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4년 82

[keyword] 기레기 in Korea

어제 페이스북에서 배운 단어 '기레기'. 처음엔 문맥상 기자journalist를 말하는 것 같아서 '기러기'의 오타쯤으로 생각했다. '철새 정치인'의 아류인가 하면서. 정권/정부에 입맛따라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결국은 그들이 원하는 기사를 써주는 기자를 칭하는 건가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등장하는 '기레기'. 알고보니 '기자 + 쓰레기'였다. 어쩌다 이렇게 됐니? 내 벗들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던, 결과적으로 몇은 그걸로 밥 먹고 사는, 그리고 내가 공부했던 저널리즘. 어쩌다 이렇게 됐니?

[keyword] Assembly Point

며칠 동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객선이 좌초된 뉴스는 봤지만, 이렇게 한 사람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 떨어져 사라진 비행기도 아니고. 최근들어 보지 않던 한국 TV를 일주일 동안 틈틈이 봤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KBS, MBC, 아리랑TV 정도가 전부지만. 그 뉴스들을 보면서 선장도, 선원도 사람이니까 재난훈련 같은 걸 했어도 실제 상황에선 메뉴얼 대로 몸이 움직여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이해해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줄줄이 드러나는 선박의 사용기한 연장, 과적, 구조변경, 재난대응 등등을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능한 정부보다 무서운 게 우리 안에 스며든 이기심과 그로 인한 부패라는데 생각이 닿았습니다. 이 정부, 이 대통령..

[food] 2%로 부족한 것들

말이 살찌는 계절도 아닌데 먹는 게 막 땡긴다. 동시에 쇼핑도 막 땡긴다. 마음이 베이킹쪽으로 마구 달아나서 지금 틀이며 자잘구레한 도구들을 사기 직전이다. 멈추지 않는 검색도 멈출 겸 쉬어가려고 했는데, 다시 먹는 사진. 피자 이곳에서 먹는 딱딱한 이탈리아식 피자가 싫어서 이래도 먹어보고, 저래도 먹어봤다. 그래서 대략 내린 결론은 만들어진 피자빵을 사서 원하는 토핑을 올려먹자는 것. 마늘버터와 치즈만 올라간 피자빵을 사서 한국식으로 새우, 햄, 모짜렐라, 버섯, 시금치, 토마토 질척하게 올려서 먹었다. 여기 사람들은 피자에 새우가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상상을 못할꺼다. 그저 살라미나 페퍼로니. 다음엔 오징어를 올려볼까 고민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에서 먹던 피자들이 그립다. 고구마 페이스트가 올라..

[taste] 런던 커피 페스티벌 London Coffee Festival

지난 주 초에 커피가 똑 떨어졌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커피를 사지 않고 버텼다. 지난 일요일에 런던 커피 페스티벌에 다녀왔는데, 거기 가면 괜찮은 커피를 살 수 있을꺼라는 기대 때문에 버텼다. 결과적으로 거기선 아무것도 사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왔고, 이번 주는 어찌 장보러 갈 타이밍이 나지 않아 집에 있는 인스턴트 커피로 아침을 깨웠다. 이 인스턴스 커피들도 여기저기 여행다니면서 호텔에서 주워담은 스틱들. 오늘 오전에 나가서 커피 사왔다. 하지만 누리가 잠들어서 커피콩을 갈지 못해서 지금은 옥수수 수염차를 마신다. 런던 커피 페스티벌로 돌아가서. 예전보다 커피와 많이 멀어졌다. 마시고 싶어도 하루에 두 잔 이상은 힘들고, 밖에서 마시는 강한 커피라면 중간 사이즈 한 잔도 힘들다. 잠을 못자고 그런게 문..

[life] 암스테르담 여행 - 눈물이 주룩주룩

지비의 생일을 맞아 암스테르담에 2박 3일 다녀왔다. 무사하게 집으로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어려움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작년 5월 한국에 누리를 처음으로 데리고 다녀오면서, 유럽은 '껌이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그게 가장 좋았다고 말은 못하겠다) 누리가 잠들고 침대에 누워 한국 TV를 보는 시간. 이번 여행에서 누리는 지비와 나의 한계를 실험했고, 몇 가지 이유로 나는 매일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힘들어도 즐거운(?) 여행있으니 천천히 풀겠지만 맛보기로 어려움을 조금만 풀면 - 떠나는 날 우리는 비행기를 놓쳤다.

[life] 보석 같은 시간들

이번 주말 여행을 가려고 카메라에 담긴 파일들을 정리 중이다. 대부분이 한국에서,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그 사진들을 외장하드디스크에 옮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카메라와 외장하드디스크를 대조하면서 확인하고, 옮기고, 마지막으로 HDSD를 포맷했다. 그러느라 찍어만 놓고 확인도 못한 여행사진들을 훑어봤다. 아주아주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정말 '보석 같은 시간들'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 사진을 찍어 메모리에만 쟁여두던 후배에게 "정리되지 않은 사진은 데이터 쓰레기일뿐이야"라고 (참으로 모질게) 말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 이 보석들이 빛도 못보고 말이다. 벌써부터 일본여행사진을 온가족이 궁금해 하는데 "애 때문에"라고 핑계댔다. 어서 이 보석들에게 빛을 보여줘야지. 그리고 또 ..

[food] X시아나 스타일 펜네

이번 한국행 때 이용했던, 말 많고 탈 많았던 X시아나. 맘에 드는거라곤 친절한 승무원(그 덕에 항공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스탠다드는 영 후진데)과 기내식뿐. 물론 나는 누리 땜 그 기내식도 제대로 먹지는 못했지만. 늘 기내식은 한식을 먹는데, 한국에서 영국으로 올 때 파스타/펜네를 먹었다. 애가 있는 상황에선 한식보다 먹기 쉬울 것 같아서. 한식메뉴는 쌈밥이었다. 한 켠에는 크림치킨 소스가 한 켠에는 치즈가 뿌려진 펜네가 있었고 그 한가운데 오이피클이 고명처럼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조합이 은근 잘 어울렸다. 자칫 느끼할 것 같은 크림소스에 청량감을 주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집에와서 바로 해봤다. 기내식처럼 불려진(?) 펜네가 아니라는 점, 크림소스가 꽤 묽었다는 점이 달랐지만 오이피클이..

[life] 밤이면 밤마다

'밤이면 밤마다'란 단편 코미디가 있었다. 유머 일번지의 한 꼭지였다. 도둑들이 검은 옷 입고 담벼락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내 옷차림을 볼 때면 내용 상관없이 그 단편 코미디의 타이틀이 떠오른다. 다 검은 색. 사실 '다'라고 붙이기도 뭐할만큼 적은 옷 가지 수다. 짙은색 바지 세 개쯤. 임신 초기 때 부터 입었던 검은색 원피스형 니트. 역시 짙은 색 가디건. 그리고 잡다한 반팔 티셔츠. 나머지 옷들, 예전에 입던 옷들은 임신과 출산을 지나면서 다 버렸다. 낡아졌고, 작아져서. 그래서 작은 서랍 두 개에 다 담겼다(외투 제외하고). 심지어 양말, 잠옷, 속옷 다 포함해서. 계절이 바뀔 때 옷을 사볼까해도 늘어난 사이즈가 도저히 인정이 안된다(몸무게는 비슷하다, 그런데 체형이). ..

[food] 반숙 간장 맛달걀

나는 원래 행동이 빠른 사람이 아닌데, 오늘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보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반숙 간장 맛달걀. ☞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 우울과 반숙 간장 맛계란 http://princia.tistory.com/571 달걀 후라이를 할 때도 나는 반숙을 먹는데, 누리 때문에 어쩌다 달걀 삶을 일이 있으면 완숙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간장에 담근 달걀은 어차피 누리가 못먹을터 반숙으로 만들었다. 집에 있는 달걀을 쓰려다 나간 김에 6개짜리 달걀을 새로 사왔다. 늘 달걀 껍질을 까는데 애를 먹는데, 신선한 달걀이면 다를지 모른다면서. 만드는 법은 위의 링크를 참고하고. 이번 주말에 미림을 사와서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과연 미림을 병째로 살만큼 맛있을까 하면서 일단 집에 있는 와인 넣고 만들어봤다. 대신 미림..

[book] 19년간의 평화수업

콜먼 맥카시 Colman McCarthy(2007). 〈19년간의 평화수업〉. 책으로여는세상. 거실의 책들을 치우면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열 권 정도만 남겼다. 남은 열 권은 뭐 하나 만만해 보이는 게 없어서 그 중에서 물리적인 무게가 가장 가벼워 보이는 걸로 골랐다. 그 책이 바로 이책. 책을 읽으면서 정말 블로그에 옮겨놓고 다른 사람들도 읽고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하는 것들이 많았다. 맥락을 위해 앞뒤 같이 옮기면 페이지 채로 옮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관두기로 했다. 역사를 배울 때 주로 정복과 왕들을 중심으로 배웠고 그나마도 근대까지가 전부다. 오늘 날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대사는 아직 '첨예하다'는 이유로 많이 피해가는 것 같다. 물론 요즘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들은 여성사, 생활사 ..