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생활 227

[+1462days] 이제 만 4살

어제로 누리는 드디어 만 4살이 되었다. 어제의 기록은 어제 남기고 싶었지만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서. 올해 생일은 어린이집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누리 생일 앞뒤로 그 친구들 생일이 있어 우리가 미리 시간을 잡기 위해 말을 꺼내면 부담을 가질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 친구들 중 한 명의 생일이 있었는데, 엄마가 만든 케이크와 두 개의 헬룸 풍선을 받은 아이 사진을 보니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풍선 2개 이외에도 스쿠터를 선물로 받았다. 누리는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부는 건 알지만 '생일'이라는 개념이, 생일엔 '선물'을 받는다는 개념이 아직 없다. 그래서 케이크를 먹으면 생일 막론하고 촛불을 불려고 한다. 그런데 굳이 우리가 '생일-선물..

[place]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V&A museum

런던을 거쳐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 곳이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다. 볼 거리가 많고 아름답다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라면 볼 거리가 너무 많은 것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건물이 아름답긴 하다. 이 박물관을 올해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았다. 작년 연말 누리와 갈 곳을 찾다 크리스마스 방학 프로그램 - 팝업 퍼포먼스가 있는 것을 발견해서 가게 됐는데 이후에도 '훈련'차원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 팝업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 팝업 퍼포먼스는 30분 정도 길이의 공연/워크샵이었는데 시의적인 이벤트/테마를 주제로 마련한 공연이었다.나는 언젠가 누리와 공연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누리가 공연장의 어둠을 견딜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30분이나마 익..

[+1456days] 어린이집 개학

두달 간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늘부터 우리는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했다. 2시간 45분이라는 길이에는 변함이 없지만 오전반으로 옮겼다. 비가 많이 오고 일찍 어두워지는 가을-겨울이라 오후반 생활도 나쁘지 않지만, 내년부터 유치원-학교에 가게되면 오전 8시 45분 등교니 연습/습관이라도 되라는 마음에 오전반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오후에 다른 무엇인가를 해볼 요량이었다는 말을 꺼내지도 않겠다. 지키지 못할 약속 같아서. 어쨌든 오전/오후반 모두 10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인데 그 아이들 중 7~8명만 계속해서 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니 쉽게 옮겨질 수 있었다. 다른 어린이집(주로 학교 어린이집)으로 옮겨간 수는 3~4명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유치원에 진학(?)하였다. 8시에서 8시 반 사이에 일어..

[+1455days] 잘가 그리고 고마웠다.

누리 방 만들어주기는 아직도 시작만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그대로 정체만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비 아버지가 오실 즈음해서 쓰임이 적은 그리고 덩치가 큰 물건들을 집안에서 치웠다. 이베이 중고장터에 올려 새로운 물건을 사는데 더하고 싶었지만 아이들 물건이라 그런지 팔리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것 새로 사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공통이었던지. 아기코트는 팔렸지만 너무 어처구니 없는 가격이라 우리가 취소했다. 10파운드. 코트, 포티, 장난감 모두 싸서 얼마 전 쌍둥이를 본 친구에게 다 줘버렸다. 코트를 보내기 전 기념촬영 유모차는 일찍 팔아 치우려고 마음 먹었는데, 중고시장에 올리려니 그래도 쓰임이 생기지 않을까 하루 미루고 일주일 미루다 가장 나중에 중고시장에 올렸고, 오늘 오전 새주인이 와서 ..

[+1454days] 드디어 Cbeebies Proms!

'드디어'라고 썼지만 사실은 2주 전에 다녀온 프롬스를 이제야 올려본다. 어제 프롬스 마지막 공연 라이브를 보면서 숙제(?)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BBC Proms는 BBC에서 매년 주관하는 클래식 공연축제다. 두달 여 동안 클래식 공연이 매일 밤낮으로 로열 알버트 홀 Royal Albert Hall에서 열린다.☞ BBC Proms http://todaks.com/210 ☞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http://todaks.com/1428 치열한 예매 경쟁에서 표를 예매한 성취감이 잊혀지고도 남을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의 프롬스 공연을 보러가게 됐다. 그날은 8월 말 공휴일이었다. 누리는 당일까지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공연장 가까이 가서 요즘 TV에..

[+1452days] 속보 - 구름다리건너기, 드디어 해냈다!

놀이터 생활 3년만에 쾌거 만 4세 생일 앞두고 매일 연습 + 요즘 누리는 놀이터에 가면 바로 구름다리로 달려간다. 한 3~4개월 발목만 잡아주면 건널 수 있는 상태였는데, 그래도 잡아주긴 잡아줘야했다. 지난 주말 지비 앞에서 혼자 대롱대롱 매달려보더니 한 주 내내 혼자 첫 칸에만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러더니 오늘 갑자기 해냈다. 자기도 신이 아는지 연달아 5번쯤하고서는 기운이 빠져 더 하지는 못했다. 나도 참 신기했고, 주변의 엄마들도 몇 살이냐고 묻고는 신기해 했다. 그게 모두 1년 반 동안 체육수업에 시간과 비용을 들인 결과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 이제 자주 가는 놀이터에서 대부분의 기구는 혼자 오르고 내릴 수 있게된 누리. 심지어 그네도 처음만 밀어주면 다리를 앞으로 뒤로 접어가며 혼자서 높이를..

[+1447days] 누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요며칠 마음이 힘들고 복잡했다. 누구도 괘념치 않는 일을 두고 혼자서 마음 고생 중이었다. 어제 오전 놀이터에 갔다가 장 보기 전 점심을 먹으러 들른 크레페 까페에서 요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비와 이야기하는데 눈물 또록. 그런 나를 보고 누리가 "울지마"하고 오른팔을 톡톡. 여기까지는 지비가 시킨 행동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그런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어?", "놀이터 가고 싶어?" 이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 이런 것들이 누리를 슬프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누리는 지비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걸 싫어한다. 다른 집도 그런가. 그리고 요즘들어 부쩍 놀이터를 떠나는 걸 싫어한다. 예전엔 집에 가자면 잘 따라 나섰는데, 요즘은 더 놀겠다고 울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놀이터에 가고 싶어..

[life] 한국이 여기저기

올 여름으로 3년째 누리는 방학때마다 진행되는 축구 수업을 참여했다. 이번엔 누리와 어린이집을 함께 다니는 친구와 매주 함께 했다. 그 친구는 엄마가 일본인 아빠가 나이지리아인. 그 친구에겐 이복누나 - 아빠의 이전 결혼생활에서 출생한 누나가 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 그 누나가 방학을 맞아 아빠를 찾아와서 새엄마를 육아를 도와주어 나도 몇 번 보게 되었다. 참고로 그 누나의 엄마는 독일인. 그 누나를 처음 볼 때 새엄마가 그 누나를 소개하면서 한국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예의상 어떤 그룹을 좋아하냐고 했더니 엑소라고. 나도 엑소 이름은 들어봤다, 노래는 안들어봤지만. 지난 주 축구 수업엔 그 누나, 아빠, 일본인 엄마, 그리고 아기 동생까지 온 가족이 출동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

[etc.] 커피를 찾는 남자들

누리가 생애 첫 방학을 맞았다. 방학의 전과 후 좀 정신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방학에 들어가면 짧으나마 가질 수 있었던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허둥지둥하다 시간을 다 보내버렸다. 집은 아직 정리를 마치지 못한채로 상당수의 짐들이 좁은 바닥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다 덜컥 누리가 방학을 맞았고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날씨가 무척 더웠다. 35도, 체감 온도는 그 이상 정점을 찍었던 지난 화요일이 방학 전 어린이집 마지막 날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9월 전에 만 4세가 되어 학교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유치원(여기서는 reception이라고 한다)로 넘어가고 3~4명의 아이들은 학교부설의 어린이집으로 옮겨가고 7~..

[etc.]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어제 어린이집을 마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1시간 더 뛰어 논 누리는 집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징징.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피로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징징. 징징대는 누리를 어르고 달래서 아침먹이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나는 초조하게 컴퓨터를 켜놓은 방을 오갔다. 9시부터 시작되는 BBC Proms 유아 프로그램 예매를 위해 해당 사이트를 여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BBC proms 참고 http://todaks.com/210 ). 금새 매진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로그인하는데도 줄을 서야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내 앞에 500여 명.(ㅜㅜ ) 컴퓨터가 빠를 꺼라 생각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모바일로 해당 페이지를 열어보니 같은 상황. 내가 지비에게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