리책 나물씨의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를 참고했다. 녹말가루에 카레가루를 더한 튀김옷을 준비해서 만들었다. 한 때..

[food] 딸기 크림치즈 케이크

2주 전 지비의 생일에 만든 딸기 크림치즈 케이크. 사실 만들려고 했던 케이크는 생크림 케이크였다.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먹기 전까지 생크림 케이크라고 생각했다. 만들면서 크림의 맛을 보기는 했지만, 시판 생크림이라 맛이 그런 줄 알았다. 꼭 오래되서 다 꺼져버린 생크림 같았다. 맛이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같았던 건 그 회사에서 만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 수록 이상해서 크림의 포장을 확인해보니 '휘핑된 크림치즈'였다. 이날은 빵을 구울 때부터 뭔가 잘 풀리지 않았다. 평소에 만드는 머핀이나 케이크는 우리가 기대하는 케이크 빵의 느낌이 나지 않아 케이크 시트지를 사려고 했는데, 원하는 크기가 없었고 그나마도 케이크 시트지가 맞는지 의심이 갔다. 그래서 빅토리아 스폰지 케이크 믹스를 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