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생활 228

[+1223days] 아이 눈높이 언어

예전에 한 선생님이 아이들이 하는 말은 귀신에게서 배우지 않는한 모두 부모에게서 온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 오늘 오후 런던 남쪽에 있는 한국마트에 다녀오면서 누리를 잠들게 하지 않으려고 옆에 앉아서 끊임없이 떠들었다. 보통 오는 길에 잠이 드는데, 늘 깨고나면 문제다. 피곤한 만큼 잠을 채우지 못한 탓인지 한참을 운다. 어찌 낮잠을 건너뛰었는데 잠들 시간이 되어서도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잠들기를 거부한다. 겨우 책을 들고 침대에 눕는데까지 성공. 누워서도 침대 밖으로 나갈 껀수만 찾는 누리. 잠들기 전에 꼭 머리에 똑딱이 헤어핀을 꽂아야 한대서 "잘 때 머리 아프다고 안된다"고 했더니 "(머리핀을)위에 꼽으면 누워도 귀만 아프지 위는 괜찮다"고 해..

[etc.] 2015년과 2016년

2015년의 끝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누리의 어린이집이 2주간 방학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전엔 그 동안 만나지 못한 동네 사람들(?)도 만나고, 크리스마스엔 지비와 또 함께 그 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났다. 지비가 연휴를 끝내고 출근한 뒤 여전히 방학인 누리와 나만 남았다. 날씨가 춥지만 집에 있으면 누리와 투닥투닥할터 어디에 가면 좋을까하고 생각하다 일전에 Y님이 알려주신 링크를 타고 발견한 V&A 방학프로그램 - 팝업 공연이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글을 보고, 부랴부랴 누리를 챙겨 박물관으로 달렸다. 어찌나 달렸던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버렸다. 팝업 공연은 호두까기 인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25분짜리 공연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이곳은 가족공연이 많아 우리도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누리..

[+1211days] 그림 같은 풍경

한 마디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지비가 운동을 하느라 늦게 오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저녁 설거지는 지비와 누리 몫이다. 이 뒷모습을 보고 "아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야"라고 했더니 "정말 힘들다"는 지비. 둘에서 어찌나 싸워대는지. 누리는 거품 가득 스폰지로 닦겠다며 사방팔방 거품을 튀기고, 지비는 그릇 미끄럽다 떨어진다 깨진다 조심해라를 계속 반복한다. 속내는 그러하나 뒷모습만은 참 아름답다 - 고 해두자. + 여행용 가방을 꺼내면 누리는 사명감을 가지고 가방을 밀고 나간다. 그런데 잘 넘어지기도 하고, 일반도로는 공항의 매끄러운 바닥과는 달라 잘 밀리지 않으니 함께 밀어줘야 한다. 누리가 돕는다고 하는데 나는 배로 힘이든다. 나는 가방을 앞으로 밀고, 누리는 가방을 아래로 누르니 당연한 결과다. 그래도 ..

[+1173days] 상상력 0점 엄마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나의 창의력으로 보여지는 것들은 남들보다 조금 꼼꼼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상상력이나 창의력은 아쉽게도 나이들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듯하다. 대체 나의 어떤 어린시절이 이렇게 재미없고, 추억없는 인간을 만들었는지. 그래서 누리만큼은 좀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것만큼은 피하자 하는 것이, 실물에 가까운 장난감을 사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그런 장난감이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는가 - 하면 그것도 아닌데. 하여간 그런 이유로 누리에게 사주지 않은 장난감은 인형이다. 여기 아이들은, 한국도 그런가?, 걷게 되는 즈음 아기 인형을 많이들 들고 다닌다. 그 인형들은 유모차도 있고, 흔들침대도 있고 그런 식이다. 나는 누..

[+1148days] 어린이집과 기다림

영어에 마일스톤즈milestones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표지석'쯤 되는데, 의미있는 변화/성장를 이르기도 한다. 그런탓에 육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기었다거나, 걸었다거나 그런 때 쓰인다. 오늘이 누리에게 있어서 그런 날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주 5일 하루 2시간 45분인데 누리는 오후반. 9월에 2011년 9월~2012년 8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난 다음 빈자리를 채우는 격이어서 오후반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는 누리로 봐선 나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 5일 밖에 안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 때문에, 나는 주 2~3일 정도를 희망했다, 시작부터 주 5일을 하게 되었다. + (윗글은 ..

[life] 다시 런던

지난 일요일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한국행에서는 먹고 싶은 것 찾아먹고 푹 쉬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내고 온 기분이다. 텅빈 냉장고 집에와서 보니 알뜰하게(?) 텅빈 냉장고. 지금 내 상태마냥. 돌아온지 며칠이 지났어도 이 상태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냉장고도, 나도. 다시 채워야지. 다 죽어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던 토마토들이 가지와 잎사귀는 바짝 마른채로 이 녀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며칠 째 누리의 주요한 간식과 우리의 주요한 식재료가 되어주고 있다. 토마토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자라 내년엔 한 가지로 한 그루만 심어야지 했는데, 두 가지가 서로 다른 맛과 멋이 있다. 작은 토마토는 수확이 빠르고 또 누리가 잘 먹는다...

[life] 한국인 아내

오늘 블로그를 통해 연락처를 나눈 G님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나와 비슷하게 런던서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한국인 아내였다. +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벌써 언급(섭외)한 이야기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인 아내'에 관한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그게 글이 되었던, 연구가 되었던. 내게 다시 '연구'라 이름 붙일 작업을 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바르셀로나에서 런던 나들이를 나선 대학 동기 S와 그녀의 친구 E님을 만나게 되면서다. 지금 현재 모두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아내다. 우리 집에 머물면서 E님의 결혼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 먹고 커피 한 잔하며 수다를 떨면서. 들으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E님이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기도 하셨지만. 그 눈물 없이 들을 수..

[etc.] 사부님네 BBQ

지비가 하는 아이키도 - 사부님이 여름을 맞아 집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그룹이라, 열 명 내외가 함께 운동한다, 격이 없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라도 멀지도 않아서 그런 파티가 일년에 한 번은 열리는 모양이다(가서 들어보니). 대단한 의미라기보다 여름 휴가철 영국인 가정엔 종종 있는 일이다, 가든이 있다면. 우리도 바베큐는 좋아하지만 가든이 없어서 늘 바베큐를 그리워하며 지내다 이 소식에 '이 때다!'했다. 그런데 약속되었던 지난 주말은 비가 와서 바베큐가 한 주 연기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가고 싶어하던 다른 일정과 겹치게 되어 난감했지만, 지비가 꼭 가고 싶어하던 자리여서 이 번은 지비에게 양보했다. 그런 사정으로 갈 때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가서는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