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AZ백신 1차 접종(feat. 길 위의 마스크들)

토닥s 2021. 5. 3. 08:25

지난 목요일에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비드 백신 1차를 맞았다.  의학적 전문지식을 제외하고 이 AZ백신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결국은 백신 접종도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미디어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아스트라제네카든, 화이저든 코비드 백신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하고 있고 그래서 코비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나 역시 현재의 코비드 백신이 완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백신은 과학이고 과학은 언제나 새로운 과학으로 극복된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산다.  사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코비드 확산세에서는 백신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유럽에서 AZ 백신 공급이 늦어진데 대해 불만을 터트리며 AZ 백신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많이 생산되었다.  물론 혈전 같은 부작용은 또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여져 부작용/주의사항 정도로 영국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은 유럽에서도 백신에 관한 수용율이 높은 국가라고 한다.  거기에 더해 지난 1월 코비드의 급확산세를 경험하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이 어느 백신이라도 1차를 접종해 중증으로의 발전을 막는 것과 사망율을 줄이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한국 뉴스를 보면 영국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영국은 지난 12월 의료 및 관련 종사자와 우선보호대상자Vulnerable(노령층을 포함한 취약층)에 화이저 백신을 접종했고, 이 후 연령에 따라 많은 나이에서 적은 나이로 순서로 접종하고 있다.  지금 40세 이상까지 접종을 신청하고 있다.  나이에 기반한 대중 접종이 시작되면서 AZ 백신을 접종했고, 지금은 지역에 따라서 모더나 백신도 접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40대 백신 접종은 4월 중순이라고 예고했는데, 전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으로 늦어졌다.  영국에는 AZ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이 두 군데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영국으로 공급되는 많은 수의 AZ 백신은 인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미국에서 공급되는 원자료 부족으로 생산이 지연되고 있고, 그나마도 인도내 상황 악화로 수출 제한령이 내려진 상황.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지연의 시작은 미국의 원자료 수출 제한령이라고 한다.  미국도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었고(그렇다고 수출 제한령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더하면서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

 

지난 화요일 드디어 내게도 백신 접종을 예약하라는 문자가 왔다.  같은 연령대라도 동네따라 조금씩 빠르기도 한 모양이다.  화요일 낮에 문자를 받고 바로 예약을 하려니 인근 백신 센터에서 가장 빠르게 1차 접종할 수 있는 날이 목요일이었다.  1차 접종 예약시 2차 접종까지 함께 예약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우리가 한국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는 시기와 비슷했다.  그래서 지비와 1차 접종을 연기해서 한국행 전후로 1차와 2차를 접종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요일, 한국에서 국내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서 해외여행 후 자가격리 면제를 논의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우리는 '국내 백신 접종 완료자(1차와 2차 백신 접종 후 2주 경과)'라는 메시지를 이해하고서, 해외 백신 접종 완료자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바로 백신을 접종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6월이 되면 알게 될테다).  그 뉴스를 보고 당장 백신 1차 접종을 예약하려니 어제 봤던 백신 센터는 예약 가능한 날짜가 이미 5월 중순이라 가장 빠르게 접종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을 찾아 예약했다.  그렇게 예약한 곳이 사우스켄징턴에 위치한 과학박물관이었다.  현재는 봉쇄로 휴관중이다.  수요일에 예약해서 목요일 저녁에 갔으니 꽤 빨랐던 셈이다.  

 

예약시간보다 20분쯤 빨리 도착했다.  혹시 일찍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더니 OK.  백신을 접종 받기 전까지 6명의 스텝들과 6번에 걸쳐,

"Hi there, how are you?"

"I am good.  Thank you.  And you?"

"I am good.  Thank you."를 하고나서 백신을 1초도 안걸려서 맞았다.  그리고 들어오면서 봤던 6명의 스텝들과 반대 순서로 6번에 걸쳐,

"Well Done!  You All right?"
"I am fine.  Thank you."

"Take care."
"Bye."

"Bye."를 하고나서 과학박물관을 나왔다.  우리가 중학교 1학년 때 배웠던 이 교과서 영어가 일상으로 진행되는 곳이 영국이다.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때로는 식사..ㅇ..  솔직히 나는 이 대화가 너무 어색해서 길에서 시선도 안주고 휘리릭 걸어가는지도 모르겠다.

 

+

 

백신을 놔주는 간호사분이 이런저런 건강상태를 물으시고, 일반적인 부작용을 알려주시고, 백신을 맞을 팔을 정하라고 했다.  나는 오른손 잡이니 왼팔에 맞겠다고 했다.  그럼 포스터를 보고 돌아 앉으라고 해서 돌아앉았더니, "자~ 이제 끝!"하고 1초만에 놓았다.  주사량이 작아서 더 빨랐던 것 같다.  아니면 간호사분이 숙련자.  

주사하고 더 물어볼 것 없냐고 물으시길래, 책상에 있던 스티커를 가리키며 "나도 스티커 받을 수 있을까?"😅🩹 했더니 완전인자 표정으로 "물론!"하고 어깨에 붙여주셨다.  딸램 준다고 하나 더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물론!!"해서 다른편 어깨에 하나 더 붙여주셨다.  집에 와서 누리와 사이 좋게 하나씩 나눴다.😉

 

 

백신 종류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우는 목요일 저녁에 백신을 맞고 금요일 새벽과 하루 종일 온몸 근육통을 앓았다.  그래도 누워만 있을 수는 없는 처지라, 백신 맞은 날 욕실 청소하고 다음 날은 집 청소를 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해열제/진통제를 하루 복용했다.  아, 겨울 끝나고 집어 넣은 전기장판도 꺼내썼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한 이틀 정도 백신을 맞은 자리가 아프다고 했는데, 내 경우는 몸살 감기 같은 근육통이 심해서 팔이 아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청소는 지비 시키고 나는 소파와 합체.  근육통이 잦아들고 더 이상 해열제/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이 되어서야 백신을 맞은 자리가 아픈 게 느껴졌다.  감기 정도의 증상은 있었지만 누워만 있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조금 전에 지금 백신을 맞은 자리의 통증은 어느 정도의 통증일까 생각해봤다.  지인은 일주일 정도 옷을 입고 벗기가 힘든 정도라고 했는데, 내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니다.  어릴 때 운동회/체육대회하고 난 다음날 정도의 팔 뻐근함 정도다.  운동회 한 뒤의 뻐근함일까, 체력장 한 뒤의 뻐근함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운동회 정도다.🤔  체력장이 뭔지 모르는 세대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어제는 지비가 백신을 맞았다.  오늘은 그 아픈 지비를 데리고, 해열제/진통제 먹여가며 큐가든에 가서 하루 종일 있었다.  어차피 나는 나아졌으니까. 이제 어떻게 2차 접종을 조금이라도 당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한국의 자가격리 면제가 해외 접종자들에게도 적용되기를 간절히 달님에게 빌어볼 생각이다.🙏  종교가 없는 나는 믿을꺼라곤 달님밖에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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