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658days] 버블아줌마

토닥s 2014. 7. 9. 07:04

이곳에서 일년 중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몇 날이나 되겠냐며, 비가 오지 않는 요즘 누리를 매일 오전, 오후 데리고 나간다.  처음 오전에 놀이터에 데리고 간 것은 점심을 먹인 후 잘 자게 하기 위해서였고, 요즘 들어 오후에도 데리고 나가는 이유는 혹시라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뒤늦으나마 낮잠을 잘까해서였다.  그런데 오전, 오후 데리고 나가서 열심히 굴려도(?) 이젠 누리는 낮잠을 자지 않는다.  가끔 차를 타고 나가는 주말이면 돌아오는 길에 잠깐씩 잠들기는 한다만.


오전에 가는 동네 공원 놀이터는 작지는 않아도, 넓지도 않다.  거기에 누리를 풀어놓아봤자 30분을 보내기가 참 어렵다.  그 나이의 특성상 한 가지 놀이기구에 5분 이상 머물지 않으니.  한 때 그네 위에서 10분, 20분 보내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일이 없다.  한참을 보냈나 싶어 시계를 보면 30분쯤 흘렀고, 이제 한 시간 채우고 돌아갈 때 되지 않았나 시계를 보면 45분이 지났을 뿐.  정말 시간 안간다.  누리는 그 시간이 어떻게 느껴질까 가끔 궁금하긴하다.


오후엔 다른 방향에 있는, 하지만 여전히 3분 거리인 조금 크기가 있는 다른 동네 공원에 간다.  누리를 재울 목적이기에 걷기 좋은 공원.  놀이터도 있지만, 이 공원에선 잘 가지 않는다.  걷거나 잔디밭에 풀어놓는다.  그러면 누리는 나무조각이나 잡다한 쓰레기를 줍거나 풀을 뜯는다.


동네 공원에 나갈 땐 늘 유모차에 비누방울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물, 간식과 함께 담아나간다.  누리는 잘 놀다가도 "버블버블"을 외치며 비누방울을 찾는다.  문제는 비누방울을 한 번 만들어주기 시작하면 주변에 아이들이 다 모여든다.  그때부터 누리는 모여든 아이들 구경한다.


놀이터에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가다보면, 주로 오전에, 반복적으로 만나지는 아이들과 엄마들 또는 돌보미들이 있다.  특별히 아이들이 같이 놀지 않으면 나도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녕안녕 정도는 한다.  아이들끼리도 얼굴이 익숙해지는지 먼저 발견하면 웃기도 하고, 편하게 어울려 놀기도 한다.  하여간, 그렇게 만나지는 아이들 중에 쌍둥이가 있다.  돌보미와 함께 오는.  15개월 남녀 쌍둥이인데, 누리가 비누방울을 터뜨린다고 쫓아다니면 같이 쫓아다닌다.  그런데 오늘 그 쌍둥이 중에 하나가 나를 보자말자 '버블'하면서 달려온다.  심지어 내가 비누방울을 만들지도 않고 있었고, 누리는 그네타고 있었는데.  졸지에 '버블아줌마'됐다.

가끔씩 보면 동네 공원에 와서 늘 비둘기 밥주는 '비둘기 할머니', '비둘기 할아버지'들이 있는데, 내가 그 비슷한 놀이터 명물(?)이 된거?



 





2주 전 큐가든 by 유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