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life] 우리끼리 챌린지 - 런던에서 부산까지

그래도 누리가 크리스마스 방학을 하기 전에는, 그러니까 누리가 학교에 갈 때는 하루에 9천~1만보 정도 걸었다. 100% 운동 삼아 걸은 날은 며칠 안되고, 대부분은 장을 보러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갔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시작되던 주말 Covid 대응이 4단계로 상향되었고, 그로부터 다시 2주일 뒤 휴교와 함께 봉쇄 Lockdown가 발표되었다. 그때 지비에게 집에서 타는 운동용 자전거를 사자고 했다. 그 전에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땐 집이 좁으니 부정적이던 지비도 이번엔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가장 저렴한 접이식 자전거를 사려고 했는데, 사람들 생각이 모두 비슷하니 웬만한 운동용 실내 자전거는 품절이었다. 며칠 찾아보다 포기한 나와 달리 지비는 집요하게 재고가 들어오는지 확인했다. 1월 중반이 넘어..

[life] 렛 잇 스노우

한국에서도 눈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여기서도 눈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별로 불만이 없다. 눈 없는 지역에서 자라서 눈이 반가울 것 같지만, 그건 잠깐이고, 어려운 기억이 더 많다. 차 막히고, 춥고 그런. 심지어 내가 타야 할 런던에서 한국가는 비행기가 결항됐던 슬픈 기억까지. 그런데 이런 건 어른의 마음이고, 아이들의 마음은 다르다. 나도 어릴 땐 눈이 마냥 반가웠다. 이틀전부터 영국 일부지역엔 홍수경보가, 런던을 포함한 일부지역엔 눈예보가 있었다. 이제는 우리와 함께 뉴스(특히 날씨 뉴스)를 보고 듣는 누리도 그 소식들어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창밖 눈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누리였다. 그때 지비는 빨래를 걷어 접고 있었고, 나는 화장실을 청소..

[life] 수퍼히어로(feat. 록다운)

Covid 대유행과 봉쇄를 경험하며 영국 사람들은 새삼 국민건강서비인 NHS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바로 얼마전까지 보수당 정부가 NHS를 잘라내고, 졸라매고 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굴러가게하는 사람들 - 교사, 배달 노동자, 유통업 종사자들의 노동에 고마움을 느낀다. 여기서는 봉쇄lockdown 기간 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을 필수노동종사자essesntial worker라고 하는데, 요즘 이들의 임금과 대우가 그에 걸맞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종종 들린다. 휴교와 함께한 두 차례 록다운을 경험하며 영국에서 '학부모들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들이 있다. 록다운1.0때 전국민의 체육선생을 자칭하며 나선 조 윅스Joe Wicks. 운동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인데 ..

[life] 록다운 2.0

4년 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투표로 결정되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영국에 사는 외국인인 우리들은 사는데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했다. 누리와 지비는 영국과 폴란드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나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국적으로 살고 있으니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영주권이 유럽인의 가족으로 받은 것이어서 그런 조건과는 무관한 영주권으로 변경해야 한다. Covid로 어수선한 이 때에-. 그래서 어제 거의 일년 만에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갔다. 이미 영주권을 받을 당시 필요한 서류들은 다 증명되었고, 카드를 새롭게 갱신하는 절차와 비슷해서 추가로 제출해야 할 서류들도 간단했다. 지문 채취와 사진을 위해서 비자센터를 방문해야 했는데, 나름 걱정을 했던지 전날 밤 비자센..

[coolture] 부모에서 양육자로

Covid 대응을 보면 영국이 아주 뒤쳐진 나라 같지만, 그건 정치의 수준이 그렇다. 물론 정치의 수준이 시민의 의식 수준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제도나 문화면에서 그 어느 곳과도 비교불가 앞서 나가 있는 것들도 많다. 국민건강서비스인 NHS가 그렇고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그렇다. 이 두 가지는 한국의 건강의료보험이나 미디어 관련 법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비와 나, 둘다 영국인이 아닌 부모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BBC의 유아/어린이채널인 Cbeebies와 CBBC를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육아는 물론 영국에 관해서. 누리와 같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 방향이 100%로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자란 사회(한국과 폴란드)보다는 ..

[life] Happy again(feat. 봉쇄와 전면휴교)

오늘 저녁 영국 총리가 Covid 대응 조치로 다시 봉쇄lockdown을 발표했다. 지난 11월에 있었던 봉쇄와 달리 잉글랜드 내 모든 학교가 휴교에 들어간다. 2020년의 마지막 날 개학 2주 연기를 발표했지만 2주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계산이 나온 모양이다. 지난 연말 영국의 국경을 닫히게 한 변종 Covid가 영국 남부를 넘어 전역으로 확산된 것이 이유인 것 같다. 전염력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뉴스도 많지만 단순히 전염 확산 방지를 위한 기본 룰 - 개인 위생과 집합 및 이동 금지를 지키지 않는 개개인들의 행동을 질책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나는 후자가 확산에 더 기여했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바이러스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종이 되었어도 발이 없다...

[life] 2020년, 안녕!

2020년은 2019년 시작된 Covid-19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가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2020년이 지나갔고, 솔직히 내년도 그 연장선이 될 것 같다. 2020년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누리가 많이 자랐다. 덕분에 아이와 보내는 봉쇄기간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아직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한 엄마들에 비하면). 다만,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조급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2021년엔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야겠다. 어느 방향이 됐던 간에.. ☞ youtu.be/SQQ0nk2MbHg (글 쓰는 와중에 2021년!) 2021년 모두모두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ife] 누리의 여덟번째 크리스마스 - 먹고 또 먹고

유럽에서는 최대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명절답게 먹고 또 먹으면서 보내고 있다. 폴란드는 크리스마스보다 그 전날인 이브를 더 기념한다고. 그런데 여기도 크리스마스보다 이브 저녁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명절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에서 칠면조 같은 고기를 먹지만,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24일까지는 금식의 의미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주메뉴로 먹는 것들이 생선이나 해산물이라 우리도 이브엔 고기보다 주로 해산물을 먹는다. 폴란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12가지 음식을 먹는다지만 아버지 밑에서 자란 지비는 알기는 알아도 그 12가지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지는 못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가 척!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능력이 안되니 그 중 폴란드 대표음식 중 한가지인..

[life] 크리스마스카드 격리(feat. 산타 추적기)

크리스마스는 내일이지만 사실상 오늘부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변종 Covid-19가 창궐(?)하고 있는 이 시점에 '즐긴다'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 및 친구들과 져녁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시작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가족 이외 만남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마트만 장보는 사람들로 북적인 하루였다. 사실 지금 런던은 마트와 약국 정도만 영업이 가능하다. 우리는 어제 장보기를 마친 덕분에 좀 여유가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주기 위해서 다 같이 집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방학을 앞두고 아무래도 그 집 엄마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올 것 같아서 지비에게 카드를 들고 가라고 했..

[life] 명절준비 (feat. 변종 Covid-19)

영국 안에 있으니 영국 밖에서 지금 뉴스가 되고 있는 변종 Covid-19 소식이 어떻게 들리는지 알 수 없지만, 매우 심각하게 보여지나 보다. 몇몇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왔다(고마워요!🙏). 마침 누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방학이라 1월 5일이 되어야 다시 학교에 간다. 지금으로서는 학교가 개학을 할지 의문이긴 하지만. 우리는 지난 금요일부터 우리끼리 집콕 중이다. 확산세가 무섭긴하다, 오늘 확진자가 3.9만이라고 한다. 현재 확진자의 60% 가량이 이 변종 Covid-19 감염된 경우라고 한다. 이 변종 Covid-19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고 9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지금 이 변종 Covid-19으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나라들이 영국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영국은 식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