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679days] 엄마라는 이름의 전차

토닥s 2014. 7. 30. 05:57

어제 Y님과 아이들 데리고 공원에 가려다 비가 올 것 같아 아침에 다음으로 연기하였다.  섭섭한 기운이 가시지 않아 결국 Y님과 커피라도 마시자며 만났다.  까페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그리고 곧 그것은 우리들에게도 고통과도 같은 시간이라 가까운 쌈지공원(?)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커피를 마시러 갔다.  그 자리에서 누리는 미리 준비해간 점심을 먹었고, 어제 영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 Y님네 딸님도 간식을 먹었다.  그러다 누리가 까페 바닥에서 뒤집어져 짜증을 부리는 마당에 그 길로 헤어져 집에 왔다.


누리는 요즘 새벽같이(6시 반) 일어난다.  그러니 오후가 되면 저도 피곤해져 밖에 데리고 나가도 잘 놀지도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낮잠도 자지 않으니 서로서로 예민한 상태.


하여간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뒤늦은 점심을 급하게 먹으려고 보니 딱히 먹을 것도 없고,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간단히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물 부어놓고 익기를 기다리는데, 걸려온 지비의 전화.  진로 상담(?) 마치고, 나는 듣기만 저는 떠들기만, 나니 컵라면이 불었다. 끊어져서 겨우 먹었는데 뭔가 허탈해서 지비가 간식으로 먹겠다고 사다놓은 짜장범벅도 먹었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 힘들었던 오후.  허탈함과 배고품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둔함의 결과였다.



컵라면을 먹는 사이 Y님이 문자를 보내서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다, '엄마라는 이름의 전차'.


요기 아이들은 2~3살이 되면 다들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한국서는 퀵보드라고 하는.  누리가 Y님네 딸님의 스쿠터를 너무 탐내서 볼 때마다 그 집 딸님이 너무 힘들어한다.  엄마는 누리가 아기니까 태워주자지, 그러기는 싫지.ㅋㅋ

나는 이 스쿠터를 최대한 늦게 사주려고 했다.  한 번 생기고 나면 유모차를 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데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막 열심히 검색중에  Y님이 문자를 보내오셨다.  내가 스쿠터가 생기면 유모차를 안탈 것 같아 늦게 사주려 했다고 하니 그래서 엄마들은 유모차에 그 스쿠터 올려 2개를 다 들고 다닌다고.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저질체력인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했더니 그때 Y님이 하신 말씀이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의 전차인데 어쩌리요.."였다.


하지만 (계속) 나는 오래된 저질(체력) 전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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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다 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 7월 더위에 영국의 훈련받던 군인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 뉴스 뒤에 만난 친구 알렉산드라에게 말했다.  "내가 군인이 된 기분"이라고.  "앞에는 아기 캐리어로 누리 안고, 뒤에는 무거운 가방 매고 있으니".


그 즈음 만난 S님은 그렇게 앞뒤로 매고 빈 손(?)에는 유모차를 끌고 있으니 날 더러 대단하다 하셨다.  어떻게 그러냐고.  물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야 하니까 그렇게 다니는 것이지.  그 때 어제 들은 "엄마라는 이름의 전차인데 어쩌리요.."를 S님께 해줬어야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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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보다 낫지만, 그래도 만만하지 않은 어제 오늘이었다.  육아의 슬럼프는 달거리도 아니건만 매달 찾아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