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book] 일본의 조선학교

토닥s 2014. 6. 6. 09:03


김지연(2013). 〈일본의 조선학교〉. 눈빛.


'3.11대지진 이후 도호쿠·후쿠시마의 우리학교이야기'라는 덧붙임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지난해 연말에 구해 봤는데, 그 이후 바로 한국에 다녀오느라 정리하는 걸 잊었다.  며칠 전 다시 책장에 몇 권 남지 않은 책들을 치우면서 다시 보려고 남겨두었다가 오늘 다시 봤다. 

사진집이라도 처음 볼 땐 그 책이 담고 있는 정보적인 면에 집중하게 된다.  재일 조선학교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지만 이 책을 처음 볼 땐 그런 정보적인 면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오늘 다시 보면서는 사진 속 그들의 자질구레한 삶이 보였고, 영화 〈우리학교〉와 그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그리고 실제의 '조선학교'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 정착한, 그리고 조선인 국적을 버리지 않은 동포들이 세운 학교가 조선학교다.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보다 하나의 국가로서 조선을 희망하기에 조선국적을 택한 사람들.  학교들이 지어질 당시 북한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고, 남한의 전무한 동포지원 정책들 때문에 북한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이 학교들에는 조선국적은 물론 한국과 일본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500여 개의 조선학교가 일본 내에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100여 개가 있고 학생 수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일본 내 다른 국제학교와 달리 2010년에 발효된 고교무상화 지원정책에서 배제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100여 개 학교 중에 두 개의 학교가 2011년 3월 대지진의 피해지역에 있는데 바로 도호쿠 조선초중급학교와 후쿠시마 조선초중급학교.  두 학교 모두 학생이 20여 명 남짓. 대지진 이후 복구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도호쿠 조선초중급학교 학생들은 기숙사에 차려진 임시 교사에서 수업을 받고, 후쿠시마 조선초중급학교 학생들은 니이가다 조선초중급학교로 옮겨져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대지진 이후 달라진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현황 그런 것들을 주로 봤다.  다시 보니 동포들이 학생들에게 보낸 구호물품이 담긴 박스가 안성X면, 학생들이 점심 때 먹는 양X 옛김이 보인다.  그리고 대지진 후 각지에서 날라온 격려문들과 졸업식에 보내온 축전들도 보인다.


조선학교와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그리고 그곳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같은 환경에 처해보지 않은 우리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그들과 거리를 좁혀가며 사진에 담았다는 것은 분명 내가 못한/할 일들이고 대단해 보이지만 그래도 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책을 보면서 사진 찍은 이가 최소 재일 동포거나 조선학교에서 공부한 사람일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이 탈북청소년, 이주노동자 같은 이슈를 작업해 온 사람일뿐.  내가 최소 재일 동포일꺼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쉽지만 글에서 깊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외국인이 쓴 글 같았다.  100%로 이미지로 승부하는 사진/사진책이라 해도 책이라는 매체로 나온 이상 캡션(사진 설명 글)일지라도 글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 부분을 너무 간과 한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볼 사람들은 사진보다는 조선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 더욱 부족한 글의 깊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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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도 조선학교 사진작업을 한 친구가 있는데 세상이 지랄(에구..) 같아서 사진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사진이 더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