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life] 한국이 여기저기

토닥s 2016. 8. 29. 07:37

올 여름으로 3년째 누리는 방학때마다 진행되는 축구 수업을 참여했다.  이번엔 누리와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는 친구와 매주 함께 했다.  그 친구는 엄마가 일본인 아빠가 나이지리아인.  그 친구에겐 이복누나 - 아빠의 이전 결혼생활에서 출생한 누나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 그 누나가 방학을 맞아 아빠를 찾아와서 새엄마를 육아를 도와주어 나도 몇 번 보게 되었다.  참고로 그 누나의 엄마는 독일인.  그 누나를 처음 볼 때 새엄마가 그 누나를 소개하면서 한국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예의상 어떤 그룹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엑소라고.  나도 엑소 이름은 들어봤다, 노래는 안들어봤지만.


지난 주 축구 수업엔 그 누나, 아빠, 일본인 엄마, 그리고 아기 동생까지 온 가족이 출동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피크닉 매트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누나는, 여느 십대가 그러하듯, 귀에 이어폰을 꼽고 있었다.  아빠가 "그래 오늘은 어떤 음악을 듣누?"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엑소"라고.  그러면서 아빠가 날더러 참 재미있지 않냐고.  영국에서 태어난 나이지리아-독일 2세가 한국 음악을 듣는다면서.  더 재미있는 건 일본인 장모가 자기를 앉혀놓고 간단 인사, 감사 인사를 가르치려고 했는데 그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말이라면서.  일본인 장모님이 한국드라마 팬이란다.  재미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란히 앉아 있던 다른 엄마가 또 이야기를 붙인다.


그 엄마의 아이도 역시 누리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반년이 지나도록 눈인사 이외에는 별로 나누지 않는 사이였다.  그 엄마 본인은 아버지가 영국인 어머니가 이탈리아인이고, 동생의 부인이 한국 사람이란다.  한참 아이들 언어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라 그러면 동생네 아이들이 있냐고, 있으면 어떤 언어를 사용하냐고 물었더니 동생네는 아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 순간 쉬었다가 안타깝게도 동생이 3년전에 저세상으로 갔다고 말을 이었다.  "오.."하고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는데 그 엄마가 먼저 자기도 아는 한국어가 있다면서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뭐냐고 물었더니 "가자!"란다.


집에와서 지비와 참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작 이 동네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데, 그래도 몇 만나기는 했다, 한국에 관심이 있고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구나 하면서.  그리고 주말이 되어서 블로그로 연락처를 남겨주신 한국엄마 한 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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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국엄마가 사는 곳 근처 공원을 만남의 장소로 제안하셨는데, 이번 여름에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그곳으로 우리가 이동했다.  날씨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마음을 졸였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블로그를 통해 읽은 나의 정치적 스팩트럼을 가늠해 봤을 때 그 한국엄마가 아는 분과 내가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고, 아이들의 나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비슷해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았다고.

만나서 보니 그 한국엄마의 지인이 내가 아는 사람이 맞았고(안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일단 그를 내가 알기는 안다), 아이들도 잘 어울려 놀았다.  지비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잘 어울려 놀아서 참 좋았다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그 한국엄마를 만나러 간 공원에서 또 다른 독일인-한국인 커플을 만났다.



연락처를 주실 때 "커피 한 잔 하러 집에 놀러오세요"해서 그냥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물을 드리 붓는 우리와는 달리 커피전문가(의 배우자)셨다.  선물로 채리티숍에서 산 폴란드어 어린이책과 손수 만든 더치커피를 들고 오셨다.  추출한 날짜/시간, 물과 커피의 양까지 기록하셔서 우리가 깜놀.  시원하게 오늘 아침 집안 청소를 하고 마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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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여기저기서 한국을 만난 며칠이었다.  심지어 우리집에 왔던 지비의 막내여동생 - 시누이도 한국그룹 애스트로 Astro의 팬이란다.  그건 뭔가?(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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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깍두기 영상.  요즘 여기서는 몽키바라고 하는, 우리는 구름사다리라고 하는 놀이기구에 열심인 누리.





조만간 혼자서 건너갈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