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etc.]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토닥s 2016. 5. 6. 19:13


어제 어린이집을 마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1시간 더 뛰어 논 누리는 집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징징.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피로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징징. 

징징대는 누리를 어르고 달래서 아침먹이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나는 초조하게 컴퓨터를 켜놓은 방을 오갔다.  9시부터 시작되는 BBC Proms 유아 프로그램 예매를 위해 해당 사이트를 여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BBC proms 참고 http://todaks.com/210 ).  금새 매진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로그인하는데도 줄을 서야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앞에 500여 명.(ㅜㅜ )
컴퓨터가 빠를 꺼라 생각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모바일로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니 같은 상황.


내가 지비에게 그랬다, 금새 매진되니 9시 예매 시작될 때 해야한다고.  지비는 "이게 무슨 take that(80년대 유명 그룹인데 여전히 티켓 파워가 상당하다) 공연도 아니고", "오전에 하면 되겠지"했다.  지비에게 "9시도 전인데 내 앞에 500명"이라고 보내주니 완전 놀란다.

이때부터 나도 징징.

누리가 한 살 지나고 크리스마스에 그해 프롬스에서 진행된 유아 프로그램 실황을 보여주었다. BBC의 유아 채널인 cbeebies의 캐릭터들이 나와서 소리를 모아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공연 내용이었다.  꽤 집중력있게 봐서 나도 누리가 크면 데리고 가야지 했는데 그 후로 2년 동안 유아 프로그램이 없었다. 올해도 프롬스 프로그램이 공개 되기를 기다렸다.  마침 유아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유아 프로그램만 전체 프롬스 예매 오픈 전에 따로 예매를 진행하는 걸로봐서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미리 예매할 로얄 알버트홀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찾아놓고, 파리 다녀온 후 며칠 동안 손가락을 풀면서(?) 기다렸는데 내 앞에 500명이라니.(ㅜㅜ )

징징하면서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줄지도 않는 수.  아마 다 나 같은 엄마들이겠지.  그런데 9시가 넘어가면서부터 대기자 수가 쑥쑥 줄어들어 20분쯤 나도 로그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다닥 떨면서 예매를 마쳤다.  드디어! (i i )

TV에서 연휴마다 반복해서 보여주는 이전 유아 프로그램을 보면서 지비랑 내가 신기하게 봤던 부분이 있었다.  관객들을 보여주는데 꽤 많은 아시안 부모들이었다.  중국-일본-한국으로 보이지만 중국인이라 추측되는.  영국 부모들도 관심이 없지는 않을텐데 하고 지비와 이야기하곤 했다.  오늘에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이 열성 혹은 극성을 영국 부모들은 따라갈 수가 없을테다.

아침부터 희비를 오가며 후덜덜.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대략) 4개월.
이런 걸 보면 나도 한 극성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