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Cooing's

[+1454days] 드디어 Cbeebies Proms!

토닥s 2016. 9. 12. 08:07

'드디어'라고 썼지만 사실은 2주 전에 다녀온 프롬스를 이제야 올려본다.  어제 프롬스 마지막 공연 라이브를 보면서 숙제(?)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BBC Proms는 BBC에서 매년 주관하는 클래식 공연축제다.  두달 여 동안 클래식 공연이 매일 밤낮으로 로열 알버트 홀 Royal Albert Hall에서 열린다.

☞ BBC Proms  http://todaks.com/210

☞ 프롬스 어린이 프로그램의 비밀 http://todaks.com/1428



치열한 예매 경쟁에서 표를 예매한 성취감이 잊혀지고도 남을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의 프롬스 공연을 보러가게 됐다.  그날은 8월 말 공휴일이었다.  누리는 당일까지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공연장 가까이 가서 요즘 TV에서 자주 보여주는 동그란 공연장을 밖에서 보고 "와"했다.  공연장 여기저기 Cbeebies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와~와~".  TV에서 자주 보던 캐릭터들이 나와 노래할 땐 "와~와~와~".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누리가 가장 행복해한 순간은 공연 시작 전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순간이었다.  우리가 예매한 좌석은 미리 음식을 주문해놓으면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오전이라 음식은 뭣하고, 비싸기도 하였다, 간단하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미리 주문했는데 60분짜리 공연이라 공연 전에 배달됐다.


예전에 프롬스를 보러 갔을 땐 사진 촬영 금지였는데, 이 공연은 본격적인 클래식 공연은 아니니 사진 촬영은 자유로웠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간 것도 아니고, 휴대전화 카메라로는 어두운 실내를 찍어도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아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공연 거의 내내 누리가 내 무릎에 앉아 있었다.

우리 좌석은 공연장에 보면 12명씩 앉게 되어 있는 작은 발코니 같은 좌석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였는데, 누리는 키가 작으니 자리에 앉으면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우리 뒷줄에 앉은 아이도 마찬가지라서 그 아이는 공연 내내 서서 봤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빈자리가 많이 보이길래 그 치열한 경쟁은 무엇이었나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다 우리 같은 부모들이었다.  돈주고 표사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봐야하는. 

공연은 볼만했다, 지비에게는.  어른들은 구석구석 재미까지 찾아볼 수 있었지만 누리는 40분 넘어가니 집중력 급저하.  심지어 잠이 온다고 했다.  물론 다시 쿵짝 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옮기긴 했지만.  그건 다른 집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20여 분 넘어가니 아주 어린 아이들은 칭얼대기 시작해서 부모들이 아이를 안고 들락나락, 물이나 간단한 스낵 정도를 마시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니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2~3년 전 진행된 첫 Cbeebies Proms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 물론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TV로만 봤지만, 아쉬웠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인근의 홀푸드에서 먹거리를 사서 공연장 바로 앞인 하이드파크에서 먹기로 하였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니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출연자들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이 구름떼처럼.  우리도 얼떨결에 줄을 섰다가 진행되는 속도가 무척 느릴 것 같아서 5분 여 만에 포기하고 줄 밖으로 나왔다.  먹거리 사러 홀푸드로 고고.  그런데 공연에도 등장했고, TV프로그램으로도 존재하는 클랭어가 가는 길목에 등장했다.  그냥 갈 수 없어서 배 한 번 쓰다듬고 고고.



비록 출연자와 사진은 못찍지만 로열 알버트 홀 앞 구름떼처럼 서 있는 부모들(?)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배가 고파질 시간이라 전혀 협조하지 않았던 누리.



그러다 클랭어를 다시 발견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부모구름떼 안쪽으로 이동.  손 한 번 잡고 돌아나왔다.



배가 고파진 아이를 데리고 기념사진 다운 기념사진은 찍지 못하고 건물 외벽에서 한 컷.  바로 누리를 안고 홀푸드로 이동해서 장봐서 다시 공원이동, 허겁지겁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기에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아침부터 서둘러 한 외출에 저도 공연을 보느라 초집중을 하였던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서 배가 고픈 것 같았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다행히 이것저것 취향대로 주워담은 음식들이 맛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귀가했다.




난데 없는 더치커피의 발견.  여기서는 콜드브루커피라고 한다.  보통 마트에는 없는데 홀푸드에서 발견하고 사봤다.  처음 가본 홀푸드에 홀딱 반한 우리들.  다만 몇 가지 주워담으니 '차라리 이 가격이면 식당을 가서 먹을 가격'이 되었다.


+


프롬스는 수많은 수준급 공연을 볼 수 있는 장기간의 클래식 축제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지만 이 축제를 더 빛나게 하는 건 프로머 Promer라는 티켓이다.  공연장 한 가운데 스탠딩 티켓을 공연 당일 5파운드에 판매한다.  돈이 없는 사람만 이 티켓을 사는 게 아니다.  미리 표를 예매하지 못한 사람들도 '정성'이면 자기가 좋아하는 연주, 공연을 볼 수 있다.  5파운드에.  고급문화라고 분류되는 클래식 공연 축제 한 쪽을 오픈함으로써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제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머 티켓이 프롬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이 Cbeebies Proms를 예매하면서 다시 프롬스의 넉넉한 매력을 느꼈다.  보통 프롬스의 티켓은 좌석에 따라 15~65파운드 정도다.  더 높은 가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봤던 공연은 그랬다.  그런데 이 Cbeebies Proms의 티켓은 좌석에 상관없이 20파운드 동일했다.  생각해보라 부자 부모는 천천히 예매했지만 많은 돈 주고 좋은 좌석을 예매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부모는 아무리 서둘러도 예산에 맞는 좌석을 예매한다면 마음이 어떨까.  마침 그 예산에 맞춘 좌석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면 말이다.  예산과 상관없이 조금 더 서두른 사람이 무대에서 가까운, 평소엔 비싸게 판매되는 좌석을 예매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주최측이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축제다운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별 거 아닌데 배려라는 게 그렇다.  별 거 아닌데 참 크게 다가온다.


+


공연 시작 40분 후 누리가 집중력을 급상실하기는 했지만 지비에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생기면 오겠냐고 했더니 자기는 오고 싶단다.  이번에도 누리보다/만큼 더 좋아했다.  2~3년 후쯤 누리가 6~7살이 되면 한 시간 채워 집중할 수 있을까?  물론 그땐 지금 보는 TV캐릭터들이 유치해서 이렇게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다음 기회가 온다면 우리는 또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