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실패한 마들렌(feat. May Day)

토닥s 2021. 5. 2. 08:01

누리 친구 중에 생일이 May Day - 세계 노동자의 날인 친구가 있다. 메이 데이는 매년 5월 1일로 1886년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파업한데서 유래됐다. 그 친구의 생일이 5월 1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절대 잊지못하겠다고 말했다. 누리는 왜? 왜? 왜? 물었지만 유치원생 누리에겐 설명해주기 참 어려웠던 메이 데이. 작년엔 봉쇄 기간 중에 생일이어서 메이 데이에 “오늘 OOO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라고 문자를 그 아이 엄마에게 보냈더니 “어떻게 기억했냐”고 엄마가 놀라하며 가족들과 보낸 조촐한 생일 사진 - 작은 마트용 케이크 위 촛불을 불고 있는 귀여운 사진을 보내줬다.
그 친구는 거의 모든 아이들의 생일에 초대 받을만큼 거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인데 이제까지 이렇다할만한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정오쯤 아이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생일 맞이로 오후에 친구들과 집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을 생각이니 바쁘지 않으면 오라는 문자. 우리는 벌써 도시락 싸들고 집을 나온 길이라 어쩌지-하다가 싸온 도시락만 먹고 그 친구의 생일 축하에 가기로 했다. 빈 손으로.🙈 그 엄마는 요란한 것도 부담스럽고, 선물로 부담을 주기도 싫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가다가 ‘아 그럼 오늘이 메이 데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메이 데이를 잊고 살다니, 정말 정신 없이 살고 있다. 바쁜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이 없다.


잘 시간 다되서 마들렌을 구웠다. 내일 만나는 지인분 가족과 나눠먹어야겠다 생각하면서. 배가 너무 불러 피곤해서 얼른하고 자야겠다 생각하며 휘리릭 반죽을 만들어 틀에 붓고 구웠다. 오븐에서 꺼내기 전에 보니 부풀지 않아 오븐이 고장인가 하고 생각했다. 꺼내면서 생각하니 베이킹 파우더를 넣지 않았다.😱 마들렌을 구웠지만 마들렌은 아니고 밀도 높은 밀가루+버터+설탕+달걀의 조합. 정말 정신 없이 살고 있다. 하지만 정신 챙길 의지가 생기지 않는 요며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