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 149

[+617days] 재배치

공간을 재배치했다. 우리는 긴 책장을 뉘여놓고 그 위에 TV를 올려놓고 보고 있는데, 원래는 그 책장 안에도 책이 있었다. 그런데 누리가 기기 시작하면서 책 표지만 죽죽 찢어버려서 책을 모두 빼서 치워버렸다. 이 대목에서 이웃들이 다 놀랐다. 이웃들은 아이 때문에 어른의 생활이 변하는 것이 싫단다. 그래서 대부분은 아이방에 장난감을 두고, 놀려면 거기서 놀고 그런식인데 책을 치워버리거나 가구를 옮겨 버리는 일이 잘 상상이 안되는 모양이다.내가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곳이 거실+키친이다 보니 누리도 그렇다. 빈 방이 있지만, 그걸 다 치워서 누리 공간을 만들어주려면 일이 크기도 하고 당장은 거실+키친에서 다 같이 버티고 있다. 책을 빼버린 곳에 장난감을 두니 누리와 TV의 거리가 늘 가까운 것이 고민이었다...

[+611days] 다이애나 기념 놀이터

누리와 놀러간 곳을 생각하다 런던을 아이와 함께 다녀가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올려본다. 런던 하이드파크 안에 있는 다이애나 추모/기념 놀이터. Diana Memorial Playground 한국에선 '다이애나비'라고 하고 여기선 웨일즈 공주 Princess of Wales라고 하는. Memorial Playground니 추모가 맞겠지만, 추모라는 단어와 놀이터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듯하여 기념 놀이터로 썼다. 그런데 이것도 어색하다. 하여간 이런 이름의 '놀이터'다. 공원이 아니라. 보통은 누군가를 기억하며 그 이름을 딴 공원을 조성하는데 그녀의 (영국사람들이 생각하는) 'lovely'한 이미지에 걸맞게 '놀이터'다.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 이런 방문객은 놀이터가 개장하..

[+609days] 엄마를 울리는 장난감

마약 레고 요즘 누리가 가장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레고다. 한국에서 산 레고 듀플레 10561. 이전에는 지비가 쌓아놓은 레고를 무너뜨리기가 일수였는데 한 달 전부터는 혼자서도 잘 쌓고 논다. 옆에서 봐주기만 하면 한 시간도 앉아논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너무 잘 가지고 놀아서 다른 모델을 더 살까 생각도 했지만 누리에겐 레고 블럭 35개나 60개나 별 차이가 없다. 결국은 나 좋자고 사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았다. 그래도 다른 게 사고 싶긴 한 게 솔직한 마음. 그러길래 레고는 마약. 아마도 우리가 어릴 때 가져보지 못한 장난 감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지비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어릴 땐 레고가 부의 상징이었다. 런던에서 가까운 윈저 레고 랜드도 가볼까 몇 번을 지비와 이야기했..

[+607days] 큐가든 Kew Garden

주말마다 나들이 뺑뺑이 오늘은 큐가든 다녀왔다. 4월 말로 도심습지공원 WWT의 연간회원이 끝나고 5월 초 왕립식물원 큐가든 Royal Botanic Garden Kew의 연간회원으로 갈아탔다. 연간회원 가격은 두 배지만 큐가든은 우리가 갈 때마다 친구 2명과 함께 무료 입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나쁘지 않다면서 큰 마음을 먹었다. 큐 팔래스 Kew Palace 사실 올해는 큐가든 연간회원에 가입하지 않고 내년에나 가입할 생각이었다. 이웃의 아이 엄마들이 큐가든 연간회원에 가입한 사람이 몇 있어 가끔 친구로 초대되어 갈 일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왕실 역사유적을 볼 수 있는 1년짜리 회원에 가입하면서 큐가든 할인 쿠폰을 받았다. 큐가든 안에 큐 팔래스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 쿠폰으로 한 ..

[+595days] 말 못하는 수다쟁이

누리가 돌이 넘어가면서 많이들 물어온다, 누리가 얼마나 말을 하는지. 그건 한국의 가족, 친구들은 물론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다. 결론적으로 누리는 아직 엄마, 아빠도 못한다. 그게 영어로 mom, dad가 되었든, 폴란드어로 mama, tata가 되었든. 한국에선 돌 전후로 선명하게 엄마, 아빠는 아니라도 마마, 맘마 정도는 하고 누리처럼 20개월이 다가오면 문장은 몰라도 단어는 꽤 아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20개월 아기들은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다, (한글)단어장을 가지고 놀면서 단어를 가르친다는 엄마의 블로그를 보고 (심하게) 기겁했다. 솔직하게 걱정이 좀 되기 시작했다. 물론 누리는 영국에 살면서 나와는 한국어, 아빠와는 폴란드어로 말하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이 보통 한..

[+587days] 깡통로봇 2.0

어젯밤 지비에게 누리의 머리를 잘라보겠다고 했다. 뒷머리를 자르지 말라는 지비의 당부에 따라 앞머리만, 누리가 낮잠 잘 때 잘라보려고 했다. 일본에서 사온 아이 머르자르기 Kit은 고요히 모셔만 두었던터라. 그런데 오늘 아침 누리가 TV를 너무 집중력있게 보는거다. 이때다 싶어서 가위를 가져와서 누리를 무릎에 살포시 앉혔다.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누리. 뒤에서 잡고 잘랐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자른거다. 더군다나 사선으로. 잘못 자른 머리라고 다시 손을 대는 건 재앙을 불러오는 일이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그런데 놀이터에 데려가 놀리면서 보니 아무래도 사선으로 잘린 앞머리가 걸린다. 가르마쪽이 짧아 원래 그런척하려고해도, 사선으로 앞머리 자르기도 하니까, 오른쪽과 왼쪽이 꽤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집에와..

[+576days] 낮잠자는 침대 위의 천사

지난 주말 내내 부모에게 끌려다니느라, 우리 입장으로서는 누리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나들이였지만, 그 때문에 평소보다 늦게 낮잠이 들었다. 객관성 없게 내 딸이라서 천사라는 게 아니다. 아이 딸린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애가 아무리 울트라 말썽쟁이라도 잠잘 땐 다 천사같다. 잠잘 때 더 이뻐보인다. 낮잠 1 누리는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 시간 정도의 낮잠을 잔다. 간혹 2시간 반씩 자는 경우도 있다. 지비가 누리가 다른 집 아이들보다 늦게 잠드는 이유가 낮잠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결과 낮잠과 밤잠은 별개인 것 같다. 낮잠을 많이 자도, 적게 자도 잠드는 시간은 9시~9시반으로 비슷비슷하니까. 이웃의 아이들은 길어야 낮잠을 30분 정도 잔단다. 그렇게 하루에 두 번 정도 자고 저녁 7시..

[+566days] 비 오는 날

오늘처럼 하루 종일 비 오는 날이 힘들다. '가장 힘들다'라고 쓰려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날씨와 상관없이 더 힘든 날도 있었기 때문에 '가장'은 뺀다. 사실 하루 종일 비가 온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싫으나 좋으나 집에서 보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오전엔 잔뜩 흐렸을 뿐 비가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습도가 높아 사방은 축축. 나갈까 말까를 몇 번을 망설이다 집에 있었는데, 그런 탓에 누리도 에너지 방전이 덜 되서 낮잠 자기가 무척 힘들었다. 겨우 재우고 잠시 앉았다. 졸음이 밀려오기 전에 얼른 헤치워야지 하면서, 토요일에 다녀온 도심습지공원 WWT. 작년 이맘때 협 Bro가 영국 다녀가면서 처음 가보고, 그때 연간회원으로 가입해서 몇 번을 갔는데 더 이상 연간회원을 연장하..

[+562days] 잠 못 이루는 밤

GMT+1 지난 일요일부터 써머타임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잠잘 시간 한 시간 손해보는 것쯤은 늦가을에 되받으니 참을 수 있는데, 누리의 취침시간이 한시간 늦어진 것 같아 영 힘들다. 한참 동안 누리는 아침 7시 기상, 오후 1-3시 낮잠, 저녁 9시 취침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써머타임 때문에 대략 아침 7시 반 기상, 오후 2-4시 낮잠, 저녁 10시 취침으로 바뀌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문제는 우리가 저녁에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고, 블로그 끄적여 볼 시간도 없고, 뉴스 첫머리는 매일 놓치고 있다. ...라고 누리 낮잠 잘 때 썼는데 지금 시간 9시 20분. 누리가 벌써 잠들었다. 오전에 도서관 세션 데려갔다가, 집에 와서 점심 먹고 약간 짧은 듯한 낮잠자고, 다시 깼을 때 마침 병가(?)로 집에 ..

[+559days] 우리집 왕놀이

그렇지 않아도 우리집 '슈퍼 갑님'인 누리가 감기가 걸려 '킹왕 슈퍼 갑님'이 되셨다. 밖에도 못나가고 집에서 저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TV도 저 보고 싶은대로 다 보고 있다. 밖에 못나가니 TV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기전에 한 번 걸리고 두 달여 만인듯. 어째 지난 주 씽씽 바람 부는 암스테르담에 다녀오고서도 멀쩡한 게 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목요일 도서관 음악 세션, 금요일 큐가든 놀이터 다녀왔는데 토요일 오후부터 콧물이 삐질. 행여나 내가 토요일 이른 오후 폴란드에서 온 지비의 아버지를 탓할까 지비는 먼저 감기는 잠복기가 있으니 도서관이 의심된다 하면서 호들갑. 그 도서관은 평소에 가던 곳이 아니라 약간 번잡한 쇼핑센터 옆이라 나도 찜찜하다. 감기가 나아도 이번 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