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755days] 월동준비 완료

토닥s 2014. 10. 14. 05:36

"언제 한 번 만나"하고 연락을 했던 해롤드가 2주 뒤에, 이번 금요일,에 연락이 와서 일요일 오후 동네에서 만나 커피를 한 잔 했다.  사람들이 "언제 한 번 만나"라고 인사하면 그건 그냥 인사인데, 이 친구는 그게 이미 약속이다. 그리고 늦어진데 대해서 미안해 한다.  요즘 세상에, 더군다나 이 코쟁이문화에 참 드문 사람냄새 폴폴 나는 친구이다. 


까페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누리의 생일 선물을 늦게 준다고 미안해 하며 본인이 고른 원피스를 내민다.  사실 누리의 첫번째 생일에도 이 친구는 옷을 사왔다.  그뿐 아니라 듬성듬성 누리 옷을 사온다.  나보다 옷고른 눈이 나은 것 같아서 "네가 골랐어?"라고 물어봤더니 '그럼 누가?'하는 눈빛이 웃음과 함께 되돌아온다.  골라도 참 여성적인 걸 골라와서 한 번 떠본 것이다.  커다란 핑크 리본이 달린 원피스였다(사진으로 다음 기회에).


이래 받기만 해도 될런지..


지난해 가을에 사서 가을겨울봄 열심히 입었던 누리 잠옷/실내복들을 꺼내 입혀보니 손목이 달랑.  8월에 주문해서 아껴서 배로 받으면 완전 추워지기 전 10월쯤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땐 한국이 한참 더울때라 내가 원하던 옷들이 잘 없었다.  있어도 지난해 이월상품들인지 내가 원하는 사이즈가 없었다.  그러다 스위스, 폴란드 다녀오고 누리 아프고 그러면서 9월이 쑥 지나가 버렸다.  영국의 9월은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았던 9월이었다.  그런데 정말 9월 30일 넘어가는 순간부터 바람이 쓍~ 다르게 느껴졌다.  여기서 둘러보니 딱 맘에 드는 게 없고, 가격도 높아서(애들 파자마 두 세트가 24파운드다) 한국에서 만원 이하 상품으로 5개를 사서 받았다.  배로 받을까 하였는데, 정말 작년에 입었던 게 갑자기 작아보여 급한 마음에 언니'님'에게 부탁해서 비행기로 받았다.  저렴하다고 한국서 사서 이렇게 받으면 여기서 사는 거랑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나는 요기 아이들 실내복/잠옷이 별로 마음에 안든다.  그야말로 파자마 형이라 길이가 길면 애가 지근지근 밝고 다닌다.  쫀쫀 시보리(?)가 손목발목 꽉 조여줘야 하는데.  두께도 너무 얇고.


며칠 만에 비행기를 타고온 잠옷/실내복.  역시 한국의 겨울은 추운지 두껍다.  그래도 이불을 늘 차버리고 자는 누리라서 한 겨울에 유용할 것 같다.  그런데 옷들이 길이는 충분히 긴데, 폭들이 다 좁다.  '후라이'라던가.  그런게 유행인 모양이다.  내복 같지 않아 밤에 잘 때 재우고 낮에도 집안에서 입혀 놓는데, 이웃의 엄마들이 보면 다들 어디서 샀냐고 물어본다.  한국 아이옷 참 이쁘다.  가격도 좋고.  특히 양말은 최고.  한국 다녀올 때, 혹은 이래저래 받아서 한국양말만 신겼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겠냐며 요기서 양말 사서 신겼는데 자주 벗겨진다.  한국양말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쑥쑥 자라는 아이니까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 신발은 다시 못입고 못신는다.  운 좋으면 봄에 입었던 옷 가을에는 입어진다.  평범한 T셔트들.  그런데 신축성이 없는 옷이나, 신발은 두 계절 못입히고, 못신긴다.  여름 끝나고 다시 봄/가을/겨울 옷 입히니 작아져 못입는 옷들이 대부분.  우리가 조금 사고, 또 선물 받고해서 옷장(서랍)이 확 물갈이 되었다.  언니'님'의 은혜로 겨울 날 잠옷/실내복까지 넉넉하게 완비되었으니 누리 월동준비 완료!





아 겨울 외투는 작년 것이 안맞겠다.  입혀보고 그것도 사야하나.  하여간 우리집에서 옷 자주 사기로/많기로는 누리>지비>나 순.

누리도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하면 옷이 많지도 않다.  외투 빼고는 보이는 게 전부니까.


+






아침에 일어나 아기 침대에서 이불 끌고 나와 뒤집어쓰고 외친다.


"where are you"

(어디 있니)


물론 누리 발음으론 "웨 와 유".  자기가 숨어놓고, 찾고, 외치고, 혼자서 좋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