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나의 서양미술 순례

토닥s 2010. 5. 2. 21:08
YES24 - [국내도서]나의 서양 미술 순례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서경식(2002), <나의 서양미술 순례>, 개정판, 창비.

 

책날개 안 작가의 사진이 이상할 정도로 젊다.  나도 이 책을 사서 볼까, 말까를 오래도록 망설였다.  오래된 책이라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신문의 칼럼에서 이미 읽었던 글들을 묶어낸 책들이 많이 그의 책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 한글이라면 무어라도 읽고 싶은 때에 웬지 모르게 서경식이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그래서 책바구니에 담았다.

 

또 하나의 기대는 이 책속에 담긴 그림들을 노력 여하에 따라 나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이건 모를 일이고.

 

그의 글이 그냥 서양미술 순례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가 온몸으로 겪어온 개인과 사회의 고난을 잘 엮어 냈기 때문이다.  그 고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냥 나이든 아저씨의 세련되지 못한 서양미술 순례기로 읽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림을 좋아하지만 고난을 잘 이해할 것 같지 않은 친구에서 선물하기가 망설여지는 책이다.

 

그의 글은 한마디로 사회의 모순을 감내하며 살아야했던 한 개인의 기록이면서 우리 사회 모순의 기록이다.

그런데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반도를 달리는 밤기차 속에서 새삼스럽게 나는 멀리 동쪽 끝에 맹장처럼 매달려 있는 우리의 '반도'를 생각했다.

진보는 반동을 부른다.  아니 진보와 반동은 손을 잡고 온다.  역사의 흐름은 때로 분류가 되지만 대개는 맥빠지게 완만하다.  그리하여 갔다가 되돌아섰다가 하는 그 과정의 하나하나의 장면에서 희생은 차곡차곡 쌓이게 마련이다.  게다가 그 희생이 가져다주는 열매는 흔희 낯두꺼운 구세력에게 뺏겨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헛수고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희생 없이는 애당초 어떠한 열매도 맺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도 직선적이지도 않다.

이 사실을 정말로 이해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쁘라도 미술관이 내 마음을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벨라스께스나 고야를 바라보고 있는 중에 이 간단치 않은 이해를 무조건 강요받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모래에 묻히는 개', <나의 서양미술 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