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 586

[keyword] Dignity -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

아이 학교에서 여름축제나 크리스마스축제가 있을 때면 헌옷/헌교복을 판매한다. 헌교복 판매행사만 따로 할 때도 있다. 물론 이런 판매행사들도 코비드로 한 동안 없었다가 올 가을에 들어서야 다시 재개됐다. 학부모들에게 기증받고, 수익금은 학부모회를 통해서 학교에 기부된다. 헌옷/헌교복이라고 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만 사입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한철용인 아이 여름샌들이나 원피스(드레스)를 2~3파운드주고 사입히기도 했고, 아이에게 작아진 옷을 기부하기도 했다. 영국사람들은 헌옷/헌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의외로 검소한 편. 재활용품을 팔아 수익금을 남기는 옥스팜Oxfam 같은 자선단체가 왜 영국에서 나왔는지, 영국엔 이런 자선단체가 많다, 짐작되는 부분이다. 뜻하지 않게 내가 기부한 ..

[life] 리필용 샴푸

(블로그를 오랫동안 본 사람을 알 수도 있지만) 얼굴 피부에 탈이 나서 몇 년째 고생중이다. 청소년기에 여드름도 없었고,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마트용 화장품만 써도 크게 흠이 될 피부는 아니었는데. 한국에서 피부과에 가보기도 했고, 역시 한국에서 친구의 권유로 한의원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올 여름 (병원에 좀 가라는)언니의 권유로 간 피부과에서 화장을 많이 한 화장독이라고 풀이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엉터리 피부과라고 할테다. 물론 여기 보건소 격인 GP에서 바르는 항생제를 처방받아 써보기도 했는데, 계절과 몸 상태에 따라 덜하고 더하고를 반복할 뿐 별로 나아진게 없다.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친구가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 친구 말이 "우리가 나..

[life] 함께 배운다.

아이 학교에서 자선단체 돕기 케이크 판매를 해서 오랜만에 돌려본 공장(?). 주로 부모들에게 팔 간식을 기부 받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전달한다. 진저쿠키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구웠다. 플라스틱 봉투로 개별포장을 하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때가 때인지라-. 행사 때문에 학교에 보내는 음식은 늘 그 내용물을 써야한다. 기본적으로 견과류가 들어가는 음식은 받지도 않는다. 알레르기 때문이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간식에도 견과류는 가져갈 수 없다. 아이 학교는 Nut free school을 표방하고 있는데 영국의 많은 학교가 그렇다. 견과류 외에도 우유, 밀에도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세하게 쓰는 게 좋다. 오늘 아이 학교가 돕는 자선단체는 West London Welcome Charity다..

[life] 가슴 뛸때(feat.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전태일의 누이들)

지난 목요일 런던 한국 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 전태일의 누이들을 봤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국영화는 영국의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들이 가끔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광고를 보는 순간 냉큼 예약했다. 해떨어지면 에너지도 같이 방전되는 사람이라 저녁 시간 상영이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마침내 영화를 보러 가는 날, 6시 20분 상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이가 하교하자 말자 씻기고 저녁 준비해주고 5시 20분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 오른 순간 벌써 지쳐버렸다. 솔직히 이제는 웬만한 책을 봐도, 강연을 봐도 그게 자극이 되지 않는다. 제자리 걸음인 경우도 많아서 새로운 정보로 남는 경우도 적다. 문득 돌아보니 그건 책이나 강연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다. 가슴이..

[life] 젠더와 코비드(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지난 화요일 볼 일이 있어서 오버그라운드(지상철)을 타고 내가 사는 곳과는 반대편 동북방향 런던에 갔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 복잡함을 피해 가고 싶어 오버그라운드를 선택했다. 내가 오버그라운드에 오른 시간은 바쁜 출근 시간을 약간 넘긴 9시 몇 분 전이었다. 종점에 가까운 역이라 앉아서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앉아서 오버그라운드 안 사람들을 보니 열 명 중 두 명 정도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몇 정거장마다 한 번씩 TFL(런던교통공사) 내 지하철, 지상철, 버스를 이용할 땐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그걸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이..

[life] 시월에 만보걷기

지난 늦봄 친한 친구가 자궁 관련 암으로 수술을 했다. 다행히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수술도 잘 되었고, 수술 후 진단한 암도 1기였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건강한 삶으로의 복귀가 유일하게 남은 일이라고. 그 친구는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난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6주 동안 우리 가족 외 딱 5명을 만났다). 운동이 권장/처방됐는데, 치료로 기운이 없다는 친구. 문자로 "힘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운동을 같은 장소에서 하지는 못해도 따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10월에 월-금 만보걷기를 했다. 만보를 걷지 못하면 벌금 천원.🤑 수술한 친구에게도 활력이 됐음은 물론이고, 함께 하는 다른 친구와 나도 운동하는 계기가 됐..

[life] 오징어 게임 파장

페이스북에서 한 선배가 먼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게 있구나’ 생각해도 볼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작년 여름 이후 한국의 이모가 아이에게 넷플릭스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아이만 한 동안 한국음성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뿐 우리는 관심도, 시간도 없었다. 우리집 TV는 아이가 깨어 있을 땐 어린이채널 고정, 아이가 잠들거나 학교에 있을 땐 뉴스채널 고정이다. 일년이 넘는 동안 ‘필이 좋은 여행’이라는 음식 프로그램 몇 편 봤다. 선배의 포스팅을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 관련된 뉴스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아이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주로 하는 roblox라는 게임에 오징어 게임 버전이 있어 아이들이 관련된 걸 검색해보다 실..

[life] 모든 것의 때

아이의 아홉번째 생일 이후 한 달만에 큐가든에 다녀왔다. 한 3주 동안은 아이가 월-토 너무 바쁜 시간들을 보내서 일요일은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아이는 지난 주 (피로로 인한) 감기에 걸려 이틀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러고도 꼼짝마 모드를 며칠 간 유지하고서야 체력을 회복한 아이. 여전히 훌쩍이기는해도. 그래서 점심 먹고 산책하고 커피나 마시자는 생각으로 큐가든으로 향했다. 마침 가을학기 중간방학을 맞이해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그루팔로Gruffalo and child를 테마로한 걷는 길trail이 마련되어 그 길을 가보기로 했다. 거꾸로가도 길에 마련된 조각상들을 다 볼텐데, 굳이 시작점에서 출발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와 남편). 그루팔로는 3-5세 아이들이 즐겨 ..

[life] 영국 주유대란

한국 뉴스에도 나왔는지 모르지만 지금 영국은 주유대란 중이다. 휘발유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휘발유를 배달하는 대형 차량(HGV - Heavey Goods Vehicle) 운전자 부족으로 생긴 현상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비드 상황과 맞물려 현재 부족한 대형차량 운전자는 10만명이라고 한다. ☞ https://www.bbc.co.uk/news/57810729 How serious is the shortage of lorry drivers? The industry says there's a shortage of 100,000 drivers but why is that and what is the likely impact? www.bbc.com 한 2주 전부터 이 현상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을 땐, '..

[life] 애드센스 수익제로

저는 공감을 좇다보니 주로 찾아 읽게 되는 블로그가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쓴 블로그가 많아요. 또는 아이 키우며 비슷한 생각과 어려움을 통과 하고 있는 분들의 블로그. 물론 본인의 일과 육아 그리고 블로그까지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처럼 경제활동 연령대에 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무직😓(하지만 직업세계를 꿈꾸는)인 분들도 있고요. 많은 분들이 직업의 유무와 상관 없이 본인의 생활, 관심사를 공유하고 더불어 광고수익이 생기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블로그 광고게재합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게으른 블로거라 광고수익에 관한 생각을 밝히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변명이라고 혹은 자기위안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앞 글에 이어서 읽으시는 분들을 향해 쓰도록 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