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크리스마스카드 격리(feat. 산타 추적기)

토닥s 2020. 12. 25. 09:15

크리스마스는 내일이지만 사실상 오늘부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변종 Covid-19가 창궐(?)하고 있는 이 시점에 '즐긴다'는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 및 친구들과 져녁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시작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가족 이외 만남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마트만 장보는 사람들로 북적인 하루였다.  사실 지금 런던은 마트와 약국 정도만 영업이 가능하다.  우리는 어제 장보기를 마친 덕분에 좀 여유가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주기 위해서 다 같이 집을 나섰다.  크리스마스 방학을 앞두고 아무래도 그 집 엄마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올 것 같아서 지비에게 카드를 들고 가라고 했건만, 요즘 카드 쓰는 사람들이 누가 있냐며 빈손으로 갔는데 역시 그 집 엄마가 카드를 보냈다.  미안한 마음에 크리스마스 방학 중에 하루 만나 카드를 주려고 했는데, 런던이 Covid-19 대응 4단계로 상향조정되었다.  카드만 전해주기 위해 공원에서 잠시 만났다.  그 집 엄마는 장보러 가고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해가 떠 있어도 2~4도라 무척 추운 날씨였는데 아이들은 물만난 물고기들처럼 공원에서 뛰어놀았다.

3월 이후로 거의 처음 놀이터에서 놀아보는 누리.  너무 추워서 아무도 없었다.  부모들은 잠시도 서 있기 힘든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너무 재미있어 내일도 만나고 싶단다.  얘들아, 지금 4단계..😓

 

어제 2박 3일간 먹을 장은 다 봤는데, 이곳 크리스마스 문화 중 하나인 크랙커를 사지 못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크랙커만 사러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크랙커, 레몬, 양배추만 사면 됐는데, 마트를 나올 땐 양손 가득 초콜릿과 프링글스.🙄  그런 마음이 좀 있다.  이전처럼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지 못하니, 아주 들어주기 어려운 것 아니라면 누리가 하고 싶은대로 해주자는 마음.   사실 우리도 먹으려고.

셀프 계산대에서 사진찍고 난리법석.  그냥 관광객인줄 알았을테다.

 

이것이 크리스마스 크랙커.  옆 사람과 양손을 엇갈리게 잡고 잡아 당기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왕관, 조크, 작은 장난감이 나온다.

집에 돌아오니 지인이 보낸 카드와 누리 앞으로 온 편지가 있었다.  누리 앞으로 온 편지는 CBBC 프로그램 블루피터에서 온 뱃지였다.  아이들이 주어진 챌린지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신청서를 작성해서 사진과 보내면 뱃지를 보내준다.  누리가 보낸 신청서는 뮤직 뱃지였다.  이 뱃지는 영국 가수 에드 쉬란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방송에서 그렇게 듣기만 들었는데 뱃지 뒤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by Nuri

뮤직 뱃지가 도착한 날이 마침 오늘이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이었다.  누리에게 크리스마스 기운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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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비는 요즘 카드 보내는 사람이 어딨냐고 하지만, 그건 자기 기준이다.   정말 지비 집안 사람들은 카드를 보내지 않는다.   유일하게 카드를 보내주시던 지비의 고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아무도 우리에게 카드를 보내오지 않는다.  영국 사람들은 카드를 정말 많이 주고 받는다.  크리스마스는 물론, 생일, 이사, 세례, 취업, 이직, 시험, 학년 말 감사 여러 종류의 카드를 주고 받아서 마트에 가면 늘 그런 카드를 살 수 있다.  하이스트릿에 카드를 주로 파는 선물가게들도 제법 있다.   

크리스마스 방학 앞두고 학교에서 전체 알림 메일이 왔다.  Covid-19 때문에 생일 기념 간식도 불허한 올해인데 크리스마스 카드는 주고 받아도 되는지 학부모들이 문의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학교는 방학 시작 2주 전 4일 간 학급에 비치된 상자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아서, 4~5일간의 크리스마스 카드 격리 기간을 거친 후 아이들에게 재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메일을 보고 웃었다.  아이들에게 마스크나 씌울 일이지.. 하면서.😒

그렇게 누리가 받아온 카드들.  물론 우리가 우편으로 지인들에게 받은 카드들도 있다.  

 

+

 

지인의 말처럼 문 밖은 Covid-19으로 살벌해도 집 안은 크리스마스로 들떠 있는 아이들의 열기로 훈훈하다.  오늘 만난 주말학교 친구도 며칠 째 밤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누리도 어젯밤 자정에 잠이 깨서 잠들지 못했다.  아이가 밤잠을 못자니 (내가)피곤한 건 솔직한 마음이고, 그 아이가 귀여운 생각도 들고, 짠한 마음도 있다.  참 재미없는 한 해 아이들이 즐겁게 마무리하면 좋겠다.

 

이 곳에 들르는 모든 분들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

 

산타 할아버지는 어디쯤 오셨나.  누리는 지비가 늦도록 TV를 보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못오신다고 걱정을 하며 잠들었다.  내가 다른 집 갔다 다시 오시겠지-라고 말해줬다.  산타 할아버지 오시기 전에 얼른 자러 가야겠다.  올해 산타 할아버지는 마스크도 쓰고 다니시네.  하긴 서로 다른 나라 들를 때마다 자가격리를 할 수 없으니 마스크라도 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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