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 149

[+819days] 매직워드s

매직워드s 지비와 나는 각자의 언어를 쓰려고 노력하되 누리에게 특별히 언어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특별한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여력과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누리에게 가르치려고 한 몇 가지 단어가 있는데 바로 '플리즈'(please 부탁해요)와 '땡큐'(thank you 고마워요)다. 특히 '플리즈'에 관해선 (왠만한 것은 다 들어줄 수 있는) '매직워드'라며 지비가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가르쳤다는 게 별 게 아니라 누리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플리즈'를 더하도록 했다. 나는 '매직워드'라는 단어가 참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비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보통 '플리즈'를 그렇게들 부르는 것 같았다. 누리가 보는 어린이 만화에서 주인공 토끼가 친구 코끼리에게 무엇인가를 청하면서 "..

[+815days] 이 아이가 노는 법

뜨로잉 뜨로잉 누리가 가장 많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크레용이다. 심심하면 "뜨로잉 뜨로잉drawing drawing"이다. 부피도 크지 않고 (비록 달그락 소리가 나긴 하지만), 지우기도 쉬워 외출 할 때 꼭 챙겨가는 장난감이다. 늘 열심히 낙서를 하고 "티슈 티슈"를 외치는 누리. 잘 지워지는 소재의 크래용이라 누리도 지울 수 있다. IKEA에서 산 아이용 테이블은 테이블 기능 51% 낙서를 위한 그림판 기능 49%를 하고 있다. 오늘도 이 테이블 위의 낙서를 지우며 참 잘샀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곳에나 낙서를 하기 시작하면 내가 노트를 주고 거기다 그리라고 한다. 그러면 날더러 그림을 그리라 한다. (좀 곁가지인 이야기지만, 이틀 전 누리가 하얀 우리 집 벽에 크래용으로 낙서를 휙~ 베이지톤..

[+812days] 또 감기

누리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주말 동안 밥 먹이기가 그렇게 힘들더니 월요일 새벽 기침을 토하며 깼습니다. 목 감기를 동반한 콧물 감기 - 아이들 감기는 다 그런가요? - 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사자처럼 그렁그렁 하기는 해도, 새벽에 기침을 콜록콜록 하기는 해도 낮에는 잘 놉니다. 지난 9월에 감기에 걸렸을 땐 먹지도, 놀지도 않아 결국 항생제까지 먹었죠. 그에 비하면 이번 감기는 덜해 보입니다. 양이 줄긴 했어도 밥을 먹기는 먹으니까요. 누리는 코를 풀줄 모르니 좀 번거롭기는 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오늘은 콧물의 양도 확 줄었습니다. 누리는 보통 아프기 전 이틀 정도 먹는 양이 확 줄더군요. 그게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는 것인지, 입맛이 없어 먹는 양이 줄어 아프게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지비가 늦게 ..

[+799days] 따라쟁이 누리

수요일 오전은 이웃의 딸을 2~3시간 봐주기로 한 날인데, 어제 오전 일찍이 연락해서 오늘은 내가 몸이 안좋와서 못봐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집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남편 마저도 집에서 일하는 자영업자라 어려움 없이 오늘 오전 돌봄을 해결할 수 있었을테다. 몸이 피곤하기는 해도, 누리도 또래와 놀기를 좋아하고 그 집 아이도 우리집 오는 걸 좋아해서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좀 고민이 생겼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시간벌기를 한 것이다. 지난 주에 그런 일이 있었다. 아이를 맡기면서 아이 간식으로 건포도와 프렛젤 미니 과자 pretzel를 주고 갔다. 이웃이 돌아가자 아이는 자리에 앉아 프렛젤을 먹기 시작했다. 누리도 당연히 과자를 달라고. 누리의 경우 프렛젤은 자기 과자가 아니니 ..

[+772days] 가을산책

둘이서 산책 - Chiswick House 여느 해보다 기온이 높고 맑았던 9월이 지나고 10월은 비, 비, 비, 그리고 비였다. 비 때문에 힘든 10월이 끝나가는 요즘은 그래도 비오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번갈아 나온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잽싸게 누리를 데리고 수영장도 가고, 식물원도 가고 그런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누리와 운신의 폭이 좀 넓어지긴 했다. 문제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제한된다는 데 있지만. 그 거리도 멀어지겠지. 오늘은 늘 만만한 Chiswick House로 산책을 갔다. 늘 만만한 이유는 주차가 쉽고,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아 아이와 걷기 적당한 산책 공간이며, 좋은 까페가 있다. 심지어 까페 앞에는 놀이터까지! 새로 산 장화를 개시했다. 장화는 언제나 쇼핑 목록에 있었..

[+764days] 영어실력

만나는 사람마다 누리에게 어떤 언어를 쓰는지 묻는다. 나는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지비는 폴란드어를 하려고 노력하고(?), 누리는 영어를 말한다. '말한다'니 정말 말하는 것 같지만, 그런 건 아니고 단어를 외치는 수준. 그 단어마저도 선명한 발음은 아닌. Dirty(더러운)와 Tissue(휴지) 누리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8월 말 바젤에서 만난 S선배는 그런 누리를 보고, 아이가 이 말을 많이 쓴다는 것은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을 들을 땐 '내가?'했는데 곰곰히 돌아보니 많이 쓴 것 같다.하지만 누리의 때가 한 참 뭐 닦고 흉내 내기 좋아하는 때라 꼭 내가 많이 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고 변명. 설거지 하는 모습을 열심히 본 누리는 목욕할 때 목욕 스폰지로 목욕통에 장난감 삼아 넣어놓은..

[+755days] 월동준비 완료

"언제 한 번 만나"하고 연락을 했던 해롤드가 2주 뒤에, 이번 금요일,에 연락이 와서 일요일 오후 동네에서 만나 커피를 한 잔 했다. 사람들이 "언제 한 번 만나"라고 인사하면 그건 그냥 인사인데, 이 친구는 그게 이미 약속이다. 그리고 늦어진데 대해서 미안해 한다. 요즘 세상에, 더군다나 이 코쟁이문화에 참 드문 사람냄새 폴폴 나는 친구이다. 까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누리의 생일 선물을 늦게 준다고 미안해 하며 본인이 고른 원피스를 내민다. 사실 누리의 첫번째 생일에도 이 친구는 옷을 사왔다. 그뿐 아니라 듬성듬성 누리 옷을 사온다. 나보다 옷고른 눈이 나은 것 같아서 "네가 골랐어?"라고 물어봤더니 '그럼 누가?'하는 눈빛이 웃음과 함께 되돌아온다. 골라도 참 여성적인 걸 골라와서 한 번 떠본 것..

[+750days] 내 아이가 보인다

같은 동네 사는 독일인 엄마 한 명이 한 열흘 전 일주일에 한 번 3시간 정도 그 집 아이를 봐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그 엄마가 이틀 반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집에서 일하는 남편이, 하루는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봐주기로 하였는데 나머지 반일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 동네 요가 스튜디오에서 임신요가를 하면서 만난 아이 엄마인데, 그 집 딸은 누리보다 6주 정도 늦다. 하지만 그 집엔 딸과 3살 터울 아들이 있어, 걷기 같은 건 그 집 아이가 더 빨랐다. 그 집 아이는 보고 배우는 게 있으니까. 그 엄마와 다른 영국인 엄마 한 명이 비슷한 시기에 딸들을 낳은 처지라 가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랬다. 영국인 엄마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면서 좀 뜸해지긴 했지만,..

[+749days] 두 돌 발달 리뷰 2years developements review

정확하게는 두 돌하고도 3주를 더한 시점에 이루어진 발달 리뷰. 사실 지난 주에 예약을 했는데, 커뮤니티 건강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담당자가 결근이란다. 그래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나는 받지 못했다. 지나서 보니 그 시간은 내가 벌써 커뮤니티 건강센터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는 시간이었다. 애를 데리고 거기까지 왔는데 낭패였다. 상대방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오후에도 전화해 가까운 시간을 잡아주려고 하였으나, 그 시간엔 이미 선약이 있었다. 다시 예약시간을 잡아 금요일에 전화해 주겠다고 했지만, 금요일에 전화화서는 이번주에 시간을 못잡을 것 같다고. 그런데 어제 오후 전화가 와서 오늘, 내일 시간이 되냐고 물어서 오늘 오전 바로 가게 되었다. 이젠 유모차를 잘 타지 않는 누리. 혼자 걷는다고..

[+737days] 식생활의 작은 변화들

누리는 많이 나아졌다. 가끔 기침을 콜록콜록 하기는 하지만 아픈 것 같지는 않다. 오랜 감기 뒤에 감기는 나아도 기침은 한 동안 남는 - 그런 상태인 것 같다. 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한 뼘씩 자라 있다는 위로의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사실 그게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피부로 와닿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보니까, 사실 24시간 붙어 있지, 자라는 게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아프면 홀쭉해진다더니 누리는 여전히 통통하다, 얼굴은. 엄마 닮아 큰 얼굴/머리 어디 가겠나. 누리가 아파서 음식을 먹지 않는 며칠 동안, 혹은 보통때보다 훨씬 적게 먹었던 며칠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이왕 안먹는 거 이참에 누리의 식생활을 바꿔보자'는. 누리의 식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한국의 이유식과 이곳의 식생활을 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