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etc.] 유기농 vs 공정무역

토닥s 2016. 3. 4. 00:05

오늘 문득 누리가 바르고 있는 오일 박스를 꼼꼼히 읽어보게 됐다.  출산 전에 여기저기서 받은 무료 샘플 로션, 샴푸 같은 것들을 다 쓰고 사게 된 제품이 그린피플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때 마침 누리가 크래들 캡 Cradle cap이라는, 한국말로 찾아보니 지루성 두피염인듯한, 증세가 있었는데 조산사가 해바라기 오일이나 올리브 오일을 추천해서 해바라기 오일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아기 바디용 오일을 찾아 발견한 회사와 제품이었다.  제품에 만족해서 바디 오일뿐 아니라 이후 얼굴 로션, 아이용 선크림 등 여러 가지 제품을 사서 썼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오일은 여름에는 바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계절에 상관없이 이 오일을 목욕 후 얼굴과 온몸에 발라준다.  여름엔 외출할 때 썬크림을 발라주고.  10파운드 내외로 비싸지 않나하고 생각했는데 발라보니 3~4개월 쓰니, 다시 사용 개월 수로 나눠보면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리가 어릴 땐 더 오래 썼다.  아이가 작으니.


이 회사 제품에 보면 인증 마크가 참 많다.  유기농 마크를 위시해서, 어린이 라인 제품의 이름도 오가닉 베이비즈 organic babies다, 비건 vegan 마크과 공정무역 fair trade 마크가 있다.  그 밖에도 몇 개 더 있다.  꼼꼼히 살펴보니 100% 유기농 재료를 쓰고 그 중 깨기름(전체의 5%)은 공정무역 재료란다.  그러면 나머지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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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게 중요하고, 어린 아이들에겐 더 중요하니 아이 있는 사람들은 유기농 제품을 많이 쓴다.  그건 여기도 그렇다.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는 유기농 제품,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우리도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면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한다.  공정무역이라고 해서 제품의 가격이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유기농은 확실히 비싸다.  특히 유기농 고기는 비싸서 우리도 프리레인지 free range(풀어서 키운) 정도만 먹는다.  비싸다고 하지만 배로 비싸거나 하지는 않다.  대략 20~30% 정도가 비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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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유기농, 공정무역이 익숙해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유기농이라고 공정무역은 아니고, 공정무역이라고 유기농은 아니다.  그러면 유기농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인가, 공정무역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것인가.  이 부분에 관해 지비와 이야기 나눈적이 있다.  알뜰남편 지비는 가격면에서 공정무역으로 절충하자고 했고, 나는 윤리적 소비면에서 공정무역을 더 중요한 소비의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영국은 다행히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신념의 소비(?)를 할 수 있는 나라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참 어려웠을 것 같다. 


☞ 새우, 맹그로브, 그리고 노예노동 http://todaksi.tistory.com/1137


어제 우연하게 유니레버의 모태라고 하는 선라이트 비누공장이 있는 포트 선라이트 마을에 관한 글을 읽었다.  창업자인 레버 형제가 노동자의 복지를 고려해 마을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노동자 복지를 고려한 회사도 원재료의 수입지인 콩고에서는 아프리카 노동자들을 기록적으로 착취했다고 한다.


☞ 영국문화 돋보기09 http://blog.britishcouncil.or.kr/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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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살펴야 할 것이 많다.  내가 먹는 이 음식이 어디에서 누구의 손을 통해 오는지.  그래도 그렇게 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