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book] 워킹푸어

이미지출처 : www.yes24.comNHK스페셜 워킹푸어 제작팀(2010). . 김규태 옮김. 열음사. 원저작년도 2007. 책을 읽는데 팔에는 소름이 돋았고, 마음은 참 아팠다. 부자나라 일본의 빈곤층에 관한 다큐멘터리 보고서를 만든 NHK. 그 내용을 책으로 간추려 묶었다. 일용직조차 찾기 힘든 젊은 세대.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그리고 그 대부분의 비정규직을 차지하는 여성들. 연금으로, 혹은 연금조차도 없어 80세가 다되도록 노동해야하는 노년층.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소름이 돋았고, 이미 한국에도 현실이 되어버린 이야기들이라서 마음이 아팠다. 나이들어 해본적도 없는 일로 돈벌어야 하는 내 처지를 한탄하며 얼마 전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한탄 이전에 몸과 마음이 너무 고달팠다. 그 고..

[life] 시누이들

폴란드에서 그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 얄밉다는 시누이' 둘이 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놀러왔다. 17살 폴리나, 14살 까밀라. 이번 여행은 17살 시누에게 영어 단기연수를 시키자는 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서, 그냥 단순 여행, 그리고 한 명이 아니라 둘로 계획이 불어났다. 지난 금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간만에 나도 런던 관광에 나섰다. 참고로 이 사진은, 나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머리 크기대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다. 당연히 머리 크키가 큰 내가 가장 뒤로 가야 마땅하다.

[book] Meeting Mr Kim

이미지출처 : www.amazon.co.uk Jannufer Barclay(2008). . Summersdale. 이 책은 지비가 한국오기 전에 읽었던 책이다. 관광지와 맛집 소개가 그득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한국을 알고 싶었던 지비가 읽고 너무 재미있어 했던 책이다. 지비가 한국왔을 때 읽으라고 두고 갔지만, 그때 읽지 못하고, 런던에 와서 한국을 되새기며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와의 만남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친구의 모든 인연와 만남은 버스터미널에서 이루어진다. 목적없이 론니플래닛 하나 들고, 텐트를 짊어지고 길을 떠나고 그리고 사람들을 만난다. 여행은 우연의 연속이었지만, 여행 후 책을 쓰는 과정에서 또는 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역사부터 사회까지 두루 읽고 공부한 흔적을 볼 수 있다. ..

[life] 폴란드 재외국민선거

얼마 전에 언니와 통화하면서 한국의 지자체 선거 결과를 들으면서, 왜 투표를 하지 않았냐고 구박을 들었다. 부재자 투표라는 것이, 투표 당일 투표 현장에 갈 수 없는 사람이 사전에 투표하는 것이긴 한데 내게도 해당이 되는지 사실 알아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한국에는 재외동포에겐 투표권이 없다. 내 경우엔 재외국민, 아 '국민'이라는 말 참 싫은데,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에 투표권이 나왔던 것이다. 물론 출입국 기록으로는 해외 체류중이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투표라는 것이 사실 내겐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떻게 보면 지비의 경우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폴란드에는 재외국민등록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그런데 차이점은 폴란드 국민이면 국가가 지정한 해외 투표장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 투..

[film]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미지출처 : www.artsnews.co.kr(2008) 지비가 한국어 강좌를 알아보기 위해 들어간 런던 한국문화원에서 보고 알게된 영화. 한국전쟁 60년과 관련된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근래에 만들어진 줄 알았는데, 2008년 영화로구나. 딱딱한 스탠드에 앉아 보았지만, 그래도 한국어라 힘들이지 않고 영화를 봤다. 그냥 그런 영화였지만, 식의 영화가 아니라는데 안도했다.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종두와 순남이 끝내 걸렸지만, 태호역의 송창의(맞나?)만으로도 그럭저럭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송창의를 보면서 한국의 영화배우 누군가와 이미지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영화배우의 얼굴도 떠올랐고, 나왔던 작품도 떠올랐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영화를 본 것은 어젯밤인데, 오늘 아침 일하러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 이..

[book] 내가 살던 용산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2010), , 보리. 책 한 묶음을 한국에서 받고서 가장 먼저 펼친 책이다. 만화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자는 의도였는데, 물리적인 책의 무게는 가벼웠으나 책속에 담긴 이야기의 무게, 심리적인 무게는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 다시 책으로 보아도,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쓰라린 이야기다. 책은 용산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 그저 용산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왜 평범한 다른 동네 사람들이 그곳에 와서 운명을 달리하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연대'라는 것이 대학물 먹은 운동권들에겐 참 거창하고, 참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연대란 별 게 아니었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일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마음이었고, ..

[taste] 한국적 취향

어느날엔가 언니에게 전화를 하니 삼천포에 있단다. 회 뜨러 동료들과 수산 시장에를 갔다나. '나도 쥐포쥐포'를 외쳤더니, '고마운 언니님'이 보내신 물건들. 쥐포를 보내기 전 더 먹고 싶은것 없냐는 '고마운 언니님'에게 오징어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여러가지 오징어채를 생협에서 사서 보내셨다. 생협에서 산 양질의 국산오징어인지라 유통기한도 짧다. 어서 먹어치워야겠다. 일요일 종일 바닥, 아니 침대에 배깔고 누워 책보면서 오징어를 씹었다. 턱이 뻐근해도 충만한 일요일이 아닐 수 없구나. '고마운 언니님', 땡큐. sony w70

[book] 나의 서양미술 순례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서경식(2002), , 개정판, 창비. 책날개 안 작가의 사진이 이상할 정도로 젊다. 나도 이 책을 사서 볼까, 말까를 오래도록 망설였다. 오래된 책이라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신문의 칼럼에서 이미 읽었던 글들을 묶어낸 책들이 많이 그의 책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 한글이라면 무어라도 읽고 싶은 때에 웬지 모르게 서경식이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그래서 책바구니에 담았다. 또 하나의 기대는 이 책속에 담긴 그림들을 노력 여하에 따라 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이건 모를 일이고. 그의 글이 그냥 서양미술 순례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가 온몸으로 겪어온 개인과 사회의 고난을 잘 엮어 냈기 때문이다. 그 고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냥 나이든 아저씨의 세련되지 못..

[film] Capitalism

이미지출처 : www.guardian.co.uk(2009) 마이클 무어의 화법이 더 이상 섹시하지 않지만,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영화. 영화를 상영하는 바비컨 센터 또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 마음을 먹고 갔다. 사실 영화에 대해서 할 말이 별로 없는 게 미국의 존재가 새삼스럽지도 않고, 마이클 무어의 화법도 새롭지 않아서이다. 마이클 무어는 마이클 무어식의 아메리칸 드림이 있다. 물론 최악의 드림은 아니라는데서 위안을 찾는다만 그 영화를 보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든 건 마이클 무어가 희화 시킨 월스트릿의 경비원이다. 본체도 아닌 깃털을 희화하면서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이클 무어에게 동질감을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는 깃털이 되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더 없이 씁..

[film] Micmacs à tire-larigot

이미지출처 : www.guardian.co.uk (2009). 지하철에서 광고를 보고 개봉을 기다렸으나 막상 개봉하고서는 볼 시기를 놓쳐 보지를 못했다. 그러다 산책삼아 다니러 간 리버사이드 스튜디오에서 이 영화를 와 2편 동시 상영하는 걸 알게 되서 영화보기를 계획했다. 프랑스어를 주로 쓰는 해롤드와 실비니아 커플과 함께 보러 가기로 하였으나 실비니아가 일을 하게 되는 바람에 해롤드만 함께 보았다. , 한국에서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지비는 다운로드로 봐서 극장에서 보고 싶다고 해서 2편을 달아보기로 하였다. 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연이어 보게 되는 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하였으나 기우였다. 이야기는 우연에서 우연으로 이어지는 그야 말로 '기가 막히는 만화같은' 이야기지만, 그런 이야기를 실제 화면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