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life] 런던에 상륙한 페리카나

얼마 전 아이의 친구, 그 엄마와 함께 공원에서 만났다. 그때 그 엄마의 교회 친구도 함께 했는데, 그 친구가 내게 한국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쪽 런던에 있는지 물었다. 한국 식당 한 곳이 있으니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식당을 가보지도 않았고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동쪽 런던에는 좀 젊은 느낌의 한국 식당들이 많아 거기선 확실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건 아는데 너무 멀다고. 그 친구도 동네 사람이니. 그 이야기 후 ‘한국 치킨’이 또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한국마트에 갔을 때 튀김가루를 사서 닭을 튀겨봤다. 양념치킨 소스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나도 놀란 맛.😍 하지만, 튀기는 일이 힘드니 ‘닭은 한국에서’ 먹어야겠다고 마..

[life] AZ백신 1차 접종(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지난 목요일에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비드 백신 1차를 맞았다. 의학적 전문지식을 제외하고 이 AZ백신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결국은 백신 접종도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미디어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저든 코비드 백신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하고 있고 그래서 코비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나 역시 현재의 코비드 백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백신은 과학이고 과학은 언제나 새로운 과학으로 극복된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산다. 사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코비드 확산세에서는 백신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유럽에서 AZ 백신 공급이 늦어진데 대해 불만을 터트리며 AZ 백신 자체에 대..

[life] 실패한 마들렌(feat. May Day)

누리 친구 중에 생일이 May Day - 세계 노동자의 날인 친구가 있다. 메이 데이는 매년 5월 1일로 1886년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한데서 유래됐다. 그 친구의 생일이 5월 1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절대 잊지못하겠다고 말했다. 누리는 왜? 왜? 왜? 물었지만 유치원생 누리에겐 설명해주기 참 어려웠던 메이 데이. 작년엔 봉쇄 기간 중에 생일이어서 메이 데이에 “오늘 OOO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라고 문자를 그 아이 엄마에게 보냈더니 “어떻게 기억했냐”고 엄마가 놀라하며 가족들과 보낸 조촐한 생일 사진 - 작은 마트용 케이크 위 촛불을 불고 있는 귀여운 사진을 보내줬다. 그 친구는 거의 모든 아이들의 생일에 초대 받을만큼 거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제까..

[life] 후회들

지난 밤 누리가 자다 깨서 한참 울었다. 나쁜 꿈, 슬픈 꿈을 꾼 모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무슨 꿈인지 물었는데, 꿈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슬픈 느낌만 남아 또 훌쩍였다. 누리가 울면서 깰 때 나도 꿈을 꾸던 중이었다. 어떤 사람(들)을 한 번은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연락을 망설이던 중이었다. 몇 번이며 지웠다 새로 썼다를 반복하며, 단어를 고르며 문자를 보내던 중이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나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평소에도, 잠을 자지 않을 때도 언젠가는 한 번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지기 싫은 '짐'이 아니라 해야 하는 '숙제'의 느낌이다. 그 숙제를 언제나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도 늦지만, 너무 늦지 않기만을 희망할 뿐이다. + 어제 저녁 먹을 때 누리가 식탁에 놓여진..

[life] 토끼이모

본격적인 부활절 방학이 시작된 이번 주 내내 너무 추운 날씨들의 연속이었다. 해가 잘 뜨지도 않았지만, 기온마저도 5도 근처. 지난 수요일 홀랜드 파크 놀이터에서 S님과 만났다. S님은 아이가 없지만, 누리를 두고서는 또 갈 수 없는 게 나의 처지라. 도시락을 싸서 집을 나설 땐 햇볕이 있었다. 그때 기온이 3도. 햐-. 이 날씨에 도시락까지 싸들고 집을 나서나 싶어 조금 우울+서글픔. 집에서 이불 둘둘말고 있고 싶지만, S님과의 약속도 약속이고, 누리와 하루를 집에서 보내는 건 또 다른 스트레스라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금새, 10여 분만에 도착해서 주차는 했는데, 주차비 지급을 위한 앱을 까는데 한 30분 걸렸다. 그것도 주차장까지 우리를 찾으러 온 S님이 모바일 인터넷 공유해줘서 가능했다. 그 사이..

[life] 부활절 연휴2(feat. 크로스 번)

원래도 이곳에 가족이 없지만, 런던의 동쪽 끝에 지비의 사촌형 가족이 살기는 한다, 명절이면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누리 친구들 대부분은 부모 한쪽이 유럽계가 많아서 방학이면 만나기 어렵다. 이번 부활절 방학은 그 대부분도 유럽으로의 가족 방문이 어려워서 자주 보겠거니 했는데, 또 그렇지도 않다. 우리처럼 아예 가족이 없는 경우는 잘 없어서 대부분 또 영국 내 다른 가족들을 방문하느라 보기가 어렵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노래를 부르는 누리를 데리고 우리끼리 동네에서 뱅글뱅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처럼 집을 꾸미지는 않아도 그냥 넘어가기는 심심해서 부활절 분위기나게 바구니를 사서 꾸며보자고 했는데, 코비드 때문에 생필품 구입을 위한 상점(마트와 약국)정도만 문을 열어서 바구니를 사지 못했다...

[life] 부활절 연휴1(feat.큐가든)

부활절과 함께 방학이 시작되었다. 이번 방학을 앞두고 우리는 한 달 전에 왕립식물원인 큐가든의 회원권을 구입했다. 집 근처 공원만 뱅글뱅글 돌다보니 우리가 지겨워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한 결정인데, 3월 초 회원권 구입과 동시에 부활절 연휴 기간 입장을 예약하려고보니 입장권은 남아 있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어린이놀이터 입장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어린이놀이터가 주요한 목적이었는데, 회원권을 무를 수도 없고.😭 이러저러 사정을 설명하고 친구 가족과 함께 부활절 연휴 첫날 큐가든을 찾았다. 이번 주 초반 날씨가 20도 가까이 올랐던 것과 달리, 방학이 시작하면서 기온이 뚝 떨어져 10도를 겨우 넘기는 날씨였다. 다행히 바람이 많지 않고, 간간히 햇볕이 들어 산책 삼아 큐가든을 한 바퀴 돌고 잔..

[life] 영국 Covid 출구전략 - 로컬에 머무르기 Stay local(feat. 길 위의 마스크들)

3월 8일 개학부터 영국의 Covid 출구전략이 시작되고, 3주 뒤인 어제부터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여전히 출구전략에서 첫번째 단계에 있지만 이전까지는 다른 가구 구성원을 만날 수 없었는데 어제부터는 다른 가구 구성원이라도 6인까지 야외에서 만남이 허용되었다. 정확하게는 다른 가구 구성원 6인 또는 (6인 이상) 두 가구 구성원이 만날 수 있고 야외 스포츠가 허용된다. 그리고 로컬(주거지역/동네)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 허용된다(Travel outside local area allowed). 이 '로컬'의 범위를 사람따라 달리 해석하는데, 자의적 해석으로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제 구청에서 온 이메일을 보면 구borough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구를 벗어날 수 있지만, 구 내에서 ..

[life] 행운과 불운 사이

점심 때 우동을 먹으려고 달걀을 두개 삶았다. 뜨거울 때 너덜너덜하게 까서 자르고 보니 노른자가 두 개 들어간 달걀. “우와 신기해”하며 누리에게 보여줬다. 노른자를 싫어하는 누리도 이건 꼭 먹겠단다. 그런데 나머지 한 개도 자르고 보니 또 노른자가 두 개. “우와!!”. 어디 가서 복권이라도 살까 잠시 생각했다. 요즘 쌍둥이 출산이 급격하게 늘었다더니 달걀도 그런가.오후에 집근처 공원에 가서 한 시간쯤 보내고 돌아오는데(다행히 누리 반 친구 하나가 있어서 누리는 친구랑 놀고 우리는 수다열전) 우리가 걸어오는 길 앞으로 검은 고양이가 슥 가로질러 지나갔다. 여기선 그런 걸 불운 bad luck이라고 한다. 누리에게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누리가 어쩌냐고 또 호들갑X2. 점심 때 우리는 노른자 두 개의 달걀..

[life] 부활절방학 전야

지난 주 수요일 영어시험 뒤로 별 할 일 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누리 친구 맘과 커피도 마시고, 혼자서 다시 만보 걷기도 하고, 미뤄둔 사진액자 벽에 걸기도 마무리 했다. 누리가 다시 등교하고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했더니 주문한 사진이 잘못 인화되서 다시 한 번 인화하고, 벽에 액자를 붙이기 위한 스티커 수를 잘못 준비해서 절반만 붙여두고 스티커를 다시 주문하느라 며칠 기다려 완성했다. IKEA에서 산 액자보다, 사진인화보다 벽에 붙이는 스티커가 더 비싸서 혼자 웃다가, 화내다가.🤤 오늘 문득 나만 빼고 모두들 바쁘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나도 바쁜척 해보려고, 나가서 만보걷기+장보기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책을 읽어도 바쁘다는 생각이 들기는 커녕 내가 더더더 안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까지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