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life] 조금 유난스러웠던 생일

어제 생일을 맞은 사람은 지비인데, 누리는 나를 '새벽 6'시에 깨웠다.🥱 지비가 일어나기 전에 '깜짝 놀랄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해야 한다고. 어차피 7시 반이 넘어야 일어나니 괜찮다고 했지만 누리는 호들갑X10. 결국 못이기고 6시 반에 일어났다. 몸과 눈꺼풀이 천 근 만 근.😩 평소처럼 누리 도시락을 싸고 아침으로 먹을 과일을 준비했다. 아침으로 빵/토스트를 먹는데 생일 케이크를 아침 대신 먹기로 했다. 오후엔 생일 케이크를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지비님 올해 마흔이라 2년 전부터 생일 선물로 미쿡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코비드가 똭! 지난해 봄에도 코비드보다 올해 미국여행을 갈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말안해도 뻔한 결론인지라 혼자 알아서 생일선물을 새 휴대전화로 샀다. 미국..

[life] 그럼에도 봄

2019년에 시작된 겨울이 2020년을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것마냥 우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코비드는 모양을 바꿔가며 그 기세를 꺽지 않고 있지만, 특히 지금 유럽에서 3차 대유행이라 불릴만큼 기세를 부리는 중이다, 그래도 봄이 오긴 왔다. 작년 이맘 때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을 비는 거라고 알려줬더니 벗꽃을 보고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애쓰는 누리. 잡지 못하니 지비가 나뭇가지를 털어준다. ☞ youtu.be/PzWlaHhV5lo 그럼에도 떨어지는 꽃잎 하나 잡지 못한 누리.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됐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봄의 시작에 Marzanna라는 겨울의 여신을 강물에 던지거나, 불에 태우는(?) 관습이 있다. 예전에 폴란드의 포스난이라는 곳에 갔을 땐 학교..

[life] ...에게 관대한 나라(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예전에 두 아이들과 영국을 찾은 친구가 런던-캠브릿지 구간을 여행하며 기차표를 구입했다. 성인 1명과 어린이 2명의 요금이 36파운드였는데, 성인 1명이 34파운드였고 어린이 2명은 각각 1파운드였다. 기차표 발권료의 개념이 아니었던가 싶다. 현재 런던은 5살까지는 지하철 버스가 무료고, (혼자서 여행할 경우)5-10살은 사진이 있는 교통카드가 있으면 무료고, 어른과 동반하면 해당 나이는 4명까지 무료다. 사진이 있는 교통카드가 11-15세는 버스가 무료고, 지하철은 어린이요금을 낸다. 이 11-15세 무료 승차가 없어질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그때 기차표를 산 친구가 한 말이 "이 나라는 어린이에게 관대한 나라구만"이었다. 나도 아이를 지금까지 키우면서 그런 생각을 종종했다. 누리가 어릴 때 지하철을 타..

[life] 요건 몰랐지?

누리가 즐겨보던 BBC의 유아채널 Cbeebies은 페이스북에 Cbeebies grown up 페이지가 있다. 부모들을 위한 페이지다. 채널 편성과 관련된 정보부터 육아 관련 글이나 유머들이 가끔 공유된다. 일명 댓글 놀이도. 부모들에게 육아 경험담을 물으면 사람들이 댓글을 올린다. 예를 들면 자녀에게 했던 거짓말, 아이가 없을 때 부모가 Cbeebies 채널을 본 경험,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의 노래를 흥얼거린 경험, ...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어느날은 차tea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왔다. 영국 사람들은 하루 3~5잔의 티를 마신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올리고, 공감한 답변 중에 한 가지는 준비해둔 티를 아이를 돌보느라 마시지 못해서 전자렌지에 데우려고 전자렌지 문을 여니 그 전에도 그렇게 데..

[life]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어젯밤 오늘 어머니의 날 Mother's day를 앞두고 잠이 오지 않는다던 누리. 지난 금요일 TV보면서 뭔가 꼼지락 꼼지락 만들어둔 선물과 카드를 내게 줄 생각에, 어제 빵만 구워둔 케이크를 장식해서 어머니의 날 아침으로 먹을 생각에, 약속한 맥도널드를 점심으로 먹을 생각에 흥분이 되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빨리 안자면 그렇게 기다리는 어머니의 날도 오지 않을껄?"이라고 말했더니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잔단다. 사실 누리는 이번주 등교가 시작되고, 베개에 머리를 붙이면 1분 안에 잠이 든다. 30초도 안되서 잠이 든 누리. 그리고 어머니이 날 아침이 밝았다. 요즘 7시쯤 일어나는 누리는, 내가 그 시간에 일어나니, 오늘 6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자기가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주고 싶..

[life] 백신이 정치와 만날 때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영국에도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MMR(Measles, Mumps and Rubella 홍역, 볼거리 그리고 풍진) 백신을 자폐증 유발의 원인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고, 독감 백신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도 보았다. 개인적으로 큰 선천적 질환이 없고, 의학적 전문지식도 없으니 권장되는 대부분의 백신은 나도 맞았고, 누리도 맞혔다. 한국에 살 땐 독감 예방접종을 해본 일이 없는데 여기 살면서는 2년에 한 번씩 맞은 것 같다. 2년에 한 번씩인 이유는 독감 예방접종을 한 해에도 독감에 걸려 며칠 고생하면, 소용없다는 생각에 다음해는 맞지 않게 된다. 그러다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해에 독감에 걸려 몇주 고생하면..

[life] 영국 Covid 출구전략 - 다시 학교

어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Covid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3월 8일 초등학교 개학 정도 예상했던 발표였는데, 실제 발표된 내용은 4개월에 걸친 단계적인 출구전략이었다. 그대로만 되면 좋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기쁨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 이번 출구전략에 대해, 특히나 3월 8일 초/중등 학교와 함께 모든 교육기관을 동시에 개학하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은 경제계와 아직도 Covid는 독감일뿐이라고 생각하며 여름 휴가를 더 많이 걱정하는 영국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유럽에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기록한 영국이지만 빠른 백신 접종으로 자신감을 좀 회복했다. 그나마 나아진 점은 중등학교의 경우 복도 같은 공동생활 구역은 물론 교실에서도 ..

[life] 마침내 팬케이크데이

어제는 영국에서 팬케이크데이라고 불리는 날이었다. 종교에서 기원했지만, 그냥 팬케이크를 즐기는 날 정도로 인식된다. 영국사람들은 내 기준에는 작은 크레페라고 생각되는 팬케이크를 먹는다. 나에게 팬케이크는 한국에서 핫케이크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한국식으로 먹는데, 여기서는 또 그런 팬케이크를 미국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작년과 같이 초코크림을 반죽에 넣어 초코팬케이크를 만들었다. 2019/03/06 - [탐구생활/밥상일기] - [20190305] 팬케이크 데이 [20190305] 팬케이크 데이 오늘은 영국에서 팬케이크 데이 pancake day라고 부르는 날이다. 부활절 전 금욕/금식 기간이 시작되기 전 기름지게 먹는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 지난 글 참고 [taste] Pancake..

[life] 발렌타인데이가 뭐라고..

한국에서도 이런저런 상업적 '무슨무슨 날' 건너 뛰고 살던 사람인데 아이 덕분에 제대로(?) 챙기고 산다. 이번엔 발렌타인데이.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그 전날 누리와 쿠키를 구웠다. 발렌타인데이에 만들면 그날 티타임엔 먹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 전날 만들었다. 오전에 반죽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오후에 꺼내서 모양대로 잘라 굽고, 저녁 먹은 뒤에 초코렛으로 꾸몄다. 사실 내가 '사랑이 넘치는 사랑꾼'도 아니고, '베이커'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아이랑 시간 떼우는 기능이 더 많은 활동의 일부라고나 할까. 누리야 미안해.😭 보통 쿠키를 구우면 녹차 아니면 카카오 파우더를 넣는데, 발렌타인데이니까 핑크핑크한 쿠키를 만들어볼까하고 비트루트 가루를 샀다. 푸드 컬러링처럼 아주 선명한 핑크는 아니지만 나름 자연..

[life] 설날맞이

설날을 맞아 줌미팅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누리이모가 선물한 한복을 입고 세배하면 세뱃돈을 준다-고 누리에게 전했다. 그랬더니 부끄럼쟁이 누리도 세배를 하겠다고 나서기는 했는데 실수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길래 '사전녹화'를 했다. 세배와 바이올린 연주를 사전녹화해서 (누리가 그렇게 원하던) 화면공유를 통해 가족들과 나눴다. ☞ youtu.be/rIVYslV5UGo ☞ youtu.be/vZKdoKhIeXk 한국과 영국이라는 거리도 거리지만 정말 Covid가 아니었다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Covid를 통해 휴교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차례대로 영상통화를 하며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했을테다. 그런데 이제 여든살 전후인 부모님도 휴대전화에 줌앱을 깔고 설인사를 나누게 됐다. 세상이 달라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