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562days] 잠 못 이루는 밤

토닥s 2014. 4. 4. 06:32

GMT+1


지난 일요일부터 써머타임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잠잘 시간 한 시간 손해보는 것쯤은 늦가을에 되받으니 참을 수 있는데, 누리의 취침시간이 한시간 늦어진 것 같아 영 힘들다.  한참 동안 누리는 아침 7시 기상, 오후 1-3시 낮잠, 저녁 9시 취침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써머타임 때문에 대략 아침 7시 반 기상, 오후 2-4시 낮잠, 저녁 10시 취침으로 바뀌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문제는 우리가 저녁에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고, 블로그 끄적여 볼 시간도 없고, 뉴스 첫머리는 매일 놓치고 있다.


...라고 누리 낮잠 잘 때 썼는데 지금 시간 9시 20분.  누리가 벌써 잠들었다.  오전에 도서관 세션 데려갔다가, 집에 와서 점심 먹고 약간 짧은 듯한 낮잠자고, 다시 깼을 때 마침 병가(?)로 집에 있는 지비와 집 근처 놀이터에 데려가 잠시 놀렸다.  그랬더니 잠들었다.  그래서 이곳의 엄마들은 애들을 부지런히 밖으로 돌리는구나.  그런거였구나.  앞으로 비 안오면 오전, 오후로 열심히 댕겨야겠다.



엄마들의 지갑을 열어라


어제 지비가 아파서 회사를 쉬었다.  그 전날 저녁 아파서 회사에 못가겠다고 했을 때부터 오전에 장봐와서 닭이라도 삶아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누리도 아팠으니 닭죽도 만들고, 막상 아침에 일어나니 무척 귀찮아졌다.  그래서 한인타운 뉴몰든에 있는 한국 식당에 가서 갈비탕을 먹기로 했다.


런던엔 한국식당 꽤 있는데, 별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다시 갈만한 곳은 한 손으로 다 꼽을 정도다.  그 중에 한 곳이 우리가 갈비탕을 먹으로 다니던 식당 진고개.  임신하고서 열심히 다니다가, 출산 후 차를 팔면서 먼 한인타운 뉴몰든까지 밥을 먹으러 갈 일이 없어졌다.  차를 렌트하거나,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로 뉴몰든에 가도 다른 식당으로 가곤해서(진고개는 다 좋은데 먹고나면 옷에서 냄새가 좀 많이 난다) 거의 2년만에 간 것 같다.  진고개는 고기 종류가 다 먹을만하고, 5파운드짜리 갈비탕이 이름 있는데, 안다니던 시간 동안 6파운드로 올랐다.  그렇다고쳐도 넉넉한 고기량이며 반찬이며 꽤 괜찮다, 단 내겐 좀 짜다.  이 갈비탕을 점심으로 먹고나면 저녁 생각이 안들정도니까.


어제 가보니 유난히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손님들이 많았다.  2년 전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갔을 때 진고개가 막 확장 공사를 했었는데 공간이 넓어져 유모차를 끌고 오기 좋나..하고 말았다. 아기식탁 의자가 4개쯤 있었는데, 우리가 하나 쓰고 나머지도 다 쓰여지고 있어서 뒤에 온 엄마 손님은 아기를 유모차에 앉혀놓고 밥을 먹어야했다.

지비랑은 한국 사람들은 물가 비싼 외국 살아도 외식 습관은 그대로인가보다 했는데, 밥 다 먹고 들른 화장실에서 유모차 부대 정체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뉴몰든 한국 식당엔 잘 없는, 사실 그건 런던 시내 한국 식당도 마찬가지인듯, 아기 기저귀 교환 시설이 있었던 것!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 대부분의 까페들에 기저귀 교환 시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특히 유모차를 끈 부모들을 보기 쉽고, 토요일 오전 오후 과일 상자라도 길거리에 내어 놓은 노점 앞엔 길이 좁아져 유모차 교통 정체가 일어날 지경이다.  아기 밥이야 어딜 가도 먹이지만, 사실 기저귀는 그러기 쉽지 않아서 나도 누리가 생긴 이후엔 약속 장소를 정할 때 기저귀 교환 시설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될 정도니까.  늘 유모차를 대동한 엄마들로 붐비는 곳을 보면서, 한국도 저러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유럽에서 식기를 수입해 사용하는 한국의 식당/레스토랑은 많지만, 그런 배려까지 수입하지 않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IKEA 같은 브랜드에도 이동식 아기 기저귀 교환대 시설, changing table이라 한다, 이 있고, 고급 식기류에 비하면 그 가격은 얼마되지 않는다.  요즘은 한국의 엄마들도 아기침대 중 한쪽 면을 내려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기저귀 교환대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공간이 허락한다면 그런 가구를 화장실 한켠에만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주택가에 많이 들어서고 있는 천사다방은 그런 시설이 제법 있기는 하더라.


진고개는 갈비탕을 빼고는 딱히 가지 않는 곳이었다.  특히 냄새 때문에 정말 큰 맘 먹고 가야하는 곳이었는데, 기저귀 교환대 시설 때문에 나부터도 좀 더 이 식당을 선호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곳에 유모차를 끌고 식사를 왔던 엄마들처럼.




갈비탕은 받는 족족 먹어버렸는지 사진이 없다.  2011년에 친구 부부와 갔던 사진을 겨우 찾았다.



지비는 여전히 말랐고, 나는 여전히 초췌했네.



이건 분명 친구가 찍은 사진일게다.  약간 young한 지비.


너무나 반가웠던 시설이라 구구절절 말이 길었는데, 기저귀 갈 아기 없어도 가볼만 한 곳이니 지도까지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