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life]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지난 주 이사를 했습니다. 평일 금요일 저녁에 그 전 집주인이 옮겨주길 바래서, 2주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전주에 일부 짐을 옮기고, 다시 일주일 뒤에 짐을 완전히 옮겼죠. 하루든 이틀이든 비용을 더 지불하고 토요일 아침에 이사하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새롭게 들어올 사람이 있어서인지, 안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2주에 걸쳐 힘들게 이사를 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그나마도 없는 살림도 없이 궁핍하게 살았습니다. 한 이틀 머물 곳이 없었는데, 새롭게 이사온 집주인이 빈방에 머물도록해주어 그 방에 이틀 머물다, 지금 살게 된 방이 비는 주말 이사를 완전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느낀 건 정말 집주인이란 건 좋을 수가 없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은 이사를 가겠다고..

[taste] 12월 Wagamama

영국와서 달라진 생활방식 중의 하나는 외식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커피는 여전히 하루의 한 잔 정도 밖에서 마시는 것 같다만. 외식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가격대비 맛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리실력이 늘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 외식을 잘 하지 않지만, 2009년의 마지막 날은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외출에 나섰다. 지난해 TV로 보았던 불꽃놀이도 보고, 친구도 보고. 그런데 약속한 친구는 집에서 밥을 먹고 오겠다고 해서, 우리만 외식을 잘 안하는 건 아니다, 지비랑 둘이 먼저 밥을 먹고 이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지난해 불꽃놀이를 갔던 친구의 말이, 레스토랑마다 사람이 가득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나름 일찍 6시쯤 저녁을 먹으러 s..

[taste] 떡국

영어로하면 떡은 Rice cake이고, 국은 soup이다. 고로 떡국은 Rice cake soup인데, 지비에겐 참 이상하게 들릴 것 같다. 케잌을 쌀로 만드는 것도 이상하고, 케잌으로 스프라니 말이다. 지난 주 런던 근교 뉴몰든 Newmalden 한국 가게에 가서 설에 떡국을 끓일 가래떡을 샀다. 이곳 사람들에겐 발렌타인데이 이상의 의미가 없는 오늘 왜 떡국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저녁으로 떡국을 먹었다. 다시 티백으로 우려낸 국물에 가래떡에 양파, 양송이버섯, 브로콜리를 넣고 마지막에 달걀을 풀고 김을 놓아 완성한 떡국. 얼마전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점점 요리실력이 늘어 한국식당을 차려야 할 것 같다는 글을 보고 웃었는데, 요즘 내가 그 생각이 간절하다. 내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이야. (..

[life] 북방한계선

[2010.02.05.작성] 지난 주말 폴란드에를 다녀왔다. 지비의 고향. 우리가 가기 전 20년만의 폭설이 내렸고, 있는 동안에도 밤낮으로 짧은 시간 눈이 내렸다. 한국에서도 따듯한 곳에서만 살아온 나로써는 -10도가 쉽게 넘어버리는 날씨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집에서만 복작복작 그렇게 보내다 왔다. 정말 가족방문다운 방문이었다고나 할까. 지비가 캐나다나 호주에서 살고 싶다고 할때, 그려러무나 했는데 이번 겨울을 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여름은 부산 또는 런던에, 그리고 겨울, 그러니까 11월~3월까지는 호주에 살 수 없을까하는. 사계절의 소중함을 알지만서도, 그래도 추운 건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내가 살 수 있는 북방한계선은 부산 또는 런던이 아닐까 싶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밤공기가 달라졌..

[taste] 발사믹의 발견

주말마다 아침으로 먹는 Quiche는 2개 3£주고 사온다. 매주 토요일. 그러면 하나는 일요일 아침에 먹고, 남은 하나는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다음 토요일 아침으로 먹는다. 어제 장을 보러 갔더니 새로운 종류의 Quiche가 나왔길래 사왔다. Crustless Quiche. 별 다섯개에 별 다섯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다음주에 또 먹어야지. 한국에서 스파케티를 먹으로 가면 테이블에 놓여있는 두 가지,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올리브 오일은 그것이 올리브 오일일 것이라 추측하는게 어렵지 않았는데, 테이블 위에 놓여진 발사믹이 발사믹을 알게 될때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것이 말로만 들어오던 발사믹인지 알고 나서도 발사믹을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지못하고 영국으로 왔다. 어느날 샐러드를 위한 드레싱..

[taste] 김치 잔치국수

[2010.01.06.작성] 냉장고에 먹다 남은 김치가 냄시를 풍기기 시작하여 그것을 먹어치워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떠오른 메뉴 김치 + 잔치국수. 언젠가 소면으로 국수를 해먹겠다고 소면과 농축 국시장국을 사다놓았으나 양념장 만들기 앞에서 대략 난감해하며 포기. 김치가 양념장을 대신할 수 있을꺼라는 희망으로 시작한 크리스마스 날 점심 메뉴. 별점 ★★★★☆ 다음에 김치사면 또 해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별이 하나가 빈 이유는 너무 빠르게 찾아온 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시작되는 세일 시즌에 우리는 볼/대접을 샀다. 영국의 집 임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방이지만,는 모든 살림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어서 그릇은 물론 수저, 여긴 포크와 나이프,를 살 필요가 없다. 살고 있는 집에도 웬만한 것 다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