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life] 한국인 아내

토닥s 2014. 11. 14. 06:48

오늘 블로그를 통해 연락처를 나눈 G님을 만나 커피를 마셨다.  나와 비슷하게 런던서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한국인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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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벌써 언급(섭외)한 이야기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국인 아내'에 관한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그게 글이 되었던, 연구가 되었던.  내게 다시 '연구'라 이름 붙일 작업을 할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바르셀로나에서 런던 나들이를 나선 대학 동기 S와 그녀의 친구 E님을 만나게 되면서다.  지금 현재 모두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아내다.  우리 집에 머물면서 E님의 결혼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 먹고 커피 한 잔하며 수다를 떨면서.  들으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E님이 워낙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기도 하셨지만.  그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을 처음했고, 이후엔 이 작업이 나의 자화상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시대, 하지만 공간만은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기록이 될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현실이 이 작업을 허락하지 않으니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리고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되는 '한국인 아내'님들께 이런 작업을 할터이니 염두에 두라며 케이스 번호를 남발하였다.  작업(프로젝트)의 이름은 한글로 '아내'라고 지어만 놓고 안타깝게도 당분간은 계속 케이스 번호만 남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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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만난 G님은 한국인 남편의 한국인 아내였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아내와는 또 다른 특징, 또 다른 사연이 있는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도 하지 않은 작업에 이 그룹을 새로 가지 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사실 이미 다른 가지 하나도 쳐놓았건만(이건 다음 기회에).


이 그룹은 한국 밖에 살면서 한국식으로 사는 것 같다.  가끔은 더 진하게 한국식으로.  예전에 W에서 일할 때 H씨도 한국인 남편을 둔 한국인 아내 케이스였다.  어느 날 H씨가 집에서 뭐해 먹고 사는지 물었다.  "밥도 먹고, 파스타도 먹고, ... 하지만 국 반찬은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바로 돌아온 이야기가 "너무 좋겠다"였다.  당시 나는 영국 생활 1년도 지나지 않은 때였고 H씨는 5년 이상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10년 가까이 산 부부였다.  그런데도 한국식으로 밥, 국, 반찬 차려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였는데, 내가 이곳에서 겪어본 한국 남자들을 보면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이야기였다.

외국인 남편들과 사는 한국인 아내들은 '말 안통하는' 어려움을 안고 살지만 대체로 격식 없이 '쪼대로[각주:1]'산다.  한국 밖에 사는 한국인 남편의 한국인 아내들은 다른 이야기가 있을테다.  그게 궁금해졌다.  궁금함이 게으름을 언제 넘어설지 그게 관건이다.




London, UK (2014)


한인타운이 있는 런던 남서쪽 뉴몰든에 다녀오던 날 우리 앞에 선 차량.  영국서는 차량등록번호를 살 수 있다(고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차량등록번호는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인데 재치있게 조합하여 어느 나라에서 오셨는지 알려주시는 운전자님.  원래 이런 상세정보는 지우는 편이지만, 이 차량등록번호는 보라고 창작 하신듯하여 올린다.





  1. '마음대로'의 부산경남 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