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food] 당근베이컨 번 Carrots and Bacon Bun

토닥s 2014. 6. 8. 08:12

번 bun


이번엔 번 bun이다.  레시피는 여전히 〈Marvellous mini cakes〉에서 골랐다.  거기엔 당근베이컨 미니 케이크 Mini cakes with carrots and bacon이라고 소개됐지만, 이건 케이크라고 하기엔 좀 그런 빵이다.  나는 번 틀에 구웠으니 번이라고 부르기로. 

번 틀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나는 컵케이크 틀을 사려고 했는데, 내가 가진 컵케이크 유산지의 크기가 들어가는 틀은 컵케이크 틀이라 부르지 않고 번 틀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유는 모른다.  번은 작은 빵으로 때때로 단맛이기도 한 빵 또는 롤이라고 한다.  케이크는 웬지 디저트의 느낌이 나고, 빵/번은 식사의 느낌이 난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


당근베이컨


지난 번 애호박파마산 케이크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번엔 책 속 레시피를 그대로 따랐다.


재료: 달걀 2개, 현미기름 70ml, 우유 70ml, 셀프 레이징 밀가루 120g, 그뤼에르 치즈 80g, 당근 1개, 베이컨 70g,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파슬리 약간



책 속 레시피와 차이가 있었다면 나는 팽창제가 들어간 밀가루를 썼기 때문에 베이킹 파우더 1t 를 넣지 않았다는 것과 사용한 파슬리가 건조된 것이라는 정도.  책에선 생파슬리를 쓰라고 했지만 집에 있는데 사기가 아깝기도 해서.

그리고 쓰던 셀프 레이징 통밀가루가 다 떨어져 셀프 레이징 밀가루로 바꾸었다.  같은 브랜드의 밀가루인데 표백이 되지 않은 유기농 밀가루라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하얗고 고운 밀가루는 아니다. 

지난 번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던  Gruyere cheese는 '그뤼에르'라고 고마운 님이 알려주었다.  책 속 레시피를 얼추 따라한 당근베이컨 번이다.





뜨거울 때 반을 잘라보니 치즈가 마치 낫또의 실처럼 늘어진다.  이렇게 되야하는 것인데 포실한 케이크 생각하고 구웠으니 애호박파마산 케이크가 표면이 그렇게 딱딱해질 수 밖에.  이렇게 녹아 있는 치즈 때문에 차가울 때 먹어도 목마르다는 느낌이 없다. 짭쪼롬한 맛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통밀가루에서 밀가루로 바꾸고 굽는 빵들의 텍스쳐가 너무 부드럽다.  통밀가루의 씹는 맛도 좋지만, 밀가루의 부드러움도 좋다.  Doves Farm이라는 브랜드를 쓰는데, 여기선 다양한 가루들이 나온다.  쌀가루도 있는 모양인데 내가 식재료를 주문하는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다.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구워보고 싶다.  밀보다는 쌀이 낫지 않겠냐는 한국인식 생각.

그뤼에르 치즈는 퐁듀 같은 요리에 쓰이는 요리용 치즈인데, 위키에서 '약간 짠 치즈'라기에 덜 짠 치즈를 넣어볼까 하고 찾아봤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리고 갈려 있기 까지한 마일드 체다 치즈 그리고 각종 치즈와 비교해보니 그뤼에르가 오히려 소금 함유량이 더 낮다.  화이트 치즈들이 비교적 소금 함유량이 낮지만, 이 치즈들은 축축한 느낌이라 갈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뤼에르를 쓰게 될 것 같다.  그뤼에르 치즈 맛은 미원맛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입맛이 싸구려인지 가끔은 이런 맛이 입에 착착 붙는다.

머핀/컵케이크과 달리 설탕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크지 않다.  그래서 위 재료로 준비하면 깊지 얉은 번 틀에 12개 정도가 만들어진다.  


이걸로 이틀 아침을 해결했다.  통에서 꺼내 전자렌지에 30초 데우고 커피와 요거트 꺼내서 먹으니 간단하고 든든하다.  그런데 이틀에 한 번씩 굽는 건 쉽지 않다.  번 틀을 하나 더 살까?(' ' )a



번을 구울 때 옆에 간식용 빵/로프도 알뜰하게(?) 함께 구웠다.  이러니 허리가 굵어진다고 남탓하지 않기로.(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