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47days] 누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토닥s 2016. 9. 5. 07:01

요며칠 마음이 힘들고 복잡했다.  누구도 괘념치 않는 일을 두고 혼자서 마음 고생 중이었다.  어제 오전 놀이터에 갔다가 장 보기 전 점심을 먹으러 들른 크레페 까페에서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비와 이야기하는데 눈물 또록.


그런 나를 보고 누리가 "울지마"하고 오른팔을 톡톡.  여기까지는 지비가 시킨 행동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그런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어?", "놀이터 가고 싶어?"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 이런 것들이 누리를 슬프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누리는 지비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싫어한다.  다른 집도 그런가.  그리고 요즘들어 부쩍 놀이터를 떠나는 걸 싫어한다.  예전엔 집에 가자면 잘 따라 나섰는데, 요즘은 더 놀겠다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한다.  비만 오지 않으면 매일매일 가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그 순간에는 누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나를 웃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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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요일은 짜짜짜~파게X"를 점심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지비가 문득 어제 점심으로 먹은 크레페가 참 맛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가 "그럼 우리 제주도 가서 크레페 식당 열까?"하고 답해줬다.  한국 가서, 제주도 가서 살고 싶어도 먹고 살 방도가 없어 못가고 있어서 우리는 그럴싸한 아이템을 만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농담 아니고 진담이다.  단, 절반만.


요즘 들어 누리와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가게 되는 크레페까페.  매장 한 가운데 하트가 있어 누리는 '하트 까페'라고 부른다.  우리는 크레페라면 달달한 디저트/간식인데, 이 까페는 그런 것도 있고 짭쪼롬한 것도 있다.  누리와 내가 늘 먹는 건 햄치즈크레페다.




지비는 제주도 가서 크레페 만들려면 가서 일하면서 배워야 한단다.  꽤 진지하다.  문제는 재료다.  이 까페는 유기농 밀가루로 크레페를 만든다고 광고하는데 한국에서 구할 수는 있지만, 여기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유통되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다.  한국가서 사는 식재료, 버터 치즈가 어찌나 비싼지 손떨려서 살 수가 없다.  여기는 그런 식재료들이 기초생필품이고 시장이 크니 가격이 높지 않다.  이 크레페까페 계획은 폐기하는 걸로.



커피 마실 시간을 참아주시는 고마운 누리님이 잡수시는 것은 베이비치노.  카푸치노 유아버전인데 폼밀크 위에 초코파우더를 뿌려준다.  보통 까페에서 0.5~1.0파운드에 판매한다.  무료로 주는 까페들도 있는데 이 크레페까페도 그런 곳 중에 하나.  이런 서비스들이 엄마들로 하여금 나와서 밥(빵)먹게 만든다.  좀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페이스북에서 '맘충'이란 단어를 듣고 정말 놀라고 슬펐다.  다행인 것은 이곳은 그런 엄마들이 있어 동네까페들이 평일 낮에도 호황을 누리기에 엄마들은 고객으로 대우 받는다.  비싼 물가에도 이런 점들 때문에 이곳이 아이키우기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