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 149

[+673days] 슈팅 라이크 베컴 - 누리편

영국 사람들은 축구를 많이 볼뿐 아니라 많이 하기도 한다. 그것도 어릴 때부터. 예전부터 오며가며 공원에서 벌어지는 축구교실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거기에 사인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물론 나 말고 누리. 보통은 한 학기 단위로 진행되는데 여름 방학 때는 세션당(시간당) 등록이 가능해서 오늘 처음 해봤다. 사실 이걸 해볼까 생각할 때는 누리가 수영을 너무 싫어해서 잠시 쉬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수영이 어차피 여름 방학 동안 쉬기도 해서 해보기로 했다. 집 근처, 걸어서 3분 거리 공원에서 열리는 축구교실에 등록했다. 공원은 장소일 뿐이고 Little Foxes Club이라는 사설단체가 운영하는 축구교실이다. 나름 잉글랜드 축구협회 협력업체 뭐 그런 광고문구를 단 회사다. 공원 다른 편에서는 또 ..

[+670days]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늘 그렇지만 평일보다 (약간) 빡센 주말이 다 가고 있다(휴-). 혼자서 누리랑 씨름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고요한 평일이 그리워질 때 주말이 다 간다. 그리고 평일에 지쳐갈 때 다시 주말이 온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산다. 이번 주말은 나는 정말 빡셌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지비는 알찼다고 평가하고 있다. 둘의 차이는 나이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드디어 누리의 수영 여름 세션이 끝나는 날. 지난 3개월 동안 토요일을 반납한채 지냈다. 누구보다 물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누리와 애쓴 지비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 12-18개월 때는 수영을 무척 즐겼는데, 그 뒤 3개월 간 휴식을 가지고 다시하니 너무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비는 다음 세션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내가 하고 싶..

[+667days] 산 넘어 산

한 일주일 전부터 누리가 영 먹지를 않는다. 낮잠 재우기를 포기하고 그 패턴에 적응했더니 다른 산이 나를 가로막는다. 모유 수유가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먹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처음이다. 한국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이웃의 라헬은 누리의 식사량에 늘 놀란다. 그리고 포동포동한 누리를 보고 내가 잘해(?) 먹여 그렇다고 생각한다. 단지, 아시안이라서 얼굴만 크고 포동한 것을. 일주일 동안 누리의 식사시간마다 내가 하루씩 늙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오늘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문제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최근 들어 가끔 뵙는 Y님은 늘 누리의 식사량이 너무 작다고. '그런가?' 싶었다. 사실 누리가 이유식을 담아먹던 통을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다. 예전엔 유동식을 그 정도 먹었다면, ..

[+658days] 버블아줌마

이곳에서 일년 중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몇 날이나 되겠냐며, 비가 오지 않는 요즘 누리를 매일 오전, 오후 데리고 나간다. 처음 오전에 놀이터에 데리고 간 것은 점심을 먹인 후 잘 자게 하기 위해서였고, 요즘 들어 오후에도 데리고 나가는 이유는 혹시라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뒤늦으나마 낮잠을 잘까해서였다. 그런데 오전, 오후 데리고 나가서 열심히 굴려도(?) 이젠 누리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가끔 차를 타고 나가는 주말이면 돌아오는 길에 잠깐씩 잠들기는 한다만. 오전에 가는 동네 공원 놀이터는 작지는 않아도, 넓지도 않다. 거기에 누리를 풀어놓아봤자 30분을 보내기가 참 어렵다. 그 나이의 특성상 한 가지 놀이기구에 5분 이상 머물지 않으니. 한 때 그네 위에서 10분, 20분 보내기도 했지만 이젠 ..

[+655days] 말문

누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라기 보다 몇 개의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하는 단어보다 이해하는 단어는 더 많다. 그 전에는 엄마/아빠도 못하면서 사람들만 보면 손 흔들며 하이/바이만 주구장창했을 뿐이었는데. 지난 주에 누리가 처음 내뱉은 말은 볼ball이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정확하게 [볼] 한 것은 아니고 [보-ㄹ] 정도로. 이 말을 듣고 좀 놀란 이유는 나는 누리에게 볼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이라고 한다. 가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자기 공을 뺏기고 슬퍼할 때가 있는데 그 때나되야 나누라고 말하며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영어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 내뱉은 말이 '볼'이라니. 지비와 이야기해본 결과 TV에서 들었거나,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거..

[+643days] 딘 시티 팜 Deen City Farm

런던 시내에 시티 팜 City Farm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도시에 있는 농장인데, 런던 내이기는 하나 시내라기는 그렇고, 그런데 위치상 도심이긴하고 그렇다. 작년부터 누리가 크면 가보자하고 있었는데, 마침 동쪽 런던에 사는 S님 집 근처에 시티 팜이 하나 있어 겸사겸사 S님도 보고 시티 팜에 가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계획을 너무 미리 세운 나머지, 2주 전에 대략적인 시간약속을 했는데 2주 동안 연락이 없어 안온다고 생각한 S님은 다른 약속을 잡으셨다, 약속이 불발되었다.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서쪽 런던에 있는 시티 팜을 검색해서 우리 끼리 가기로 하였다. 서쪽 런던에는 시티 팜이 딱 한 군데. 동물원 만큼 비싸지는 않지만 유료라서 남쪽 런던에 있는 무료 시티 팜으로 낙점. 동쪽 런던 보다 ..

[+639days] 누리집

어제 누리 장난감을 하나 새로 들였다. 주문은 주말에 했지만, 어제 드디어 도착. 플라스틱 집이다. 보통 정원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장난감인데, 정원도 없는 우리가 이 장난감을 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지비는 일단 아이들 텐트를 사고 싶어 했다. IKEA에 갔는데 누리가 너무 좋아해서. 그때마다 내가 말했다. 마치 우리 부모님 세대나 할법한 대답 - "머리에 이고 있을래?"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기온이 높아져 발코니 문을 여니 잽싸게 나가는 누리. 나가서는 내가 심어놓은 푸성귀들을 탄압했다. 화분의 흙을 파는 건 당연하고, 새싹이 나온 것은 똑똑 따버렸다.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는데, 발코니 바닥에 시멘트 블록이 있고, 그 블록 아랜 돌이 있는데 그걸 발코니 밖으로 던지는 누리. 발코..

[+637days] 아빠의 시간

지난 열흘 간 누리와의 치열한 대치(?)를 마무리하며 어제 내 마음도 조금 정리가 됐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빠의 시간'인 것으로. '아빠와의 시간'이 아닌 '아빠의 시간'. 낮잠 갈등의 시작은 사실 낮잠이었다. 누리가 낮잠을 자야 나도 한 숨 쉰다. 누리도 밤잠에 들기 전까지 징징거리지 않고 오후와 저녁시간을 보내려면 낮잠이 무척 중요하다. 열흘 전 쯤 Y님 집에 놀라갔다 왔을 때 그 집의 장난감이 준 흥분이 누리를 잠들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 날만. 그런데 낮잠을 자지 않으려는 누리는 주말을 넘기고, 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계속됐다. 평소 낮잠을 자던 시간에 나는 누리를 재우려고 했고, 누리는 한사코 거부했다. 내가 멈추지 않으면 날도 더운데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울었다. 나는 높은 ..

[+632days] 소싯적 이야기

누리를 키우면서 지비와 나는 각자 어렸을 때 이야기를 가끔한다. 잠들기 전 한참을 뒹굴며 편안한 자세를 잡기 위해 뒤척거리는 누리를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꼭 깔아놓은 이불 위에서 뒹구는 누리를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나도 그랬다"며, 그 기분을 "이해한다"며. 어느 날은 지비가 누리에게 바나나를 주려다 말고 이야기를 꺼냈다. 누리는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바나나를 간식으로 먹는다. 유기농까지는 아니여도 늘 공정무역 상품으로. "세상 참.."하면서 시작한 이야기는 지비는 열 살이 넘어서 바나나를 처음 먹어봤다고 한다. 참고로 지비의 나라 폴란드는 열 살이 다 될때까지 공산권 국가. 어느 날 아버지가 바나나를 사와서 먹으라고 주었는데 지비 표현 그대로 "embarrassed" 당황했다..

[+631days] 혼자 보기 아깝고, 힘들고

누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가끔든다(아이그 팔불출!). 하루가 다르다는 건 좀 과장이고 한 달 한 달이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놀란다. 그래서 이 시기에 가족들과 누리의 성장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한국은 멀고, 가는 건 여건 상 힘들고 그렇다. 예전에 오소희씨 책을 읽는데 그런 표현이 있었다 - '아들을 보고 있으면 핥아 먹고 싶다'는.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표현이 참 '거시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누리를 보고 있으면 핥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확 깨물어주고 싶은 정도의 생각은 든다. 이건 이뻐서 뽀뽀해 주고 싶은 거랑은 다른 거다. 누리는 아무리 가르쳐도 뽀뽀해 주지 않는다. 그러다 가끔 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