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263days]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것

토닥s 2016. 3. 5. 00:08
누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서 누리가 일방적으로 졸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이쁘게 생긴 빨간곱슬머리 영국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누리보다는 작지만, 부모 모두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말(당연히 영어)을 잘했다.  누리는 그 아이를 친구보다는 언니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누리는 "친구"라고 했지만.

9월에 시작되는 학교부설 유치원의 신청마감이 1월에 있었는데 그때 그 아이의 아빠가 런던 밖으로 이사를 가는데, 이사갈 곳 유치원에 신청하려니 현재 사는 동네에 신청을 해서 전학을 가는 형식으로 옮겨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다른 부모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아이, 누리가 졸졸졸 따라다니는 빨간곱슬머리 아이가 떠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봄학기 중간방학이 끝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는데, 그 아이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물론 누리는 매일 같이 물어봤다.  그 반복된 질문을 견디지 못한 내가 누리가 보는 앞에서 어린이집 선생에게 물어봤다.  예상했던 대로 그 빨간곱슬머리 아이는 이사를 가서 더 이상은 오지 않는다고.  누리가 이해를 했는지 더 이상 묻지는 않는다.  다행히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잘 놀고 있고, 여전히 어린이집 가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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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누리가 그 빨간곱슬머리 아이를 쫓아다닐 때 기분이 좀 그랬다.  아이는 정말 예뻤다.  정말 영국적인 외모가 그렇게 이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부모가 20대 중반쯤, 많아도 후반 정도였는데 역시 부모가 젊으니 아이도 이쁜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아이가 좀 산만했다.
누리가 어린이집을 시작하면서 내가 알게 된 누리의 장점은 누리가 한 가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었다.  마음에만 들면 같은 놀이를 30분도 지겨워하지 않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이것 조금하다 벌써 저만큼 가 있고, 누리가 놀이에 빠져 있으면 누리를 불렀다. 
어쨌든 그건 내가 본 그 아이의 일부였고, 다른 엄마들 말에 의하면 그 아이가 동생이 있어 다른 아이들도 잘 돌본단다, 더 좋은 점이 많아 누리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같이 어울려 놀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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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없이 떠나간 그 집 부모에게는 조금 실망했다.  중간방학 전에 안녕하고 헤어질 때 아이들이 작은 허그라도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절대로 내가 누리의 반복적인 질문에 힘들어서 그런건 아니다(^^ );;
지비도 "아직 애들이 어려서 기억 못할텐데"라고 했지만, 기억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만남과 이별 또한 숫자와 글자 못지 않게 중요한 배움의 내용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걸 배우지 못한 세대여서 서툴지만, 요즘엔 아이들의 감성과 이성에 주의를 기울이며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말이다.  그저 그 부모들이 젊어서 그랬다고 나는 마음을 맺었고, 지비는 그 사람들이 영국인이어서 그렇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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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혀 다른 사진)

중간 방학때 어린이집 일본인 친구와 트램폴린 실내놀이터에 갔다.

어린이집에선 어쩌다보니 일본엄마들과 어울리게 된다.  정서가 비슷해서 그런 것도 같고.  알고보니 나이도 비슷하더란.

두 아이도 좀 잘 지내면 좋겠지만, 둘은 영어가 서툴다.  둘이 앉아서 하는 이야기 듣고 웃고 말았다.  서로가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서 이야기하다 부족하니 원, 투, 쓰리..가 나오더란.  말 안통해도 잘 지내면 좋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