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food] 추억과 먹는 탕수육

토닥s 2016. 4. 9. 19:37
얼마 전 R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먹은 카라아게(생강이 들어간 닭튀김)의 맛에 반한 뒤 조리 비법을 알고 나서, 한국 마트에 파는 카라아게 가루가 비법, 한 번 해 먹었다.  맛은 R의 집에서 먹었던 것만 못했지만 그 비슷했다는 사실에 우리끼리 감동하고, 그 뒤 튀김 음식에 한껏 자극을 받아 탕수육에 도전했다.

도대체 어떤 부위를 튀겨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한참 검색해서 medallion, 순살(등심) 정도가 될꺼라 추측하고 주문해서 금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금요일은 지비가 한 30분 일찍 퇴근해서 저녁 준비에 여유가 있다.  일찍 와서 누리를 마크할 수 있으니.

조리법은 우리집 유일 한국요리책 나물씨의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를 참고했다.  녹말가루에 카레가루를 더한 튀김옷을 준비해서 만들었다.  한 때 탕수육을 감히 만들수 없고, 튀김이 무섭다, 만두를 구워 이 책의 탕수소스 조리법을 참고해서 탕수만두를 먹었다.  책의 조리법을 따르면 소스가 너무 달고, 너무 젤리 같아져 그 양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줄였는데 여전히 너무 달고, 너무 젤리 같았다.  녹말이 다른건가.

고기를 튀겨보니 그 양은 적당했는데, 채소와 파인애플을 듬뿍 넣은 소스의 양이 너무 많아 탕수육이 산만해졌다.  지비는 나에게 "많이 배고프냐"며.  그런데 준비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름 색을 맞춘다며 오렌지색 페퍼, 오이, 파인애플, 느타리 버섯 그리고 베이비콘(작은 옥수수)를 넣었는데, 다 익히고 보니 다 누런 빛깔.  오이 껍질을 깎아버렸으니.

결과적으로 카레가루를 더하고 밑간을 한 고기 튀김은 그냥 먹어도 될만했다.  '밑간'의 저력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그에 비해 소스는 너무 달고, 너무 젤리 같아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다섯 조각을 먹을 이후엔 탕수육 한 조각, 김치 한 조각 번갈아 가며 먹었다(지난 주에 한국마트에서 장을 봐서 아직 김치가 있다).

신나게 튀겼지만, 내가 상상했던 맛과는 좀 거리가 있었던 탕수육.

한국에 가면 꼭 먹는 음식 3에 들어가는 탕수육이다.  나머지 두 가지는 냉면 또는 밀면, 피자다.  우습게도 피자.

카레 가루가 들어간 튀김옷이라 좀 다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음식은 중국집에 가서 추억과 버무려 먹어야 맛인가보다.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짜장면과 탕수육.

+

한국 가서 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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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서 친구네에 가면 다들 미안해하면서 배달음식을 시켜준다.  우리 세대는 요리를 잘 하지 않으니,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손님대접도 그렇게 한다.  그런데 친구들아, 미안해할 필요 없어.  우리 배달음식(짜장면, 피자, 돈까스) 다 좋아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