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etc.] 공간의 재구성

토닥s 2016. 3. 25. 09:45
한국의 아파트에서 비해서 넓지는 않지만, 우리 셋이 살기엔 좁지 않은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늘어만 가는 누리의 짐, 정리되지 않는 짐으로 집이 점점 좁게 '느껴지는' 요즘.  다시 공간을 재구성하겠다.. 마음 먹은지 벌써 몇 달.  그대로 어수선한 집이 방치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칼을 빼들었다.  2주간의 방학, 정확하게는 5일간의 부활절 연휴를 계기삼아 정리를 해보겠다고.

요즘 부쩍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라도 '어수선 하지 않은' 공간에 사는 것이 소망이다. 

지비는 우리집이 적당한 수납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플랏(아파트)니까 어쩔 수 없다, 특히 모든 가구와 물건이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지비는 수납공간이 될 수 있는 가구를 사자고 했지만, "지금도 좁은데 더이상 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주방에 수납공간이 많아 보이지만 짜여진 문안에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가 있고 오븐까지 있으니 실제 수납공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이야기 나누다 지비가 우리집 (구비된) 음식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맞는 말이다.  주로 한국음식들과 누리 간식들.  한 달에 한 번쯤 한국 마트에서 장을 보니 그 주기로 음식이 채워졌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그보다 오랜 기간 보관되는 음식들도 많다.  쌀과 양념들.  그 음식들 없어도 못사는 것 아닌데 왜 이렇게 쌓아놓고 사는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보다 '좀 가볍게 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일단 누리의 방이라고 정해두었으나 누리가 태어나고 빨래를 건조하는 곳,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곳을 '누리의 방'으로 정리해야겠다.
역시 그 방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음식들을 빼기 위해 거실(이라고 구분되는) 공간 책장에 문을 달았다.  음식을 그 공간에 쌓아두면 또 지저분하니까, 안보이게 책장을 수납장으로 바꾸는 용도변경을 했다. 똑똑한 IKEA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생각보다 IKEA 책장이 견고해서 지비가 고생을 했다.  하지만 힘쓰는 일은 내가 도와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그러니 전동 드라이버/드릴을 사자니까.

누리 방을 정리하면서,
- 쓰임이 없는 장난감은 채리티 샵으로 보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고
- 역시 (주방에서) 쓰임이 없는 그릇들도 채리티 샵으로 보내거나 따로 정리해서 일단은 주방에서 치워버릴 생각이다.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아주 살림이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우리집에 놀러왔던 후배는 (당시에는) 그렇게 말했다.  "나도 이렇게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간단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사실 그 뒤 누리가 자라면서 짐이 많이 늘긴 했다.

+

그런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진 것도 없이 너무 많이 가지고 산다.

가볍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