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생활 227

[etc.] 주말 일기

일을 하지 않는, 물론 집에서 육아라는 중노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일요일 밤이 되면 무척 꿀꿀하다. 다시 월-금 독박육아(?)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물론 주 4일은 지비가 퇴근해서 돌아와 누리와 놀아주지만, 가끔/종종/자주는 둘이 다투면 내가 하던 집안일을 멈추고 해결해야 한다. 한 일도 없이 바쁘게 보낸 주말의 기록. 토요일 4월 16일 오후는 오래전부터 비워두었다. 하지만 내 볼 일이 있다고 누리와 지비를 소홀히 대하면 뒷탈이난다. 그래서 오전은 가족시간 - 다 함께 내가 보고 싶었던(?) 영국(국립)도서관에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2015년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탄생 150년이 되는 해였고, 지금까지 관련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4월 17일..

[+1300days] 평화와 피로 사이

평화로운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 문제는 평화로운 것인지, 피로해서 기운이 없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 2주간의 부활절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누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방학 전 일주일을 앓았다. 그리고 부활절 연휴가 끝나고 조금 나아져 한 일주일 바깥 나들이를 하였는데, 다시 아파서 이번 주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 그러고나니 한 일 없이 피곤. 토요일 지비가 운동을 하러 차로 2~3시간 걸리는 곳에 다녀오느라 누리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예전 같으면 둘이서 장보러 나가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왔을텐데 기운이 없어서 집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점심을 먹다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 바깥 날씨가 아까워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이라도 가자 싶어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재활용 쓰레기(소형가전과 전구)도 버리고,..

[food] 추억과 먹는 탕수육

얼마 전 R의 집에 초대되어 가서 먹은 카라아게(생강이 들어간 닭튀김)의 맛에 반한 뒤 조리 비법을 알고 나서, 한국 마트에 파는 카라아게 가루가 비법, 한 번 해 먹었다. 맛은 R의 집에서 먹었던 것만 못했지만 그 비슷했다는 사실에 우리끼리 감동하고, 그 뒤 튀김 음식에 한껏 자극을 받아 탕수육에 도전했다. 도대체 어떤 부위를 튀겨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한참 검색해서 medallion, 순살(등심) 정도가 될꺼라 추측하고 주문해서 금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금요일은 지비가 한 30분 일찍 퇴근해서 저녁 준비에 여유가 있다. 일찍 와서 누리를 마크할 수 있으니. 조리법은 우리집 유일 한국요리책 나물씨의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를 참고했다. 녹말가루에 카레가루를 더한 튀김옷을 준비해서 만들었다. 한 때..

[food] 딸기 크림치즈 케이크

2주 전 지비의 생일에 만든 딸기 크림치즈 케이크. 사실 만들려고 했던 케이크는 생크림 케이크였다. 간단한 저녁 식사 후 먹기 전까지 생크림 케이크라고 생각했다. 만들면서 크림의 맛을 보기는 했지만, 시판 생크림이라 맛이 그런 줄 알았다. 꼭 오래되서 다 꺼져버린 생크림 같았다. 맛이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같았던 건 그 회사에서 만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 수록 이상해서 크림의 포장을 확인해보니 '휘핑된 크림치즈'였다. 이날은 빵을 구울 때부터 뭔가 잘 풀리지 않았다. 평소에 만드는 머핀이나 케이크는 우리가 기대하는 케이크 빵의 느낌이 나지 않아 케이크 시트지를 사려고 했는데, 원하는 크기가 없었고 그나마도 케이크 시트지가 맞는지 의심이 갔다. 그래서 빅토리아 스폰지 케이크 믹스를 사다 ..

[life] 먹고 또 먹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는 한국으로 치자면 설날과 추석. 기념하는 것은 다르지만 비중으로 치면 그런 휴일/연휴다. 그러니까 명절. 한국의 명절이 그렇듯 여기도 이 기간에 정말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고, 또 먹는다. 연휴 시작 전 - 지비 생일 연휴 시작 이틀 전이 지비의 생일이었다. 이날 쉬고 싶었으나 부활절 연휴과 이어 쉬기 위해 생일 다음날 하루 휴가를 냈다. 생일이니 케이크는 한 조각 먹어야 할 것 같이서 준비했다. 직접 만들어본 생크림 케이크인데,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생크림인 줄 알았다. 나는 만들면서 맛을 잘 보지 않는 특이한 사람. 별 이야기는 없지만, 다음에 더 풀어서 따로. 연휴 첫 날 누리가 거의 일주일만에 외출을 한 날. 오래전에 예약해둔 트램폴린 실내 놀이터에서 잠시 놀고, 아시안 식당에..

[etc.] 공간의 재구성

한국의 아파트에서 비해서 넓지는 않지만, 우리 셋이 살기엔 좁지 않은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늘어만 가는 누리의 짐, 정리되지 않는 짐으로 집이 점점 좁게 '느껴지는' 요즘. 다시 공간을 재구성하겠다.. 마음 먹은지 벌써 몇 달. 그대로 어수선한 집이 방치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칼을 빼들었다. 2주간의 방학, 정확하게는 5일간의 부활절 연휴를 계기삼아 정리를 해보겠다고. 요즘 부쩍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라도 '어수선 하지 않은' 공간에 사는 것이 소망이다. 지비는 우리집이 적당한 수납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플랏(아파트)니까 어쩔 수 없다, 특히 모든 가구와 물건이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지비는 수납공간이 될 수 있는 ..

[coolture]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수화 프로그램 - Magic Hands

우리집의 TV는 주로 BBC1 또는 BBC News가 고정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태어나고서는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에 고정되어 있다. 밤에 뉴스를 보고서도 지비는 TV를 끌 때 Cbeebies로 맞춰 놓는다. 공부하고 했던 일이 있어 아이에게 TV는 안보일 것 같지만, 공부하고 일 했던 사람의 관점으로 볼 때 Cbeebies의 프로그램들은 꽤 괜찮다며 느슨한 편이다. 아이의 영어를 걱정하는 주변의 한국 엄마들에게도 막 권장한다. 느슨한 TV보기 - 이건 창의력 없는 엄마의 변명이기도 하지만 정말 Cbeebies의 유아프로그램들은 수준이 높다. 일단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내용이 그렇고, 언어가 그렇다. 신나는 모험보다는 아이들의 일상 - 놀이터가고 학교가고 그런 일상이 주요 소재다. ..

[food] 달걀빵

얼마 전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달걀빵. 사실 달걀빵을 먹어본 것도 한 두 번인 것 같은데 그 날 이후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럴 땐 먹어줘야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레시피는 시판 핫케이크 가루를 이용해 종이컵에 담아 전자렌지로 요리한 초간단 레시피였다. 2월에 있었던 팬케이크 데이에 누리가 잘 먹어서 가끔 끼니로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둔 핫케이크 가루가 있어 만들어봤다. 마침 다가오는 부활절도 준비할 겸. 달걀빵 소셜미디어 초간단 레시피 몇 가지를 보니 공통적으로 추려지는 재료와 주의점이 있었다. 재료 : 핫케이크 가루, 달걀, 치즈, 토마토, 햄 약간, 파슬리 약간, 버터 약간 주로 mixed size의 15개들이 프리 레인지(풀어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사먹는다. 대형 마트에선 규격화된..

[etc.] 2주 단위 생활

2주들 누리와 또래 아들이 있어 가까이 지내는 Y님과 3월 말에 시작되는 부활절 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아이님들을 엔터테인할 것인가를 이야기 나누다보니 방학이 성큼 다가와 이번 주에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음 주말이 되어야 부활절 방학이 시작된다. 꽉차지는 않아도 대략 2주를 기다려야 한다. 2주 간의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2주 뒤면 짧은 여행을 간다. 여행을 다녀와서 2주 뒤에 한국에 간다. 한국에서 돌아와 다시 2주가 지나면 휴가를 간다.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와 2주가 다시 지나면 6주간의 여름 방학이다.여름 방학이 끝나고 2주 뒤엔 누리가 4살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9월이 성큼 다가온다. 이렇게라도 버텨보자. 봄나들이 쫑쫑쫑 3월 말까지 긴 겨울이 될꺼라..

[+1263days]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것

누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서 누리가 일방적으로 졸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이쁘게 생긴 빨간곱슬머리 영국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누리보다는 작지만, 부모 모두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말(당연히 영어)을 잘했다. 누리는 그 아이를 친구보다는 언니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누리는 "친구"라고 했지만. 9월에 시작되는 학교부설 유치원의 신청마감이 1월에 있었는데 그때 그 아이의 아빠가 런던 밖으로 이사를 가는데, 이사갈 곳 유치원에 신청하려니 현재 사는 동네에 신청을 해서 전학을 가는 형식으로 옮겨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다른 부모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아이, 누리가 졸졸졸 따라다니는 빨간곱슬머리 아이가 떠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봄학기 중간방학이 끝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