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673days] 슈팅 라이크 베컴 - 누리편

토닥s 2014. 7. 24. 06:07

영국 사람들은 축구를 많이 볼뿐 아니라 많이 하기도 한다.  그것도 어릴 때부터.  예전부터 오며가며 공원에서 벌어지는 축구교실을 보기는 했지만, 내가 거기에 사인 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물론 나 말고 누리.


보통은 한 학기 단위로 진행되는데 여름 방학 때는 세션당(시간당) 등록이 가능해서 오늘 처음 해봤다.  사실 이걸 해볼까 생각할 때는 누리가 수영을 너무 싫어해서 잠시 쉬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수영이 어차피 여름 방학 동안 쉬기도 해서 해보기로 했다.  집 근처, 걸어서 3분 거리 공원에서 열리는 축구교실에 등록했다.  공원은 장소일 뿐이고 Little Foxes Club이라는 사설단체가 운영하는 축구교실이다.  나름 잉글랜드 축구협회 협력업체 뭐 그런 광고문구를 단 회사다.  공원 다른 편에서는 또 다른 축구 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1시간에 5파운드.  좀 큰 아이들은 반나절, 종일반도 있지만 누리는 유아니까 1시간.  수영이 30분임을 생각할 때 1시간을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쉽게 흘러갔다.


마침 놀이터에서 간간히 보던 아이 한 명도 있었다.  그 아이와 30개월쯤 되어 보이는 다른 아이, 그리고 누리.  10명은 훨씬 넘어 보이는 다른 연령 수업에 비해서 이 선생은 쉬운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그게 아니었다.  말을 안듣는다기 보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 시간 내내 말한 선생이 아이들보다 더 힘들어보였다.





처음 보는 선생이 낯선 누리는 처음 5분은 나한테 매달려 있었다.  다른 아이 하는 것 보기만 하다가 (답답한지) 내려가겠다고 해서 내려줬더니 공을 주워온다.



약간 등산 복장 누리.




선생이 멀리 놀러나간 다른 아이, 놀이터에서 만나던 루이스, 데리러 간 사이 둘이서 공 넣고, 넣은 공 도로 빼고.



선생이 공을 발로 차서 쓰러뜨릴 용도로 세워놓은 콘(?)은 쫓아다니면서 다시 포개어놓고.



선생이 겨우 애들 둘 데리고 세워놓은 콘을 향해 공을 차고 있는 사이 누리는 뒷편에 세워놓은 골에 공을 던지고.



선생이 다른 애들 둘 데리고 골로 공을 차보라니 뒷편으로 돌아가 숨겨놓은 콘을 다시 쌓고.



골로 공을 차보라니 계속 손으로 던지고 저희들끼리 좋다고 박수치고.




훌라후프 사이로 공을 차보라니 훌라후프 던지고, 목에 걸고.



1시간 끝내고 선생이 하이 파이브 하자니까 셋 다 안쳐주고.

정말 지지리도 말을 못알아듣는 세 명의 아이들.  땡볕에서 보낸 한 시간이 힘들긴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웃겼다.


루이스는 아기 돌보미와 함께 와서 그 아기 돌보미는 그늘에 앉아 쉬는데, 누리는 내가 조금만 멀어져도 나를 찾아서 한 시간 내내 아이들 옆에 있었다.  보조 강사가 된 기분이었다.  할인 안해주나.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를 나눠주었다.  누리가 환장하는 스티커. 





의외로 누리가 좋아해서 다음 주에 또 할 생각이다. 
물론 다음 주가 되면 누리는 또 그 선생을 한 4분쯤 낯설어 하겠지만.  그 분 수가 점점 줄어들겠지, 계속 하다보면.


어제도, 오늘도 땡볕에서 움직였더니 나는 기진맥진.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잠시 멍하게 있던 누리는 점심 먹고 다시 생생.  나는  TV 켜주고 15분간 기절했다.


+


참고로 한국에 〈슈팅 라이크 베컴〉이라고 소개된 영화의 원래 제목은 〈bend it like Beckham〉.


+


지비랑 나는 또 토론을 시작했다.  누리가 축구 선수가 되면 어느 나라로 뛰게 할꺼냐.  지비는 당연 축구는 잉글랜드란다.  그런데 한국 여자축구도 잘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