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coolture]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수화 프로그램 - Magic Hands

토닥s 2016. 3. 16. 18:29

우리집의 TV는 주로 BBC1 또는 BBC News가 고정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태어나고서는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에 고정되어 있다.  밤에 뉴스를 보고서도 지비는 TV를 끌 때 Cbeebies로 맞춰 놓는다.


공부하고 했던 일이 있어 아이에게 TV는 안보일 것 같지만, 공부하고 일 했던 사람의 관점으로 볼 때 Cbeebies의 프로그램들은 꽤 괜찮다며 느슨한 편이다.  아이의 영어를 걱정하는 주변의 한국 엄마들에게도 막 권장한다.


느슨한 TV보기 - 이건 창의력 없는 엄마의 변명이기도 하지만 정말 Cbeebies의 유아프로그램들은 수준이 높다.  일단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내용이 그렇고, 언어가 그렇다.  신나는 모험보다는 아이들의 일상 - 놀이터가고 학교가고 그런 일상이 주요 소재다.  제작방법 또한 화려한 기술보다 (다소 기술적으로 뒤쳐져 보이는) 단순함을 채택하여 보는 사람의 피로도가 덜하다.  일본에서 피카츄를 보던 아이가 형광 불빛에 반응하여 발작하였다는 경우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문화에서 자라지 않은 지비와 내가 Cbeebies를 보면서 끊임없이 감탄하는 것은 소수자를 사회의 부분으로 품는 부분이다.  어떤 면에서 어린이도 (권리면에서) 소수자이지만, 그 속에서도 소수인종, 장애인 등을 끊임없이 사회의 부분으로  TV를 통해 보여준다.  소수인들은 한국의 TV처럼 이웃돕기의 대상으로만 보여지는 게 아니라 TV 내 늘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일전에(사실은 몇 년 전에) 소개한 Something Special ( ☞ http://www.todaks.com/1019 ) 이다.  그리고 내가 다시 한 번 이 사회의 수준에 감탄하게 된 Magic Hands도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다.


Magic Hands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수화프로그램이다.  아이들 시, 혹은 유명한 시, 동요를 수화로 보여준다.  심심하게 수화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더해서 수화를 모르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다.  누리 역시 즐겨보았던 프로그램이다.





☞ 참고 http://www.bbc.co.uk/cbeebies/shows/magic-hands


직접 보는 것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듯.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도, 혹은 그 어디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직접보면 알겠지만 대단한 내용이 아니다.  virtual studio에서 수화인을 중심으로 동시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동요들을 수화로 보여준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특히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샘물 같은 존재가 아닐까.


+


영국은 유럽에서 사회복지 수준이 그리 높지 않는 국가다.  하지만 감히 BBC만은 상위 수준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TV를 보기 위해서 우리는 1년에 145파운드, 대략 25만원쯤의 시청료를 낸다.   지비와 나는 늘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EBS를 향한 친구의 푸념을 보고 생각나서 끄적여본 글인데, 앞으로 계속해서 어린이 프로그램에 관한 글을 올려볼까 싶다.  한국에도 BBC/Cbeebies 프로그램이 많이 방송되고 있지만, 그 프로그램을 영어교육용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그 속에 담긴 사회나 지향을 닮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소개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