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82

[food] 바나나 로프 케이크 Banana Loaf Cake

로프 케이크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바나나 로프 케이크 Banana Loaf Cake. 영국에 있는 코스타 Costa라는 까페를 갈 때마다 지비와 내가 늘 먹는 메뉴다. 로프 틀을 사면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었던 메뉴인데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다. 그러다 집에 너무 익어버린 바나나를 보고 '이 때다'하면서 만들었다. 바나나 로프 케이크 바나나 로프를 검색하면 많은 레시피가 나온다. 대충 공통되는 재료들을 추리고, 이전에 만들었던 다른 로프 케이크를 떠올려 재료들의 양을 잡았다.바나나 로프를 만들 때 각종 너트/땅콩류를 많이 넣는데 나는 호두만 넣었다. 바나나 1개는 으깨어 반죽과 섞고, 위는 바나나를 쫑쫑 썰어 올렸다. 이거라도 없으면 바나나 로프 케이크인줄 누가 알겠나. 사실 코..

[etc.] 영국 사람들의 유머

내가 본 관점에서 영국 사람들의 유머는 특이한 면이 있다. 좀처럼 잘 웃기지 않는데, 웃음은 늘 씁쓸함을 동반한다. 어떨 땐 인종차별과 성차별까지 아슬하게 넘나든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TV 프로그램이 비판대에 오르지 않는 것은 조롱의 대상이 인종차별과 성차별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여간 한국처럼 국가 원수의 희화한 포스터 한 장 붙였다고 잡아가진 않는다. 그런 일이 매일 밤 TV 프로그램에서 채널별로 벌어지니까. 지비가 월드컵이 시작되는 어제 퇴근 길에 받아온 가디언 The Guardian의 홍보물이다. 월드컵 기간동안 신문을 살 때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이 날짜 별로 들어 있는 카드 케이스. 겉면의 문구가 정말! Straight. Unbiased. We'd never get a job at FIFA.바..

[food] 유자 로프 케이크 Yuja/Yuzu Loaf Cake

또 〈Marvellous Mini Cakes〉에서 나온 레시피. 하지만 그 책엔 유자 로프 케이크 같은 건 없다. 그 책에서 본 건 마말레이드 미니 케이크 Marmalade mini cakes. 오렌지를 껍질 채로 잘라서 내용물과 끓여 만든 일종의 잼이 마말레이드인데, 이것도 땅콩 버터처럼 일년에 한 번 정도 먹고 싶을 뿐 많이는 먹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선 후회하거나, 그럴 줄 알기에 사지않는 품목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보니 집에 있는 재료로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마말레이드만 있으면, 만들어 봤다. 마말레이드 대신 집에 있는 유자차를 넣고서. 그래서 책에도 없는 유자 로프 케이크를 만들게 됐다. 로프 케이크 Loaf Cake 로프 케이크는 네모 모양의 달콤한 빵이라고 혼자 정리했다. ..

[food] 당근베이컨 번 Carrots and Bacon Bun

번 bun 이번엔 번 bun이다. 레시피는 여전히 〈Marvellous mini cakes〉에서 골랐다. 거기엔 당근베이컨 미니 케이크 Mini cakes with carrots and bacon이라고 소개됐지만, 이건 케이크라고 하기엔 좀 그런 빵이다. 나는 번 틀에 구웠으니 번이라고 부르기로. 번 틀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나는 컵케이크 틀을 사려고 했는데, 내가 가진 컵케이크 유산지의 크기가 들어가는 틀은 컵케이크 틀이라 부르지 않고 번 틀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번은 작은 빵으로 때때로 단맛이기도 한 빵 또는 롤이라고 한다. 케이크는 웬지 디저트의 느낌이 나고, 빵/번은 식사의 느낌이 난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 당근베이컨 번 지난 번 애호박파마산 케이크의 실패를 거울 삼아..

[book] 일본의 조선학교

김지연(2013). 〈일본의 조선학교〉. 눈빛. '3.11대지진 이후 도호쿠·후쿠시마의 우리학교이야기'라는 덧붙임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지난해 연말에 구해 봤는데, 그 이후 바로 한국에 다녀오느라 정리하는 걸 잊었다. 며칠 전 다시 책장에 몇 권 남지 않은 책들을 치우면서 다시 보려고 남겨두었다가 오늘 다시 봤다. 사진집이라도 처음 볼 땐 그 책이 담고 있는 정보적인 면에 집중하게 된다. 재일 조선학교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지만 이 책을 처음 볼 땐 그런 정보적인 면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오늘 다시 보면서는 사진 속 그들의 자질구레한 삶이 보였고, 영화 〈우리학교〉와 그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그리고 실제의 '조선학교'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 정착한, 그리고 조선인 ..

[life] 마지막 봄비

주초에 한국에서 날아든 무거운 소식에 마음도 무거웠다. (감히) 친구의 가족이 아프단다. 백혈병. 이런 상황을 대할 때면 나는 슬픈 감정보다 화가 먼저 난다. '뭐가 이렇나..'하면서. 이곳에 오기 직전 일본에 평화기행을 갔다. 일행 중 한 분이 강주성님으로 한국백혈병환우회를 만드신 분이었다.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쓰신 분이기도 하다. 직장생활 하시다가 백혈병이 왔고, 동생분의 골수를 이식받고 나아지셨다. 이후 글리벡이라는 암치료약의 의료보험비 지원폭을 늘리는 싸움을 하셨다. 며칠 동안 옆에서 지켜보니 (옳은) 말씀도 잘하시고, 욕도 잘하시고, 술도 잘드시고 그러신다. 담배도 피우셨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 분 봐서 백혈병이라는 게 우리 생각처럼 손도 못쓰는 그런 병이 아니라는 건 알지..

[life] 결혼식이란 것은..

지난 토요일 이곳에서 알게 된 J님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미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온 결혼식이었다. 사실 우리는 갈까말까를 끝까지 망설였다. 교회라는 곳이, 피로연이 열리는 오래된 프렌치 식당이 누리가 있는 우리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결혼식이 있기 얼마전까지 우리는 J님과 결혼하게 될 또 다른 J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극적으로 결혼식을 얼마 남지기 않고, J & J를 우리 집에서 만난 뒤 지비는 결혼식에 가보고 싶어 했다. 평범하지 않은 한국인 J님 만큼이나 또 다른 J도 흥미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큰 용기내서 결혼식에 갔다. 둘은 교회 지인의 소개로 만났고 둘다 크리스찬이라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교회. 멀티 컬쳐 커플답게 결혼식도 그러했다. ..

[food] 애호박파마산 케이크 Courgette and Parmesan Cake

폴란드 사람들은 아침을 햄치즈샌드위치 먹고, 점심을 햄치즈샌드위치 먹고, 이른 저녁을 햄치즈샌드위치 먹고, 늦은 저녁을 햄치즈샌드위치 그렇게 네 끼를 먹는단다. 따듯하고 무거운 식사보다는 차고 가벼운 식사를 네 끼 먹는다고. 그런 이유로 지비도 아침을 빵에 햄과 치즈, 토마토, 샐러드 그렇게 올려서 먹는다. 든든하다고 따라 먹었는데, 나는 벌써 질려 버렸다. 좀 다르면서 간편한 아침이 없을까 해서 주먹밥도 먹어보고, 그냥 크로와상도 먹어보고 했는데 주먹밥의 경우는 준비의 불편함, 크로와상의 경우는 배고픔 때문에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수시로 다른 아침을 시도하지만, 어쩔 수 없이 햄치즈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아침식사. 머핀/케이크 만들기 책을 사려고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앗! 이거다'했다. Sav..

[etc.] 나도 소식

문득 (사실 늘) 몸이 무겁다고 느꼈다. 최근 3년 동안(임신 기간 포함)은 좀 굵어도 괜찮다는 방패막이 있었는데, 더는 못참겠다. 얼마전부터 임신 전에 입던 옷들을 입기 시작했는데, 몇 달만에 다시 그 옷들이 작아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속이 불편하다. 나는 그 불편함이 육아기에 있는 나에게 어쩔 수 없는 위장병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늘 쓸어담듯 급하게 먹는다. 그렇게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하다. 그런데 급하게 먹는 것도 이유지만, 운동량에 비해 많이 먹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 보통 8시 이전에 아침으로 빵 두 쪽과 커피를 먹는다. 경우에 따라서 요거트나 과일을 먹기도 하지만, 누리가 설쳐대서 그럴 여유가 없는 날들이 요즘의 대부분이다.점심 때가 되기전 무척 허기가 진다.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 누리 밥..

[book] 설탕의 세계사

가와기타 미노루(2003). 〈설탕의 세계사〉. 장미화 옮김. 좋은책만들기.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 4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더 읽지 않게 되고, 그래서 더 진도도 없다. 그렇게 내 독서는 영영 끝이 나는건가 생각하고 있던 요즘 누리가 우연히 책장에서 뽑아든 책 한 권. 가볍게 읽었더니 가볍게 반나절, 반나절 해서 이틀만에 끝이 났다. 이 책은 FB를 통해 알게 된 님이 내 책을 빌려 읽고 싶다 하셔서 빌려 드렸는데(이런 need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그 날 맞교환으로 빌려주겠다며 들고 오신 책이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급하게 귀국하게 되시면서 내 책들을 돌려주시고, 만나지 못하고 사시던 곳 근처 내 지인에게 맡기셨다, 본인 책은 내게 남겨두고 가셨다. 이렇게 처분하신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