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655days] 말문

토닥s 2014. 7. 6. 05:20

누리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이라기 보다 몇 개의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하는 단어보다 이해하는 단어는 더 많다.  그 전에는 엄마/아빠도 못하면서 사람들만 보면 손 흔들며 하이/바이만 주구장창했을 뿐이었는데.


지난 주에 누리가 처음 내뱉은 말은 볼ball이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정확하게 [볼] 한 것은 아니고 [보-ㄹ] 정도로.  이 말을 듣고 좀 놀란 이유는 나는 누리에게 볼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이라고 한다.  가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자기 공을 뺏기고 슬퍼할 때가 있는데 그 때나되야 나누라고 말하며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영어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 내뱉은 말이 '볼'이라니.


지비와 이야기해본 결과 TV에서 들었거나,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들었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K선생님 말씀처럼 아이가 귀신이 아니고서야 듣지 않은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 다음 한 말은 버블bubble이다.  이것 역시 정확하게 [버블]하지 않고 [버브] 정도.  그런데 이 말은 내가 '버블'이라고 한 것 같다.  비누방을 불어주면서 "비누방울비누방울"하기보다 "버블버블"이 짧으니까.  뒤늦게 '비누방울'로 정정하려니 쉽지 않다.


그 뒤로도 바나나를 [바나]로, 치즈를 [치으]로, 렛츠고를 [레쯔고]로, 헬로를 [헤로]로 말한다.  이제 아기들이나 할법한 하이/바이는 하지 않는다.


왜 모두 영어일까 혼자서 생각 많이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쓴말이 영어였거나, 지비와 나 사이에 오가는 말이 영어이기 때문일테다.  그리고 TV 역시 그러하고.  그럼 '내 탓'인가하고 반성하려니 좀 억울하긴 하다.  한국서도 바나나는 바나나라고, 치즈는 치즈라고 하니까.  우리 말에 외국어/외래어 참 많다.



까꿍 책(장을 넘기며) 읽는 (시늉을 하는) 누리


그런데 대체 터진다는 말문은 언제 터지나.(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