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조금 유난스러웠던 생일

토닥s 2021. 3. 25. 00:04

어제 생일을 맞은 사람은 지비인데, 누리는 나를 '새벽 6'시에 깨웠다.🥱  지비가 일어나기 전에 '깜짝 놀랄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해야 한다고.  어차피 7시 반이 넘어야 일어나니 괜찮다고 했지만 누리는 호들갑X10.  결국 못이기고 6시 반에 일어났다.  몸과 눈꺼풀이 천 근 만 근.😩  평소처럼 누리 도시락을 싸고 아침으로 먹을 과일을 준비했다.  아침으로 빵/토스트를 먹는데 생일 케이크를 아침 대신 먹기로 했다.  오후엔 생일 케이크를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지비님 올해 마흔이라 2년 전부터 생일 선물로 미쿡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코비드가 똭!  지난해 봄에도 코비드보다 올해 미국여행을 갈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말안해도 뻔한 결론인지라 혼자 알아서 생일선물을 새 휴대전화로 샀다.

미국여행도 못가고, 생일파티도 할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이름이 새겨진 맥주잔을 생일선물로 준비했다.  누리와 함께 사이트를 찾아 주문했다.  그래봐야 이미 만들어진 디자인에 이름과 나이만 바꾸어 넣었지만.

마흔을 기념한 이름 맥주잔.  이름은 지웠어요.

별로 비싸지 않은 선물이었지만(10파운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선물이 됐다(고 믿는다).😄

 

그리고 누리와 함께 준비한 생일케이크.  물론 내가 누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누리지비가 좋아할 것 같은 케이크를 골라 보여주고 난 뒤 함께 만들었다.  누리가 학교 간 사이 시트가 되는 빵을 녹차맛으로 구워놓고, 누리와 함께 크림을 만들어 올렸다.  그 위에 초코렛을 녹여 다시 붓고, 냉장고에서 식혔다.

원래는 녹차빵+생크림+초코생크림+초코렛커버인데, 자르다보니 두 가지 크림이 섞여버렸다.  케이크시트 만들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번거로워 웬만하면 케이크시트는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좀 스릴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마침 생일이 월급날이었던 지비는 월요일 자정을 넘겨 들어온 월급을 생활비로 쓰는 계좌로 옮기기 위해 은행앱에 접속을 시도했다고 한다. 어쩐 일인지 비밀번호가 맞지 않았던 모양.  나 같으면 계좌정지될까 겁먹고 그냥 둘만도 한데, 몇 번 시도 끝에 자정 넘어 계좌정지를 시킨 지비님. 잠이 확 달아나서 새로 비밀번호를 세팅하려고하니 갑자기 구글이메일도 안되고 끙끙 반 시간 고민하다 포기하고 잠들었다고 한다. 생일 하루 전화기에 매달린 끝에 새롭게 비밀번호를 세팅했다.

 

저녁시간이 다되서 밥을 시키려고 주문을 하려니 은행카드 결제제가 안된다. 이때까지 지비님은 주문하는 사이트의 문제인줄 알고 날더러 가입해서 해보라고. '아 귀찮지만 생일이니까 참는다'며 가입하고 결제를 지비님 카드로 하니 안된다.😶 사이트 가입자랑 카드 이름이 달라서 그런가 하고 내 카드를 꺼냈는데, 안된다. 다른 내 카드로 시도했더니, 역시 안된다.😲  그리고 휴대전화로 문자가 띠링!왔는데, 사기fraud 시도가 있다며 별도의 안내가 있을 때까지 카드사용 정지란다.😱  생일날 짜파게티 먹게 되는거 아니냐며 지비님 얼굴이 하야..ㅎ게.  안되면 나의 한국 신용카드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지난 여름 한국에서 쓰려고 만든 충전식 카드가 있어 거기로 돈을 이체/충전시켜 결제를 시도해봤다.  다행히 결제가 되서 생일밥을 (배달)받아 먹을 수 있었다.

지비는 "왜 오늘이냐"며 한탄했지만 이 정도면 해피 엔딩이다.  별 사고 없이 밥은 먹었으니.  가려던 생일기념 미국여행도 못가고, 몇년 전엔 생일기념 여행에 비행기를 놓친적ㄷ..ㅗ 있으니 이 정도면 해피 엔딩 아닌가.  하하하..🤤

또 다른 마흔 생일선물은 언제일지 모르는 미래에 싱가폴 여행

이 판데믹이 끝나면 싱가폴에 가고 싶다던 지비.  본인도 이제 미국은 별로 흥미가 안생기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가격리와 코비드테스트가 없어질 때 가자고 생일카드에 써주었더니 "그러면 언제가되도 못갈 것 같다"는, "자가격리는 없어져도 코비드테스트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단다.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지는 못해도 새로운 일상이 적응되면 그때 가게 되겠지.  그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