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요건 몰랐지?

토닥s 2021. 3. 19. 00:00

누리가 즐겨보던 BBC의 유아채널 Cbeebies은 페이스북에 Cbeebies grown up 페이지가 있다.  부모들을 위한 페이지다.  채널 편성과 관련된 정보부터 육아 관련 글이나 유머들이 가끔 공유된다.  일명 댓글 놀이도.  부모들에게 육아 경험담을 물으면 사람들이 댓글을 올린다.  예를 들면 자녀에게 했던 거짓말, 아이가 없을 때 부모가 Cbeebies 채널을 본 경험, 자신도 모르게 프로그램의 노래를 흥얼거린 경험, ...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어느날은 차tea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왔다.  영국 사람들은 하루 3~5잔의 티를 마신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올리고, 공감한 답변 중에 한 가지는 준비해둔 티를 아이를 돌보느라 마시지 못해서 전자렌지에 데우려고 전자렌지 문을 여니 그 전에도 그렇게 데우려고 했던 차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는 글이었다.

 

아이가 하나인 나는 그 정도로 정신 없이 아이를 키운 것은 아니었지만, 몰아키운다고 아이들을 한 두 해 차이로 둘 셋씩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종종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영국 사람들에게 티는 물과 같이 기본권 느낌마저도 드는터라 웃기면서도 짠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려웠던 점은 씻을 시간을 찾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많은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 때 문을 열고 샤워를 하거나 볼일을 본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기본권 중 기본권이라 포기하기보다 보장받고 싶었다.  그래서 지비가 퇴근한 이후 저녁 시간에 아이를 맡기고 샤워를 하곤 했는데, 꼭 아이가 우는 소리 때문에 샤워를 서둘러 마쳐야 했다.  그랬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저녁을 먹고, 지비에겐 설겆이를 시키고 누리에겐 해야할 일을 차례대로 말해주고 샤워를 한다.  천.천.히.

 

+

 

얼마 전 아침밥(빵)을 먹으며 마시는 커피를 도시락을 챙기느라 다 마시지 못했다.  도시락 챙기고, 아이 챙겨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돌아오니 당연히 차갑게 식어 있는 커피.  아까우니까 데워 먹으려고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그러다 해야 할 일들 헤치우고 잊어먹고 있다가 저녁밥하려고 준비하며 전자렌지를 열었는데 아침에 넣어둔 커피가 그대로 딱!  그래서 저녁밥 준비하며 차갑게 마셨다.  그렇게 차가워진 커피도 마실만 게 드립커피의 미덕이라 되새기면서.

 

지금도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거기다가 코비드로 집에서 나이든 남편도 키우는 느낌적 느낌.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한 잔이 육아와 가사의 일상을 떠올리게 했다.  '그땐 그랬지',  '그런데 아직도 그러네?' 하는 정도.😅

 

(돈 버는)일이 없는 사람도 집에서 바쁘답니다.  잘 몰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