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 149

[+921days] 친구

누리도 '친구'라는 말을 안다. 하나의 장난감을 두고 다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만나면 걱정 없이 둘 수 있는 친구는 지난해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돌보았던 이웃의 탈리타. 친구1. 아이의 엄마 말에 의하면 탈리타는 스쿠터나 인형을 오빠도 못만지게 하는데 누리가 만지게는 해준다. 그리고 집에서도 가끔 누리네 놀러가자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런데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안녕" 한 마디를 하지 않는 묵뚝뚝한 아이라 나를 가끔 놀라게 한다. 누리만 요란하게 손 흔들고 "안녕 탈리타" 한다. 주로 헤어질 땐 누리는 더 놀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반면 탈리타는 인사도 없이 돌아서 간다. 지난 화요일 집에서 가까운 공원 안에 있는 아동센터에서 유아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리가 탈리타의 가방도 챙겨주고..

[+905days] 봄이 오면

'봄'이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봄이 성큼 다가와도 누리가 성큼 자라나 밥도 잘 먹고 저 할일 알아서 척척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그래도 정말 3월이면 봄인 것인지 하루하루 낮의 길이도 길어지고 햇살도 하루가 다르게 포근해지고 있다. 이젠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해도 춥다는 생각보단 상쾌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드니까. 나비춤 지난 주 창문을 열어두어도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어느 날 오후, 누리가 보여준 나비춤(?). 사실 춤은 아니네, 그저 나비가 날아다니는 걸 형상화한 것이니까. 머리에 나비모양 핀 4개 동시에 꼽고 훨훨훨-. 누리가 걷기 전후로 쓰던 플레이 팬(스)의 볼들은 겨울 내내 쏟았다, 담았다 하는 놀이감으로 썼다. 요즘은 빨랫감을 담아두는 바구니를 끌고와(물론 빨랫감은 바닥에 다 내..

[life] 죠나 żona

어제 오전 동네 공원 안에 있는 까페에서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이 만남의 시작은 지난 화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이제 나타나셨어요!" 지난 화요일 이웃의 아이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공원에 가자고 했다. 날씨는 추웠으나 비는 오지 않았으므로 그러마 했다.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이웃이 없는 것이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늘 이런 식이다)해서 이왕 나왔으니 누리 혼자라도 조금 놀리다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웃이 전화가 왔다. 공원 내 있는 아동센터에 있다고. 아이들과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이쪽으로 오지 않겠냐고. 딱히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추워서 그러기로 했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절반쯤 지났을 때였고, 누리는 시끄러운 오디오 소리에 끼..

[+878days] 아빠들의 착각

누리를 키우면서, 대하면서 생기는 지비와 나의 차이가 남녀간의 차이인지, 문화간의 차이인지 가끔은 궁금하다. 하루하루 흘러가면서 혼자서 내리는 결론은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보다는 남녀의 차이가 더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 경우 그렇고, 특히 육아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아이가 울지 않으면 괜찮다. 누리가 한 돌이 되기 전엔 이 문제로 참 많이 다퉜다. 상황은 이렇다. 아이를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내가 지비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저녁 준비를 하곤 했다. 그러면 지비는 아이를 바운서에 놓고 앉아 휴대전화를 보거나 하며 자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나는 아이가 하루 종일 나만 보며 얼마나 지루했겠냐며 좀 놀아주라고 했는데. 그 때마다 지비는 그래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비의 말은 아이가 울지 않는..

[life] 대양을 꿈꾸는 금붕어

누리 감기로 인해 오늘까지 집콕 만 3일째. 누리의 감기는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접어들었고, 지비와 내가 감기 바통을 이어 받아 아직 정점으로 향해하는 중이다. 낮에 햇살이 잠시 비출 때 누리를 유모차에 넣고 잠시 걸으러 나갈까 갈등이 되긴 했다. 누리도 누리지만, 내가 메롱이라 오늘까지만 집에 있기로 마음을 정했다. 집에만 있어도 누리는 잘 먹고 잘 논다. 아프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TV도 많이 보지, 먹고 싶은 것들 다 먹지 아쉬운 것이 없는 누리. 한참 동안 입지 않던 옷, 한참 동안 가지고 놀지 않던 장난감, 한참 동안 보지 않던 책들도 꺼내 새 것인 양 즐겁다. 물론 그 나이 땐 (늙은) 엄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까꿍만 해줘도 즐거울 때이기는 하다만. 이 좁은 집안에..

[+852days] 겨울이 더디다

작년 이맘때 한국에 있었는데 그 때는 시간이 총알 저리가라로 흘러가더니만 올 겨울은 참 더디 가고 있다. 누리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 힘들게 느껴지고 있다는 말. 누리의 TV시청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일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누리와 함께한 지난 겨울들은 어떻게 보냈던가 생각해보니 아무리 추워도 비만 안오면 아이를 유모차에 넣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책삼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걸었다. 그때는 누리가 유모차 보온커버 안에 앉아 있으니 그게 가능했다. 지금은 긴 시간을 유모차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걷다가 추우면 안아달라고 한다. 저 몸무게는 작년, 그 전해에 비해 몇 배로 무거워졌건만. 그래서 점점 더 집을 나서기가 어렵다. 그..

[+849days] 육아에 관한 생각 - 아이의 입장

또 뱀과 사다리 지난 월요일 실내 놀이터 뱀과 사다리에 또 다녀왔다. 지비가 주말 토요일을 본인 취미활동에 쓰고 그 날 하루 고스란히 누리를 감당한 나를 어여삐 여겨(?) 월요일 휴일을 냈다. 그런데 날씨가 구리구리. 그래서 살짝 비싼 느낌이었던 뱀과 사다리 놀이터에 가기로 하였다. 방학기간이 아닌 평일이어서 지난 번 보다 살짝 가격이 낮기도 하여서. 도착하고보니 텅텅 빈 실내 놀이터. 지난 번엔 날뛰는 언니 오빠들 때문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던 구조물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누리가 기대했던 것은 퐁퐁 뛰는 트램폴린이었는데, 이 구조물에서 노느라 트램폴린은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사람 없는 평일이라도 2시간 사용제한은 여전해서 1시간 반 정도 놀리고, 반 시간 점심으로 싸간 빵을 먹였다. 사실 그것도..

[+842days] 누리이모

페이스북으로는 사진이 올라갔지만 블로그엔 올릴 겨를이 없었던 근황. 1월 1일 6개월을 기다렸던 작은 언니가 왔다. 그리고 정신 없는 6일이 흘러갔고, 언니는 원래 방문의 목적인 친구들과의 터키여행을 위해 어제 이스탄불로 날아갔다. 공항에서의 지루한 기다림 뒤에 이모를 만난 누리는 바로 "이모! 이모!". 심지어 잡아준다는 내 손마저 내팽겨친 누리. 1년 전에 본 이모를, 가끔씩 스카이프로 얼굴 본 이모를 기억해서가 아니라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리에게 '이모'가 되니까 그 호칭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모른다, 1년 전의 얼굴을, 화면으로 본 이모의 얼굴을 기억하는지도. 런던 아이와 런던 아이 (2014) 6일 동안 시차로 고생하던 언니를 부지런히 괴롭힌(?) 누리. 언니가 떠날 때, 공항에..

[+831days] 뱀과 사다리 실내놀이터

'뱀과 사다리' - 우리가 '뱀놀이' 또는 '뱀주사위놀이'라고 하는 그 놀이 맞다. 예전에 이 놀이가 여러 나라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에만 있는 놀이인줄 알았기 때문에. 하여간 이런 이름을 가진 실내놀이터에 다녀왔다. 이름 참.. 4일 간의 연휴를 맞아 셋이서 집에서 뒹굴다 못해, 동네에 차마시러 나가긴 했지만 날씨가 추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몰라라 하다가, 주로 휴일은 지비가 누리를 커버하니까, 이래서야 어떻게 방방 뛰는 아이와 추운 겨울을 집에서 나겠냐며 유아체육관toddler gym을 검색하다 발견한 실내놀이터. 차로 20분 거리. 지비에게 말하니까 당장 가잔다. 그래서 점심 먹고 고고. ☞ 참고 http://www.snakes-and-ladders..

[+828days] 누리의 킴미(크리스마스)

누리와 함께 하는 세번째 크리스마스. 이브 얼마 전에 만난 지비의 사촌 형수가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 했냐길래, 누리가 어린이집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하기로 지비와 합의했다고 하니 "왜? 왜? 왜?"라고 마구 물음표를 날리셨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아니 지비가 종교적인 사람도 아니거니와(나는 당연히 아니지) 그보다도 누리가 기억하지 못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장식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누리의 본격적인 사회화가 시작되는 시점(어린이집)엔 저도 보는 게 있으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도 그냥 지나가긴 뭐해서 이브에 반일 휴일을 낸 지비와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다. 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인데, 햇빛이 너무 좋길래, 페이스북에서 반응이 뜨겁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