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그럼에도 봄

토닥s 2021. 3. 23. 02:54

2019년에 시작된 겨울이 2020년을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것마냥 우울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코비드는 모양을 바꿔가며 그 기세를 꺽지 않고 있지만, 특히 지금 유럽에서 3차 대유행이라 불릴만큼 기세를 부리는 중이다, 그래도 봄이 오긴 왔다.

작년 이맘 때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을 비는 거라고 알려줬더니 벗꽃을 보고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 애쓰는 누리.  잡지 못하니 지비가 나뭇가지를 털어준다.

 

youtu.be/PzWlaHhV5lo

그럼에도 떨어지는 꽃잎 하나 잡지 못한 누리.  놀이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됐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봄의 시작에 Marzanna라는 겨울의 여신을 강물에 던지거나, 불에 태우는(?) 관습이 있다.  예전에 폴란드의 포스난이라는 곳에 갔을 땐 학교의 아이들이 다 몰려나와 허수아비 같은 나무 인형을 들고 행진하는 풍경을 봤다.  마녀사냥/화형 같은 느낌이라 재미는 있어도 쫌 탐탁치 않았다.  왜 여성이냐고.

 

폴란드 주말학교에서도 각자가 이 Marzanna를 만드는 수업을 했다.  필요하다는 재료만 던져주고 장을 보고오니 무서운 나무 인형(?)을 만들어놓은 부녀.

 

 

youtu.be/AKJCm_OfUKM

다행히 불에 태우거나 강물에 던져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통에.

 

+

 

오늘 아침 함께 걷기로 한 약속이 취소되어 서둘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발코니를 정리했다.  키우는 식물은 잘 자라지도 않더니, 지난 겨울 동안 잡초는 무성하게 자랐다.  모두 뽑아내고 새 흙을 좀 채워넣었다.  그리고 대충 모양보고 사온 꽃씨들을 털털털 털어넣었다.  원래는 모종키워 옮겨 심는다고 하지만, 벌써 늦었다는 생각에, 될대로 되라는 생각에 털털털.  이제 먹는 건 안키울 생각이다.  꽃들만 심어서 벌레 없애는 약 쳐가며 키우려고 한다.  상추나 뭐나 먹는 건 벌레들 입맛에도 달달한지 벌레들이 잘 생겨서.  싹이 나기 전까지 바람 많이 부는 날씨가 없었으면 좋겠다.  채워놓은 흙 바람에 다 날라가버리면 곤란하니까.  흙이 비싼게 문제가 아니라 무거워서 들고오는게 문제다.😑

 

내일은 지비님 생일이라 나가서 꽃을 사왔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먹는 게 남는거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인데 요즘 자주 꽃을 사게 된다.  벌써 꽃중년?😨  그건 아니고, 중년이긴 하지만, 선물 대신 다른 걸로 좀 떼우려는-.😁

 

영국사람들은 꽃을 많이 산다.  마트의 입구에도 꽃이 자리잡고 있고, 지하철역 입구에도 꽃집이 있다.  꽃집도 제법 많다.  꽃집 꽃은 비싸지만 마트에서 사는 꽃은 살만하다.  저 꽃이 5파운드인데, 환율을 떠나 한국의 5천원 정도의 값어치다.  코비드로 각종 행사가 없어지면서 한국의 화훼농가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국의 부모님은 또 꽃값이 비싸서 쉽게 사기 어렵다고 그러신다.  꽃이 좀 저렴해지고, 사람들이 꽃을 많이 소비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

 

 

생일선물은 이미 구비되었고, 자기 생일선물이라며 휴대전화를 구입하심, 생일저녁은 배달하기로 하였고(오예!), 이제 케이크만 만들면 끝!  사실 생일 케이크도 사먹으려고 했건만 끝까지 만들기를 고집하는 누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