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록다운 2.0

토닥s 2021. 1. 15. 02:15

4년 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투표로 결정되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영국에 사는 외국인인 우리들은 사는데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했다.  누리와 지비는 영국과 폴란드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나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 국적으로 살고 있으니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영주권이 유럽인의 가족으로 받은 것이어서 그런 조건과는 무관한 영주권으로 변경해야 한다.  Covid로 어수선한 이 때에-.  그래서 어제 거의 일년 만에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갔다.

이미 영주권을 받을 당시 필요한 서류들은 다 증명되었고, 카드를 새롭게 갱신하는 절차와 비슷해서 추가로 제출해야 할 서류들도 간단했다.  지문 채취와 사진을 위해서 비자센터를 방문해야 했는데, 나름 걱정을 했던지 전날 밤 비자센터에 도착해 확인하라고 보여준 예약증을 직원이 잃어버려서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꿈까지 꿨다. 😓

누리가 줌으로 학년 미팅을 하고 있을 때 집을 나서 시내에 있는 비자센터로 갔다.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 역은 원래도 한산한 역인데 비+Covid가 더해저 더욱 조용했다.  지하철엔 한 량carriage엔 4~5명 정도의 사람이 타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 지나기는 했어도 낯설은 풍경이었다.  목적지인 빅토리아 Victoria에 도착하니 빈 도로와 빈 버스가 전부라 낯설음을 넘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빅토리아는 지하철과 기차역, 버스터미널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각종 관공서와 극장들로 일년 내내, 하루 종일 사람들과 차들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빈 도로와 빈 버스에서 Covid의 위력을 느꼈다. 

일전에 시내로 오랜만에 출근했던 친구가 문을 닫은 가게들과 텅빈 도시가 주는 무거운 느낌 때문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기도 했고, 극히 제한된 인원만 예약을 했던지 예약시간에서 몇 분 지나지 않아 볼 일을 다 마쳤다.  Covid 때문에 절차가 늦어진다고는해도 이제 새로운 카드를 기다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지난 11월에 한 달간 록다운(봉쇄)가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학교가 휴교하지 않은 록다운이었다.  학교까지 문을 닫은 건 이번이 두번째인데 모두들(부모들) 이번 록다운이 지난 3월 록다운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부터 지금까지 춥고 비오고를 반복하는 날씨니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리고 거의 일년이라는 시간을 Covid와 함께 하면서 사람들이 지치기도 했다.  우리는 지난 여름 한국에 다녀왔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겨울나기가 참 어렵다.  런던의 겨울이 한국처럼 극한은 아니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  하지만 누리가 또 자라서 이 휴교의 시간을 지나기가 좀 편해졌다.  온라인 학습량이 많고 내용이 어려운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고, 누리가 혼자서 학습을 해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데 감사할뿐이다.  

 

다들 어렵게 지나고 있는 이 시간을 징징거리지 않으며 지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요즘 할 말이 별로 없다.  때로는 징징거리는 것도 힘이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또 한 번 징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