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설날맞이

토닥s 2021. 2. 14. 08:55

설날을 맞아 줌미팅을 준비하면서 한국의 누리이모가 선물한 한복을 입고 세배하면 세뱃돈을 준다-고 누리에게 전했다.  그랬더니 부끄럼쟁이 누리도 세배를 하겠다고 나서기는 했는데 실수하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길래 '사전녹화'를 했다.  세배와 바이올린 연주를 사전녹화해서 (누리가 그렇게 원하던) 화면공유를 통해 가족들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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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영국이라는 거리도 거리지만 정말 Covid가 아니었다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Covid를 통해 휴교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차례대로 영상통화를 하며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했을테다.  그런데 이제 여든살 전후인 부모님도 휴대전화에 줌앱을 깔고 설인사를 나누게 됐다.  세상이 달라졌다.  지인은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설차례에 못온 가족들을 위해 유튜브 라이브로 설차례를 지냈다.  세상 참-.1  

줌미팅으로 설맞이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것도 신기한데, 한국의 이모가 '카뱅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완전신기방기.  세상 참-.2

이 돈으로 누리가 한국에 가면 '그 이모집 앞 버블티 가게'에서 버블티를 사준다고 했다.  올해 한국에 갈수나 있을런지-.😭

누리는 가족모임 바로 앞 학년 온라인 조회 때도 한복을 입었다.  아이들은 온라인 조회 때 발언권을 얻어 한마디 할 '거리'를 늘 찾는데, 오늘 누리는 의상(?)까지 갖추었으니 당연히 선생님이 발언권을 주셨다.  "음력 설이라 한복을 입었고, 조회 뒤에 한국에 가족들과 줌미팅을 한다"고 쫑알쫑알.  선생님은 영국사람답게 "우와~" "퐌타스틱~" "파뷸러스~"를 연발해주시니 누리가 기분이 하늘을 찌를듯한 하루였다.  가족들과 줌미팅을 마치고, 누리가 한복을 하루 종일 입어도 되냐고 물어봐서 그러라고 했다.  올해는 학교행사도 예전 같지 않아 밖에서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정말 신이난 누리는 자기가 한국인이어서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복도 입을 수 있고, 여름이면 해운대에도 가서 수영도 하고, 이모집 앞에서 버블티도 사먹을 수 있어서.  아이고 그 버블티.

 

봉쇄로 집콕이고, 음력설이어도 아는 사람과 모여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한복 한 벌과 줌미팅으로 설분위기를 만끽했다, 특히 누리가.  그럼 됐지.

 

우리는 평소에 먹던 차도 설이니까 녹차로 먹자고해서 우유에 녹차가루 타먹었다.  평소 같으면 우유 데워 녹차 반 스푼 넣고 휘휘 섞어주는데 설기분 느끼라고(?) 거품기 꺼내 섞어주었다.  명절이 별거냐면서.

 

 

점심으로 떡국도 먹고, 저녁엔 큰 마음 먹고 꼬치전도 만들어봤다.  몇 개 먹자고 이 고생인가 싶었는데 먹을 때 좋긴했다.  예상대로 누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아껴둔 비비고 만두 굽고, 오징어는 오븐에 굽는 걸로 사와서 데우기만해서 볶음밥을 만들어 함께 먹었다.  누리는 볶음밥만 열심히 먹었지만, 내가 오랜만에 즐긴 한 끼였다.

 

 

남은 꼬치전은 오늘 아침빵 먹고 남은 커피와 마셨더니 그것도 너무 좋았다.  고소한 달걀에 짭짤한 햄과 맛살, 맛 없을 수가 없다.  내일은 발렌타인데이, 또 뭐해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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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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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실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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