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book] 다문화이해의 다섯빛깔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2010). . 한울. 이 책을 두달 걸려 배로 한국에서 여기까지 실어오지만 않았어도 씁쓸함은 상쇄됐을테다. 문제는 여기까지 실어오는데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고, 나는 두달을 기다렸다는 점이다. 씁쓸함은 노여움으로 변하기 직전.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여성의 삶, 의목의 의미, 꽃과 과일 그리고 주거의 차이를 각국 별로 살펴보았다. 그래서? 정부가 이모양 그꼴이라 각종 공익사업들이 재정부터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런 책은 어떤 기획으로 어떤 기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적당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글쓴이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 글이 어처구니 없다고 하여. 그냥 무엇이 핵심인지 나로하여금 알지 못하..

[life] 한국, 미국, 영국 그리고 폴국

이미지출처 : www.martialartsplanet.com지비가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산 건 지난번 한국에 오기 전인데, 그때 내가 그 문법책을 보고 '별로'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런던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글을 배우려고 하는데 기초반1은 잘 없기도 하거니와 빈자리가 나지 않아 '어느 정도' 한국어가 되면 기초반2로 들어갈 수 있다는 답변을 받고 그 '어느 정도'를 자가학습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이번주 월요일부터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 앉혀놓고 "한글은 말이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 자음과 모음의 발음을 알면 의미를 몰라도 읽을 수는 있게 돼", "그러니까 일단 외워", "ㄱ, ㄴ, ㄷ, ㄹ, ...", "ㅏ,ㅑ, ㅓ ㅕ, ..." 30분도 안되서 잠..

[coolture] BBC Proms

D-3days다. BBC Proms라고 여름마다 진행되는 클래식 공연축제다. 6월말부터 9월초까지 진행된다. 공연 프로그램은 클래식이 주지만, 사이사이 현대음악도 끼여있다. BBC가 주최하고, 로열 알버트홀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저렴하게 수준급 공연을 접할수 있다고. 처음 영국으로 오는 비행기안 가이드북에서 읽었다. 영국에 처음 도착하고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정신없이 지내다가, 한 동안 살집을 구하고 안심하게 된 어느날 TV에서 프롬스 마지막 공연실황을 보았다. 그때 '아, 프롬스..'하고 생각했다.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지난해 영국을 떠나기 전 프롬스 광고와 예매가 시작되었다. 또 '아, 프롬스..'하면서 내 인생에 저걸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때 생각으론 돈 벌게 되면 저 기간..

[book] 엄마를 부탁해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신경숙(2008). . 창작과비평. 두 해 전에 친구 수진이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한 책이다. 평소에 내가 읽어본 책을 주변에 선물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사주었다. 그러고선 나도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는데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첫번째 이유는 왠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하지만, 소설읽는 나를 힐난했던 작은언니 때문에 소설은 늘 읽고 싶지만 멀리하게 되는 존재다. 그래도 늘 선망하는 존재라고 할까나. 두번째 이유는 신경숙의 책이 너무 재미없는 기억으로 남아서다. 내식으로 표현하자면 건조한 리얼리즘계의 책을 써내는 작가인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목이 마르다 못해 속이..

[life] 꿀벌

내가 사는 방 지붕위에 꿀벌 집이라도 있는 걸까? 참고로 나는 지붕아래 방에 살고 있다. 옥탑방은 아닌데 하여간 뭐 그런. 낮에 창문을 열면 30분이 못되서 벌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겨우 방안에서 꿀벌을 몰아내면 다시 30분이 못되서 벌이 들어온다. 같은 녀석일까? 창문을 닫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니 두 세 마리의 벌이 창문 주변을 날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고, 귀찮네. 거참.

[book] 소수자와 한국 사회

이미지출처 : www.yes24.com박경태(2008). . 후마니타스. 예전에 글쓴이가 인권에 관해서 쉽게 풀어쓴 를 읽었다. 이런 주제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읽게 될 것이라고 꿈도 못꾸었다. 그 책이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인권이나 소수자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단어를 알고 모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은/는/이/가와 술어빼고 어려운 개념이 그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혼혈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시도되는 여러가지 표현들(코시안, 온누리안 등등)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의미있는 합성어를 개발해도 현실에서 ..

[life] 폭력에 관한 짧은 생각

김규항의 블로그를 요즘 열심히 읽는다. 그렇다고 지난 글까지 찾아 있는 건 아니고 매일 방문해서 새 글이 올라오면 읽는 정도.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당선된 서울시교육감이 체벌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두고 왈가왈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규항의 블로그에도 그와 관련된 기고들이 올라와 있었다. 간단하게 정리된 입장의 차이는 이 정도. “교사의 교육 포기라든지 교수권 침해,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교총 대변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교육도 교수권도 수행할 수 없는 교사는 교사직을 포기해야 한다.”(고래 발행인)참고로 고래발행인이 김규항이다. 나는 학교폭력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십수년 전에) 여학생 뺨을 때렸다가 다른 학교로 쫓겨간 선생..

[life] 근황

6월 말로 일하던 와사비를 그만두었다. 일도 익숙해지고, 월급 역시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발목을 잡아 끄는 무엇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새롭게 시작하고자 와사비를 그만두었다. 사실 일은 힘들었지만, 일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힘들게 살고 있는 이민자의 한 단면을 접할 수 있었고, 야무진 야망을 가진 젊은이들도 만날 수 있었고, 한국형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와사비의 일원들을 통해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그냥 사소하게는 고객들과 나누는 small talk이 익숙해졌다는데 혼자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7월 초 영국을 방문한 지비의 여동생들과 때아닌 런던 관광을 열흘동안 즐겼다. 사실 당시는 너무 힘들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시누이들과 지비도 없이, 절반은 지비..

[book] 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

이미지출처 : www.yes24.com박은경(2010). . 쌤엔파커스. 여행, 가족 등등 복잡한 단어의 조합을 이유로 이 책을 샀다. 사실 여행이 가고 싶어서, 대리만족하고자 이 책을 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기획과 시나리오 영역에서 일하다 인도로 가서 열세살 연하 남편(와!)을 만나 호주에 정착하고, 호주 안에서 떠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셈이 났던 부분은 '글빨'이다. 웬지 말빨도 상당할 것 같은 글쓴이의 삶보다 그 삶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에 시셈이 났다. 또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한 것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겠다와 때가 되면 우리도 한국에 최소 1년은 살아야겠다였다. 지비에게 이 책의 내용과 나의 ..

[book] 삐쳤어요? 화났어요?

이미지출처 : www.aladdin.co.kr베아타, 강지원(2009). . 다산글방. 지비가 어느날은 한국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서 폴란드와 관련된 책들의 리스트를 발견해서 내게 메일로 보냈다. 차례로 검색해보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문했다. 책이 오기까지 우리 말고 우리가 아는 한국-폴란드 커플은 둘 뿐이었다. 한 커플은 결혼과 관련해서 공증번역을 부탁한 폴란드의 정마그다씨와 그의 남편. 나는 그녀의 외모가 담긴 사진을 보고, 그녀는 혼혈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일 것이다. 그래서 성이 '정'이다. 그렇게 추측했다. 그녀의 연령을 고려했을때, 아버지가 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추측을 하였으나, 한국인 남편을 만나면서 성을 정으로 바꾼 케이스였다. 약간 허무하였으나 우리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