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life] 마지막 봄비

토닥s 2014. 6. 4. 23:53

주초에 한국에서 날아든 무거운 소식에 마음도 무거웠다.  (감히) 친구의 가족이 아프단다.  백혈병.  이런 상황을 대할 때면 나는 슬픈 감정보다 화가 먼저 난다.  '뭐가 이렇나..'하면서.


이곳에 오기 직전 일본에 평화기행을 갔다.  일행 중 한 분이 강주성님으로 한국백혈병환우회를 만드신 분이었다.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라는 책을 쓰신 분이기도 하다.  직장생활 하시다가 백혈병이 왔고, 동생분의 골수를 이식받고 나아지셨다.  이후 글리벡이라는 암치료약의 의료보험비 지원폭을 늘리는 싸움을 하셨다.  며칠 동안 옆에서 지켜보니 (옳은) 말씀도 잘하시고, 욕도 잘하시고, 술도 잘드시고 그러신다.  담배도 피우셨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 분 봐서 백혈병이라는 게 우리 생각처럼 손도 못쓰는 그런 병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의학도 많이 발전했다), 그래도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니 그 만큼 더 화가 난다.


이틀 동안 가라 앉았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선거를 앞두고 뭔가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마음만 분주하고 몸은 가라 앉은 그런 이틀이었다.


이번 봄은 개인적으로도, (나는 비록 한국에 살지 않지만 ) 사회적으로도 참 무겁고 힘들었다.  어제와 다름 없이 이곳엔 비가 내리지만 이 비로 올해 봄과 봄비는 끝맺음 하고 싶다.  우습게도 내일도 비가 오겠지만, 그건 더 이상 봄비 아닌 걸로.


때 맞추어 한국에서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선거 결과가 들려온다.  정말 '바닥'이란 건 있는 것인지, 우리는 그 바닥을 친 것인지.  그랬기를 바래본다.




Oxford, UK(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