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누리의 여덟번째 크리스마스 - 먹고 또 먹고

토닥s 2020. 12. 26. 09:53

유럽에서는 최대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명절답게 먹고 또 먹으면서 보내고 있다.

 

폴란드는 크리스마스보다 그 전날인 이브를 더 기념한다고.  그런데 여기도 크리스마스보다 이브 저녁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명절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에서 칠면조 같은 고기를 먹지만, 폴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24일까지는 금식의 의미로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주메뉴로 먹는 것들이 생선이나 해산물이라 우리도 이브엔 고기보다 주로 해산물을 먹는다.  

폴란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12가지 음식을 먹는다지만 아버지 밑에서 자란 지비는 알기는 알아도 그 12가지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지는 못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가 척!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능력이 안되니 그 중 폴란드 대표음식 중 한가지인 비고스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만들어봤다.  이른바 명절음식 2호.  

 

양배추 절임에 버섯, 소시지, 고기, 말린 자두를 넣고 토마토 소스에 조려낸 음식-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비고스를 만들어놓고나니 명절음식 준비가 다 끝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명절음식 1호라고 만들어둔 진저컵케이크를 저녁 먹고 난 뒤에 먹으면 배가 부를 것 같아서 그냥 티타임에 먹기로 했다.  진저브래드가 폴란드 크리스마스 음식이라고해서 그걸 대신해서 컵케이크로 만들었다.  진저브래드는 많은 나라들이 자기 나라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폴란드도 그 나라들 중 하나다.  심지어 영국의 크리스마스 전통이 진저브래드라는 글도 있었다.  이 진저브래드가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가면서 진저브래드맨 쿠키가 됐다..는 설도 있고.  제대로 만들려면 조린 설탕시럽과 생강청이 있어야 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간단하게 쿠키 구울 때 쓰던 생강가루 넣고 만들었다.  그리고 생크림과 녹차생크림을 올려 장식했다.   사실 크리스마스에 과일생크림케이크를 만들어볼까 했는데, 연습삼아 케이크 빵을 구워보고 포기했다.

 

 

 

 

생크림 올린 컵케이크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종종 해먹을 것 같다.  다만 컵케이크/머핀이 커서 배가 부르다는 단점이 있어서 다음엔 작은 컵케이크로 구워야 할 것 같다. 

티타임 후에 잠시 쉬었다 다시 저녁준비.  우리끼리 조촐한 명절이라도 이렇게 먹고 마시는 게 일이다.  우리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 메뉴를 랍스터로 정했다.  명절음식 3호. 햄을 만들어볼까 며칠을 궁리해봤지만, 역시 고기보다는 해산물이 끌렸다.  지비에게는 전통이고, 나에게는 취향.  마트에서 이미 조리된(찐듯한) 랍스터를 사왔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꺼내서 표면만 씻어 접시에 올렸다.  그리고 폴란드인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먹는다는 비트루트 스프와 폴란드만두를 준비하고(명절음식 4호와 5호), 영국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먹는 방울 양배추Brussell sprout과 파스닙/당근 같은 뿌리 채소들을 오븐에 구웠다(명절음식 6호와 7호).  빵을 대신해서 요크셔푸딩도 사와서 구웠다(명절음식 8호)  랍스터를 위한 버터소스(녹인 버터)와 레몬까지 더해도 폴란드의 전통이라는 12가지를 채울 수는 없었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다.  랍스터를 다 먹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반찬처럼 조금씩만 준비해서 먹었다.

 

 

 

 

본격적으로 랍스터 해체에 들어가기 전에 영국의 크리스마스 전통이라는 크랙커 터트리기.  그리고 1인 1랍스터.  누리도 한 명분 혼자서 해치웠다.  내가 해체를 도와주긴 했지만.  이 해체(?)를 위해서 누리와 나는 몇 개의 유투브 동영상을 봤다.  지비에게 조언까지 해주면서 전쟁을 치르듯 먹었다.  정말 먹고 난뒤 누리와 지비 테이블은 난장판.. 잠시 테이블을 정리하고서야 남은 음식들을 더 먹을 수 있었다.

 

 

 

 

랍스터를 먹으며 누리에게 말했다.  미래에 중요한 식사자리가 있을 때 절대로 랍스터는 먹지 말라고.  아름답게(?) 먹기 어려운 메뉴였다.  그래도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내년엔 깐새우나 관자 같이 금새 조리해서 포크로 콕콕 찍어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비가 뒷정리를 하는 동안 누리와 크랙커 안에 들어있던 게임을 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대로 말을 옮기는 게임이라 간단해서 아이와 하기 좋았다.  크랙커엔 종이왕관과 전혀 웃기지 않은 조크, 장난감이 들어있는데, 플라스틱 장난감이 들어있지 않은 크랙커를 사려고 찾다가 결국 이브날에 되서 무엇이라도 사야하는 상황이 됐다.  다행히도 종이 장난감/게임이 들어있는 크랙커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가격은 비싼..

 

 

 

 

그리고 지비까지 더해 좁은 집안에서 조금 몸으로 놀아주고(아랫층 미안해요🙄) 늦게자면 산타 할아버지가 올 수 없다고 겁박(?)해서 누리를 재웠다.  누리는 자러가기 전 산타와 루돌프를 위한 간식을 준비해두고 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오늘 아침, 누리는 7시도 되기 전에 일어났다.😪  잠이 쏟아졌지만 부모된 도리로 선물 개봉을 구경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누리의 바램대로 털이 많은 코트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이모가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카드지갑(고마워!🙏).

 

 

 

 

나는 마틸다 캐릭터가 그려진 머그컵와 바스밤을 선물했다.

 

 

 

 

지비는 누리에게 만화책을 선물했고, 누리는 벌써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이모가 보내준 한복(또 고마워!🙏). 

오전의 대부분의 시간은 지비가 가족들과 통화 또는 영상통화를 했고, 누리와 나는 크리스마스 노래들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해서 동영상을 찍는데 썼다.  그러니 다시 돌아온 끼니 시간 - 트리모양으로 소시지빵을 구웠다.  이제 이걸로 크리스마스 명절음식은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소시지빵을 먹다가 누리가 발견한 소시지토끼.🙄

 

이렇게 최대명절인 크리스마스는 끝!  이제 크리스마스 방학 시작?  그래봐야 집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